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후인의 중심 거리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존재를 과시하지 않음에도 근엄하게 눈에 띄는 곳이 있다. 장엄한 유후다케 산을 등에 지고 소란한 하루를 보낸 우리에게 조용하고 편안한 환영을 보내는 안식처들.
번잡한 거리를 헤치고 유후인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한 바람 소리만 들려온다. 그때쯤 검은 이 층짜리 건물이 나타난다. 2017년, 문화 예술을 향유하는 공간이 되고자 옛 유후인 미술관이 있던 자리에 등장한 코미코 아트 뮤지엄 유후인이다. NHN JAPAN이 전개하는 코미코 미술관 유후인COMICO ART MUSEUM YUFUIN은 NHN 그룹 최초의 오프라인 시설로, 미술관 이름의 COMICO라는 단어는 NHN 그룹이 운영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Comico에서 파생되었다. 나란히 함께 지어져 임직원에게만 공개됐던 온천 리조트, 코미코 아트 하우스COMICO ART HOUSE도 최근 대중들에게 그 비밀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전통과 소재의 미학
진중함은 침묵 속에서 피어나며 우아함은 자연스러움에서 태어난다. 잘 알지 못함에도 눈길이 먼저 가는 이유는 건축물의 조용한 아름다움 때문이다. 유후인의 자연과 마치 한 몸처럼 어우러지는 이곳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일본 건축가 구마 겐고가 설계했다. 구마 겐고의 작품들은 강렬한 건축과는 거리가 멀다. 2004년 그가 펴낸 책 〈약한 건축〉의 제목처럼 조용하고 조화롭게 지역에 녹아드는 것이 특징이다. 코미코 아트 하우스와 아트 뮤지엄도 여러 개의 작은 지붕 을 일렬로 배치하여 작은 집들이 모여 있는 유후인 마을 풍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지어졌으며, 높지 않은 건물은 처마를 깊게 하여 높이를 더욱 낮게 느껴지도록 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소재다. ‘숲의 경기장’을 콘셉트로 지어진 그의 대표작 도쿄 국립경기장으로 알 수 있다시피, 목조 건축의 한 획을 긋고 있는 구마 겐고는 소재를 탐구하는 건축가다. 이곳을 지을 때도 나무, 흙, 일본 전통 종이, 물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건물이 지역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했다. 밝은 풍경과 대비되는 파사드의 검은 벽은 삼나무를 불에 태운 야키스기やきすぎ로 만들었다. 어두운 건물은 유후인의 상징인 유후다케 산이 더욱 강조되는 효과를 준다. 멀리 서 보면 그냥 검은 벽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나무의 질감과 따뜻함이 느껴진다.
곳곳에서 보이는 디테일에도 일본의 전통이 묻어난다. 흙벽에서는 밀짚의 섬세한 질감까지 드러나고, 건물을 감싸고 있는 암석과 자갈이 빼곡히 깔린 정원은 일본 전통 조경 방식으로 만들어 주위 풍경과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전통과 소재의 미학은 온천 리조트인 코미코 아트 하우스 내부에서도 여실히 보인다. 장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정성이 들어간 소재로 가득하다. 색 때문에 조금은 차갑게 느껴지는 외관과 달리 내부는 아늑한 분위기다. 내벽은 투명한 인피 섬유가 있는 얇은 와시和紙로 만들었다. 와시는 오랜 역사를 가진 일본의 전통 종이다. 사각형 메시 천장은 여러 면으로 조립되어 중앙에서 끝까지 모든 방향으로 뻗어 있는데, 현지 장인이 짠 소재를 일본식 건축의 전통적인 마감 처리를 통해 완성했다. 노천탕은 변하지 않는 바위를, 실내탕은 화강암을 사용해 통일감을 이뤘다.
유후인에 흐르는 대가의 작품들
유후인의 작은 마을에서 삶과 존재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나는 곳. 예술을 향유하는 공간이 되고자 태어난 만큼, 코미코 아트 뮤지엄에는 대가들의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미술관의 1층에는 현대미술 작품들이, 2층에는 설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1층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네 작가의 작품들이 공간을 채운다. 강박을 예술로 승화하는 현대 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 그물Infinity-Nets〉을 시작으로, 시간을 형상화하는 미디어아티스트 미야지마 타츠오의 〈시간 폭포Time Waterfall〉, 빛과 시간의 효과를 탐구하는 사진가 스기모토 히로시의 〈해경海景〉, 일본의 서브컬처를 상위 예술로 만든 현대 미술가 무라카미 타카시의 꽃을 활용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통창으로 유후다케 산의 경치가 배경으로 보이는 라운지와 야외 공간이 있는 2층에서는 주위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는 설치 작품들을 선보인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작품은 작품으로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작가 나라 요시토모의 〈Your Dog〉. 지긋이 눈을 감은 듯한 개가 유후인을 지키는 듯,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서 있다. 그 오른 편으로 보이는 작품은 소재의 물리적 특성을 작품으로 담아내는 작가 나와 코헤이의 〈Ether(lava)〉.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점성이 높은 액체를 묘사한 조각품이다. 마지막으로 만나는 작품은 삶과 죽음을 반복하는 윤회사상을 우주적으로 표현한 모리 마리코의 〈Eternal I〉다.
규슈의 넓은 땅 중에서도 유후인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뭘까.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따뜻한 온천이 나는 경치 좋은 자연과 그 땅 위에 옹기종기 모인 마을의 한적한 풍경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코미코 아트 뮤지엄과 코미코 아트 하우스는 그 이유를 더할 뿐, 아무것도 제하지 않는다. 이곳은 정성스러운 곳에서 몸을 잘 대접한 하루와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품들로 위로를 선물한다.
COMICO ART MUSEUM YUFUIN
〒879-5102 大分県由布市湯布院町川上2995-1
09:30~17:30(마지막 입장 16:00, 격주 수요일 휴관)
일반 1700엔/대학생 1200엔/중학생 및 고등학생 1000엔/ 초등학생 700엔/미취학 아동 무료
camy.oita.jp
*사전 온라인 예약시 200엔 할인
COMICO ART HOUSE YUFUIN
〒879-5102 大分県由布市湯布院町川上2995-1
체크인: 15:00~18:00/체크아웃: 11:00(목~일 영업)
단층 주택 竹-Take- 91.28m2 / 2층 건물 土-Tsuchi- 148.64m2
camy.oita.jp/cahy
*선착순 온라인 예약(https://www.ikyu.com/vacation/00051484/)
*예약 접수 기간은 숙박 희망일 1주일 전
*시설 관리로 인해 12세 미만 숙박 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