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거벽등반가 박정헌 “자일을 붙잡던 그 손으로 리드줄을 잡고 있어요.”
히말라야 거벽등반가 박정헌 “자일을 붙잡던 그 손으로 리드줄을 잡고 있어요.”
  • 정상용
  • 승인 2023.02.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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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대풍이와 러닝중인 박정헌대장(사진제공: 젠틀우프)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산악인 박정헌 대장. 여타 고산등반가와는 달리 ‘얼마나 어려운 방법으로 산을 오르는가’에 중점을 두는 ‘등로주의’ 산악인으로 유명하다. 1994년 한국인 최초의 안나푸르나 등정을 시작으로 세계 최초 에베레스트 남서벽 등정, K2 무산소 등정, 시샤팡마 남서벽 신루트 등정 등 히말라야의 설산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촐라체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후에도 패러글라이딩으로 히말라야 산맥을 횡단했다. 강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히말라야 아트 갤러리’, ‘예티 클라이밍 짐’을 오픈하는 등 박정헌 대장의 도전은 멈추지 않고 있다.

Q. 최근엔 어떻게 지내고 있나?

여전히 산행을 즐기고 있다. 작년엔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을 당일에 산행하는 3피크 챌린지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챌린지를 진행하면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현실적인 루트로 3피크 챌린지를 브랜드화하는 것에 대한 생각도 해보았다. 아웃도어에 친숙하지 않은 MZ세대들에게 아웃도어 문화를 전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최근에는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해서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산행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Q. 인스타그램에서 반려견과 함께 등산한 사진을 봤다.

대풍이라는 친구다. 이제 막 1년 6개월이 지난 삽살개다. 최근 등정할 때 자주 동행하고 있고 주변에서 인기가 아주 좋다. 산악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같이 트레킹을 하게 됐다. 반려견의 국립 공원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모든 산을 함께 다닐 수는 없지만 입장 제한이 없는 곳은 최대한 함께 다니려고 한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랄까. 지금까지 패러글라이딩, 카약, 스키, 라이딩.. 참 많은 아웃도어 액티비티에 도전해 왔는데, 반려견과의 트레킹도 다른 아웃도어 액티비티만큼 매력 있는 활동이라고 느끼고 있다.

Q. 반려동물과의 아웃도어 액티비티에 있어 주의할 점이 있다면?

산행의 기본은 안전이다. 사람이든 반려견이든 아웃도어 활동에 맞는 적절한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익숙한 동네 뒷산에서도 사고는 발생하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에 흥분한 반려견이 갑자기 달려 나가거나 등산로를 벗어나 엉뚱한 곳으로 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산에 오르기 전 충분한 교육이 필요하다. 돌발상황에 대비해 하네스나 목줄도 튼튼하고 질긴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한창 히말라야 등반을 하던 시절에 신세를 많이 졌던 회사가 있다. 세계 정상급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클라이밍 하네스와 등산가방을 생산하는 회사인데, 최근 그 회사에서 반려견용 아웃도어 하네스를 출시해서 애용하고 있다. 클라이밍 하네스는 기본적으로 생명과 직결되는 장비라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 기술력으로 만든 애견용품이라면 믿을 수 있어 안심하고 쓰고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조만간 오프로드 투어링을 해보려고 구상 중이다. 오프로드 카를 끌고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암벽등반은 물론이고 산악스키, 카약, 패러글라이딩, 산악자전거 등 다양한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즐기는 것이 목표이다. 대풍이가 같이 다니려면 많은 제약이 있겠지만… 촐라체에서 끝까지 자일을 놓지 않았던 것처럼 지금 대풍이와 나를 이어주는 끈을 끝까지 꼭 붙들고 어디든 함께 갈 생각이다.

※ 박정헌 대장은 지난 2005년 수직고 1500M에 달하는 촐라체 북벽 동계 등정에 성공한 후 함께 등반했던 후배 최강식이 하산길에 크레바스에 빠지는 사고를 당하며 두 사람 모두 큰 부상을 입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를 묶은 자일을 놓지 않고 한 발 한 발 걸어 복귀했다. 이 기적적인 생환기를 담은 에세이(끈, 우리는 끝내 서로를 놓지 않았다)도 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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