인연의 실타래가 풀리는 히다후루카와
인연의 실타래가 풀리는 히다후루카와
  • 김경선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3.04.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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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타래로 연결된 미츠하와 타키의 인연을 되짚는 히다후루카와.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배경지로 알려지면서 400년 전에 조성된 성하마을에는 성지순례자들의 발길이 모인다.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신카이 마코토를 좋아한다. 망가의 나라답게 일본에는 수많은 애니메이터가 존재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신카이 마코토, 호소다 마모루를 좋아하는 에디터는 확실히 따뜻하고 감성적인 스토리 라인이 취향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영화 〈초속 5센티미터〉다. 에디터는 아름답고 애틋하고 지독하게 현실적인 이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겼다. 감독의 작품을 샅샅이 찾아 남김없이 섭렵했다. 아쉽게도 〈초속 5센티미터〉만큼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은 없었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무서울 정도로 사실적이고 섬세한 작화는 늘 놀랍고 감탄스러웠다. 그런데 2016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에서 느끼던 일말의 아쉬움을 단번에 해소한 작품이 등장했다. 일본과 한국에서 엄청나게 히트를 친 〈너의 이름은〉이다.



〈너의 이름은〉은 〈초속 5센티미터〉의 사랑 이야기를 확장했다. 〈초속 5센티미터〉가 이루어지지 않는 첫사랑이라면, 〈너의 이름은〉은 마침내 첫사랑의 인연이 희망으로 끝을 맺는 이야기다. 영화는 흥미로운 이야기의 배경으로 히다 지역과 도쿄를 넘나든다. 특히 이야기의 중심은 히다다. 고립되고 단절된 일본의 중부 산간지대를 배경으로 신비로운 풍경과 이야기를 버무린 신카이 마코토의 솜씨는 〈너의 이름은〉에서 빛을 발한다.
히다후루카와는 영화의 남자 주인공 타키가 여자주인공 미츠하를 찾아 떠난 여정에 등장한다. 도쿄를 출발해 나고야를 거쳐 히다후루 카와에서 마침내 미츠하의 흔적을 찾아내는 타키의 발자취를 따르는 길. 그 출발은 히다후루카와역이다.



나고야역에서 JR 특급 와이드뷰 히다 열차를 타고 2시간 45분을 달리면 히다후루카와역에 닿는다. 자그마한 역은 특별한 것이 없지만 영화 속 타키와 친구들이 미츠하가 사는 마을을 찾아가는 여정의 첫 번째 장소로 등장한다. 역사 내부와 택시 정류소에서 영화 속 장면을 고스란히 연출해 사진 찍는 여행자가 여럿이다. 역만 보면 곤란하다. 역사 위 육교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놓쳐서는 안 된다. 철도 위로 열차가 지나가는 장면을 촬영하고 싶다면 역사 내에 있는 상하행 열차 시간표를 확인하자. 상하행 각각 약 1시간마다 열차가 정차한다.
열차가 지나는 시간이 되면 육교 위는 사진을 촬영하는 여행자들로 붐빈다. 멀리 북알프스 산맥과 히다후루카와의 주택들, 직선으로 이어진 철도와 빈티지한 열차가 어우러진 풍경은 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도 볼 가치가 충분하다.



역을 나와 히다시 도서관으로 향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마츠하의 마을을 찾기 위해 들렀던 곳. 작은 지방 소도시지만 정갈하고 깔끔한 도서관 한쪽에는 〈너의 이름은〉 코너가 따로 있다. 사진 촬영은 금지지만 이용객이 많지 않으면 카운터에서 허가를 받고 촬영도 가능하다. 이른 아침의 도서관은 따사로운 햇살이 비춰 포근하고 아늑했다. 다양한 책들을 무료로 볼 수 있으니 금상첨화. 시간이 허락한다면 도서관 소파에 앉아 망중한의 여유를 가져봐도 좋다.
히다후루카와는 일본 시골마을의 정겨운 풍경이 가득한 동네다. 400년 전의 모습이 남아있는 마을은 ‘속세에 지치면 후루카와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조용하고 평화롭다. 관광지답게 주택가 곳곳에 공예 공방, 미술관, 박물관, 사찰, 소품점 등이 자리한다.


마을을 산책하다 보면 가옥 앞을 지나는 세토강을 만난다. 400년 전 마스지마 성의 해자수를 이용해 새 농지를 개발하고자 조성한 수로는 개발의 영향으로 오염됐지만 1968년 세토강을 되살리고자 정비한 후 주민들의 기부로 잉어를 키울 수 있을 만큼 맑아졌다. 오래된 가옥과 수로가 어우러진 골목은 어디를 찍어도 일본 특유의 감성이 담긴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사쿠라 물산관으로 향하는 길. 타키 일행이 지역의 명물인 고헤이 모찌를 먹던 음식점 아지도코로 후루카와가 보였다. 밥을 으깨 달콤하고 짭조름한 소스를 뿌린 코헤이 모찌를 사 가게 앞 벤치에서 영화 속 장면을 재현해봤다. 옛 일본 가옥이 즐비한 마을은 다카야마와 닮은 듯 다르다. 늘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다카야마와 달리 차분하고 평화로운 마을은 어딜 가나 여유가 넘친다.
미츠하 가족의 전통인 실 엮기 공예를 체험하고자 사쿠라 물산관을 찾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휴무일(목요일)인 탓에 미츠하의 머리 끈을 만들어볼 기회를 빼앗겼다. 물산관에서는 미츠하와 동생이 함께 하던 실 엮기 체험이 가능하니 시간이 맞다면 체험해 볼 것.
마지막 코스는 게타와카미야 신사다. 히다후루카와 역에서 들판을 따라 15분을 걸으면 신사에 닿는다. 타키와 친구들이 마을 주민들에게 정보를 묻던 장소로 아름다운 들판과 산세가 펼쳐지는 코스다. 신사로 향하는 계단에 오르면 히다후루카와 마을과 주변의 농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막상 신사는 크지 않아 소박하지만 무심한 듯 투박한 시골의 신사가 내어주는 풍경이 정겹다.



HIDA FURUKAWA FOOD TIP


아지도코로 후루카와 味処古川
타키 일행이 지역 명물인 고헤이 모찌를 사 먹은 장소. 가게 내부에서 먹어도 좋지만 영화 속 장면처럼 외부 벤치에 앉아 먹을 수 있다. 내부에서는 라멘, 카레 등 식사 메뉴도 가능하다. 영화 속에 등장한 라멘집은 히다후루카와에 없다. 대신 아지도코로 후루카와에서도 중화면으로 요리한 히다 라멘을 판매한다.
〒509-4234 岐阜県飛騨市古川町壱之町11-3
10:00~14:30
고헤이 모찌 300엔, 히다 라멘 77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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