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지에서 대학교 캠퍼스를 산책하는 일이 얼마나 될까? 하늘 높이 치솟은 포플러 나무 숲길과 아기자기한 오솔길, 고풍스러운 종합 박물관까지. 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사랑받는 홋카이도 대학에서는 어쩌면 흔한 일일지도 모른다.
홋카이도 대학 北海道大学
〒060-0808 北海道札幌市北区北8条西5丁目
+81117162111
hokudai.ac.jp
홋카이도 대학은 홋카이도 유일의 종합대학이자 도쿄 대학, 교토 대학, 와세다 대학, 규슈 대학과 함께 일본 5대 명문대로 꼽힌다. 일본 최초의 학사 교육기관으로 1876년 삿포로 농학 학교로 시작해 1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삿포로 농학 학교는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라는 명언을 남긴 미국의 교육자 윌리엄 스미스 클라크William Smith Clark가 초대 교감으로 서 이끌었으며, 그의 흉상이 캠퍼스 내에 세워져 있다.
홋카이도 대학 삿포로 캠퍼스는 매우 넓다. 면적 177만m²로 일본 내 모든 대학 캠퍼스 부지를 합한 면적의 40%를 차지할 정도다. 캠퍼스 내에는 천혜의 자연이 있는 산책로와 메이지 시대에 세워진 건물이 남아 있어 현지인들에겐 운치 있는 산책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덕분에 삿포로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은데, 처음 방문하면 자칫 미아가 되기 십상이다. 정문으로 입장한 후 가장 먼저 왼쪽에 자리한 종합 안내센터에서 제공하는 캠퍼스 지도를 챙기자. 알아보기 쉬운 그림과 함께 한국어로 표기된 지도가 있어 쉽게 찾아다닐 수 있다. 캠퍼스 내에는 대학 홍보 센터가 있어 담당 직원들의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으며, 건물 내 기념품 숍에서는 대학 로고가 새겨진 다양한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
홋카이도 대학 둘러보기
1 포플러나무 가로수길
홋카이도 대학 캠퍼스에서 가장 유명한 스폿은 포플러나무 가로수길이다. 길게 뻗은 길을 따라 하늘 높이 치솟은 포플러나무가 양옆으로 줄지어 있어 자연 속에서 조용히 산책을 즐기기 좋다. 아름다운 풍경 덕에 인증사진 성지로 꼽히기도 한다. 2004년 태풍에 의해 절반가량의 나무가 쓰러졌지만 이후 70여 그루를 다시 심어 80m의 울창한 포플러나무 산책로가 완성됐다. 여름에는 짙푸른 숲길을, 겨울에는 하얀 눈꽃이 만개한 눈길을 걸을 수 있다.
2 은행나무 가로수길
약 380m의 길고 널찍한 도로를 따라 양옆에 70그루의 은행나무가 줄지어 있다.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나뭇잎이 도로를 뒤덮어 마치 샛노란 터널처럼 보인다. 그 풍경이 무척 아름다워 11월에는 이곳에서 콘요우사이金葉祭(금엽제)가 열리기도 한다. 한겨울에 만나는 은행나무 가로수길도 진풍경이다. 도로는 물론 빼곡한 나뭇가지 위에 새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마치 설국으로 향하는 길처럼 느껴진다.
3 홋카이도 대학 종합 박물관
1929년에 건립된 이후 홋카이도 대학 삿포로 캠퍼스의 자연과학부 건물로 쓰였다. 1999년부터 박물관으로 재개장했으며 개교 이래 수집・보존・연구되어 온 400만 점 이상의 학술 표본과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그중 홋카이도 대학 출신의 스즈키 아키라가 받은 노벨상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상설 전시 외에 특별 기획 전시도 종종 열리는데,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할 수 있다. 건물 1층에 자리한 카페 포라스는 고즈넉한 분위기로 인기가 많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월요일에는 휴관이다.
4 클라크 흉상
홋카이도 대학 캠퍼스 북서쪽에 흐르는 개천 앞에는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클라크 박사의 흉상이 자리한다. 그는 일본, 특히 홋카이도민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는 인물이 다. 홋카이도 대학의 전신인 삿포로 농학 학교의 초대 교감으로 홋카이도 개척 당시 농업의 기술과 지식은 물론, 폭넓은 인간 교육에 힘쓰며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홋카이도 대학에서 발행하는 신용카드에도 클라크 흉상이 새겨져 있다.
5 후루카와 기념 강당
1909년에 건축된 홋카이도 최초의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이다. 당시 건축 기술의 정수를 한데 모은 디테일이 돋보이는 건물로, 녹색 지붕과 두 날개의 도머 창문이 특히 눈에 띈다. 내부는 연구실로 사용되고 있어 들어갈 수 없지만 고풍스러운 외관 덕분에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기념사진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후루카와 재벌의 기부금으로 세워져 그 이름을 따왔으며, 원래 이름은 ‘후루카와 강당古河講堂’이었으나 문화재로 등록할 당시 ‘후루카와 기념강당古河記念講堂’으로 잘못 표기해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6 사쿠슈코토니 천
홋카이도 대학 북쪽에 자리한 개천. 여름에는 푸른 녹지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독서나 피크닉을 즐길 수 있고, 겨울에는 동네 꼬마들이 야트막한 경사에 서 눈썰매를 즐긴다. 소설 〈빙점〉에서 주인공인 요코가 독서를 즐겨 하던 장소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