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온기, 일본식 포장마차 야타이
한 잔의 온기, 일본식 포장마차 야타이
  • 신은정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3.03.02 1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후쿠오카 야타이

비닐 한 장만이 안과 밖을 나누는 유일한 경계.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거리의 야경이 안주가 되는 곳. 좁은 의자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서로의 온기로 도시의 추위를 견디는 이곳은 야타이やたい다.


도시의 포장마차는 유난히 인기가 많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도, 막 스무살이 된 젊은이도 포차의 감성을 즐긴다. 비닐 한 장 차이로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포장마차. 을지로에 줄지어 들어서 있는 포장마차 거리가 서울시민에게 사랑받듯, 일본 최대 유흥가라 불리는 나카스와 텐진에도 사랑받는 야타이 거리가 있다. 후쿠오카에 100개가 넘던 야타이 점포 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그 얇은 문 너머의 온기를 찾아 많은 사람이 줄지어 자신의 차례가 오길 기다린다.



후쿠오카의 명물이 된 야타이가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기까지 다사다난한 역사가 있었다. 야타이는 에도시대에 생겨난 일본식 포장마차로, 전쟁이 끝난 직후 경제가 성장하면서 일본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야타이는 위생 문제와 경관을 헤친다는 이유로 법적 제재를 받으며 하나둘씩 사라졌다. 다른 지역의 야타이가 저물어가는 동안에도 술과 사람을 좋아하는 후쿠오카 사람들의 특성 때문인지 후쿠오카 야타이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몰랐고, 그렇게 해외에서도 찾아오는 지역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존재하는 야타이들은 시의 엄격한 법적 허가를 받은 곳들이다.


후쿠오카 곳곳에서 야타이를 마주할 수 있지만, 나카스와 텐진에 대표적인 야타이 거리가 있다. 나카스 강변, 텐진 다이마루 백화점 앞이나 쇼와대로 주변에 야타이가 많다. 후쿠오카의 최대 유흥가인 나카스 강변에 위치한 야타이 거리는 강의 운치와 야경을 느낄 수 있어 관광객들이 즐겨 찾지만, 텐진의 경우 회사원들이 퇴근 후 한잔하기 위해 많이 찾기 때문에 현지인들의 일상과도 같은 곳이다. 어떤 분위기를 느끼고 싶냐에 따라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보통 해가 저물고 난 여섯시부터 문을 열기 시작하며, 가게마다 다르지만 새벽까지 영업을 이어간다. 2차로 간단하게 한잔하러 오는 손님이 많아 9시부터 피크시간이 시작된다. 나카스 강변 야타이 거리에 처음 방문하면 끝없이 서있는 대기줄에 놀랄 수도 있지만, 지레 겁먹지는 말자. 회전율이 빨라 자신의 차례를 금방 맞이할 수 있다.
야타이에서는 후쿠오카 대표 먹거리를 간단하게 맛볼 수 있다. 시원한 생맥주와 하이볼에 계란말이, 따끈한 어묵과 우동, 짭짜름한 명란 구이, 돈코츠 라멘, 모츠나베 등이다. 돈코츠 라멘이 야타이에서 탄생한 것을 아는가. 돈코츠 라멘은 한 야타이의 주인이 나가사키 짬뽕 국물을 참고해 만든 것으로, 하카타 라멘이라는 후쿠오카의 대표 음식이 됐다. 도란도란 모여앉아 먹는 음식에서 익숙하고 정겨운 맛이 느껴진다. 음식은 포장마차 안팎에서 분주하게 만들어진다. 대기줄 에 서있으면서 외부에서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데, 이것도 야타이의 또 다른 볼거리다.



깨끗하고 세련되며 잘 꾸며진 음식점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지만, 그렇기에 사랑받는 야타이. 화려하고 눈부신 여행을 꿈꾸다가도 가끔은 가장 날 것의 모습에서 사람들의 온기를 느끼고 싶은 날이 있다. 야타이는 후쿠오카의 가장 작고 따뜻한 은신처다.

야타이를 즐기는 TIP
➊ 날씨 체크
후쿠오카의 야타이는 주소가 있는 엄연한 가게지만, 포장마차의 특성상 궂은 날씨를 견디기에는 역부족. 때문에 바람이 많이 불거나 비가 내리면 문을 열지 않는 가게도 많으니, 야타이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면 날씨를 먼저 살펴보자.

➋ 직원의 안내를 기다리자
일본은 음식점에 들어가면 빈자리가 있어도 직원이 말을 걸 때까지 기다린다. 야타이도 마찬가지. 빈자리가 있어도 서두르지 말고 직원이 안내해 줄 때까지 기다리자.

➌ 화장실 찾아두기
포장마차라는 특성상 화장실이 없다. 주위에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미리 확인하자. 일본은 편의점마다 화장실이 있으니 편의점을 찾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

➍ 현금은 필수
간혹 카드 계산이 가능한 곳도 있지만 보통 야타이는 현금 결제만 가능한 곳이 많다. 인당 2천엔 정도면 충분하니, 미리 현금을 준비하자.

➎ 1인 1메뉴는 기본
규모가 작은 가게라 많은 인원을 한 번에 받지 못하고, 안주의 가격도 비싼 편이 아니기 때문에 1인 1메뉴가 기본이다. 또한 붐비는 시간대에 가면 간단히 먹고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 야타이의 예의다. 포장마차는 회전율이 생명.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