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사의 초대, 노르웨이 베르겐
엘사의 초대, 노르웨이 베르겐
  • 고아라 | 노르웨이관광청(visitnorway.com)
  • 승인 2023.01.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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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WAY BERGEN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 왕국〉 속 아렌델 왕국의 모티브가 된 베르겐. 매혹적인 설경과 깊은 역사, 젊은 감성이 어우러진 노르웨이의 소도시에서 겨울의 낭만을 발견해 보자.

ⓒVisitNorway


History of Bergen
화려한 소도시의 과거

베르겐은 1070년 노르웨이의 울라프 퀴레Olav Kyrre 왕에 의해 건설됐으며 이름은 ‘산으로 둘러싸인 녹초지’라는 의미에서 지어졌다. 13세기부터 노르웨이의 수도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번성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북유럽의 경제적인 네트워크인 한자Hansa 동맹을 관리하는 조직이 이곳에 설립되기도 했다. 한동안 노르웨이의 해외무역 독점권까지 보유하면서 경제적으로 크게 번영했으나 1830년, 수도가 오슬로Oslo로 변경되고 몇 차례 큰 화재 사건과 제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여전히 베르겐은 노르웨이의 산업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농업, 조선, 석유 및 해양자원 개발 등에서 경쟁력을 갖췄으며 관광과 금융업도 활발하다. 베르겐 항구 역시 여전히 노르웨이의 해상 물류과 여객 운송의 관문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베르겐의 화려했던 역사가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으며, 베르겐의 브뤼겐 역사 지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VisitNor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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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의 낭만이 깃든 도시
베르겐은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막상 풍경을 보면 ‘아! 여기!’하고 반가워하게 되는 도시다. 전 세계, 특히 우리나라 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 왕국〉 속 아델렌 왕국을 꼭 닮았기 때문이다. 실제 아렌델 왕국은 베르겐의 평화롭고 아기자기한 항구 도시의 모습을 모티브로 탄생했다. 베르겐에 도착하면 활달하고 사교성 좋은 안나가 언제라도 골목에서 달려 나와 인사를 건넬 것 같은 풍경에 설렘이 배가 된다.
베르겐에는 〈겨울 왕국〉 실제 도시라는 사실 외에도 다채로운 역사와 이야기가 가득하다. 여행 전 조금만 더 깊이 알고 간다면 훨씬 흥미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우선 위치는 노르웨이 서부 해안이다. 해안 중에서도 북극해와 만나는 곳에 자리해 중세 유럽 당시 가장 활발한 무역항 중 하나 였다.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어항 역할을 했는데, 특히 대구와 소금 거래가 많았다. 한때 이곳의 거래량이 북유럽 최고 였다는 자부심은 여전히 베르게너의 마음속을 든든하게 채워준다. 웅장한 피오르를 따라 항구가 형성돼 있으며 그 뒤를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뿜어낸다. 깊게 침식된 피오르 사이에 도시가 자리하고 있어 ‘피오르의 도시the city fjord’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산 중턱에는 색색의 아담한 집들이 수놓은 듯 깔려 있어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인구는 대략 25만 명으로 노르웨이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이지만 화려한 도심이라기보다는 평화롭고 여유로운 동화 속 마을을 닮았다. 그렇다고 예스러운 풍경 전부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인구의 10%가 학생이라 젊은 감성이 곳곳에서 배어난다. 골목 사이사이와 스트란가튼 거리에 현대적인 감각의 부티크, 힙한 카페 등이 모여 있어 조금만 더 깊숙이 들어가면 새로운 매력도 발견할 수 있다.

ⓒvisitbergen


동화 속 마을, 브리겐Bryggen
베르겐을 찾아온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가장 많이 향하는 곳은 브리겐이다. 뾰족한 지붕을 얹은 색색의 목조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마치 동화 속 삽화를 보는 듯 아기자기한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념사진에 감흥이 없는 여행자라도 이곳에서만큼은 카메라를 들 수 밖에 없다. 주요 건물들은 화재와 전쟁을 겪으며 손실되기도 했지만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해 브리겐을 넘어 베르겐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가 됐다.
브리겐 기념품 숍에 전시된 엽서 속 목조건물의 풍경을 두 눈으로 직접 담고 싶다면 항구 건너편 어시장으로 가면 된다. 유람선 선착장 근처에 자리한 베르겐 최고의 명소 중 하나로 과거 북유럽 최고의 항구답게 언제나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이곳에서 항구 건너편을 바라보면 물 위에 줄지어선 파스텔톤의 아담한 건물들이 한눈에 펼쳐지는데, 마치 가지런히 정리된 색연필을 보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다. 어시장은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만큼 해산물의 퀄리티가 매우 높다. 대표 산물인 대구와 연어를 비롯해 청정 바다에서 건져 올린 다양한 생선과 게, 새우들을 판매하고 있다. 직접 요리를 해 먹기 어려운 여행자들을 위한, 즉석에서 해산물 요리를 선보이는 가게들도 많다. 얼어붙은 몸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생선 수프, 계속 손이 가는 짭조름한 생선튀김 등 신선하고 다양한 해산물 요리가 맛깔스러운 비주얼과 향기로 여행자들을 끊임없이 유혹한다.


베르겐을 한눈에, 플뢰위엔산Mount Fløyen
아기자기한 마을과 세월이 느껴지는 역사 명소, 화려한 청정 자연까지. 다양한 베르겐의 매력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플뢰위엔산을 오르는 것이다. 플뢰위 엔산은 베르겐을 둘러싸고 있는 7개의 산 중 하나로 해발 320m에 정상이 자리한다. 정상에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다. 26도의 경사를 두 발로 등산하거나 산에 깔린 레일을 따라 등산 열차 ‘푸니쿨라’를 타고 오르는 것. 뚜벅이 여행자라면 푸니쿨라를 타고 체력을 비축해두는 편이 좋다. 푸니쿨라는 통창으로 되어 있어 등산길에서 만나는 경치를 누릴 수 있고 8분이면 정상에 도착해 시간도 아낄 수 있다. 플뢰위엔산의 정상은 여느 관광 명소와 비슷하다. 레스토랑과 카페, 휴식공간 등 편의시설이 있고, 집라인이나 하이킹 등 다양한 액티비티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다만 전망대에서 펼쳐지는 멋진 풍광은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레고로 만든 것 같은 색색의 오밀조밀한 마을과 산 중턱에 꽃처럼 피어난 붉은 집들, 눈이 부시도록 새파란 바다가 어우러져 비현실적인 풍경을 이룬다. 특히 일몰시간이면 수채화 물감이 번지듯 서서히 차오르는 붉은 노을을 감상할 수 있어 많은 여행자들로 붐빈다. 여유가 된다면 전망대 뒤쪽의 전나무 숲도 걸어보자. 울창한 전나무가 빼곡한 숲길을 걷다 보면 탁 트인 전망과는 또 다른 매력이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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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선율이 흐르는 도시
베르겐은 세계적인 낭만주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에드바르 그리그Edvard Grieg가 태어난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주로 노르웨이 민속 춤곡과 민요의 선율을 활용해 음악을 만들었는데, 대부분의 작품에서 노르웨이 전통 분위기와 느낌이 풍부하다. 특히 그리그의 대표작인 〈페르 귄트 모음곡〉과 〈피아노 협주곡〉은 유럽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노르웨이 음악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의 생가인 트롤하우겐Troldhaugen 역시 베르겐의 대표 명소 중 하나로 꼽힌다. 그리그가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작곡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집 자체의 역사가 깊고 외관도 아름다워 찾는 이들이 많다. 집 이름의 ‘트롤’은 보는 사람에 따라 선인과 악인으로 변한다는 숲속의 요정을 뜻하는 그 트롤이 맞으며, 그리그가 직접 지었다고 전해진다. 근처 계곡의 이름이 ‘트롤의 계곡’이라 불리는 이유도 이 집 때문이다. 트롤하우겐은 언덕 위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 전형적인 19세기 양식으로 지어져 아기자기하면 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뿜어낸다. 내부에는 그리그가 실제 사용했던 피아노와 악보, 가구 등이 전시돼 있다. 주변에는 에드바르 그리그에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루는 에드바르 그리그 박물관, 그리그가 작업실로 사용했던 오두막 등이 모여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이외에도 베르겐에는 유독 음악과 관련된 명소가 많다. 노르웨이에서 가장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베르겐 국립극장을 비롯해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가 있다. 최근에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오래된 요새 중 하나로 꼽히는 베르겐후스 요새가 주목받고 있다. 베르겐이 노르웨이의 수도이던 시절 왕궁으로 쓰였던 곳인데 일반인에게 공개되면서 전시회나 라이브 콘서트 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왕궁 시절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 레트로한 분위기까지 더해져 힙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VisitNorway.com


그림 속을 달리는 기차여행
여행 후 ‘완벽한 노르웨이 여행이었다!’고 말하고 싶다면 베르겐철도Bergensbanen를 놓치지 말 것.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여행 중 하나로 꼽히는 철도가 바로 이곳, 베르겐에 있다. 베르겐철도는 베르겐에서 오슬로 중앙역까지 총 496km를 달린다. 출발 전에는 7시간을 꼬박 기차에 갇혀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엄습할지 몰라도, 일단 출발하고 나면 마술이라도 부린 듯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버린다. 기차여행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낭만과 차창 밖으로 끊임없이 펼쳐지는 황홀한 풍경 덕분이다.
베르겐철도는 아기자기한 마을을 지나 금방이라도 요정이 튀어나올 것 같은 울창한 숲, 맑고 거대한 폭포가 쏟아지는 계곡, 빙하가 만들어낸 신비로운 피오르, 사시사철 만년설이 펼쳐지는 바위산 등 다채로운 풍경을 끊임없이 선사한다. 두 발로 걸어서는 볼 수 없던 황홀한 풍경에 잠시 넋을 놓고 있으면 어느새 또 다른 풍경이 눈과 마음을 빼앗는 식이다. 극적인 풍경 변화에 시간은 건너뛰기 버튼이라도 누른 듯 금세 흘러가버린다.
남은 시간이 얼마쯤 되려나 헤아릴 무렵, 기차는 깊은 산 속을 달려 뮈르달 역으로 향한다. 플롬마을로 향하는 세계적인 산악철도, 플롬철도의 시작점이다. 피오르의 골짜기를 따라 급경사를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며 스릴을 즐기고 나면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뮈르달 역에 닿는다. 이곳에서 플롬철도로 갈아타면 플롬역의 피오르 마을까지 달리게 된다.
플롬역으로 향하는 길은 세계 철도 중에서도 제일로 꼽힌 다. 특히 험준한 산악지대를 가로지르는 20km 구간은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매거진이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 여행길’ 중 하나다.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슬슬 졸음이 몰려오기 마련인데, 창밖으로 계곡과 협곡, 폭포가 황홀한 절경을 연이어 펼쳐놓는 바람에 졸릴 틈이 없다. 화장실 가는 시간조차 아깝게 여겨질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다.
베르겐에서 출발해 3시간 정도 달리면 기차는 베르겐철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핀세 역에 도착한다. 핀세는 고산 산악마을로 기차로만 접근할 수 있어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다. ‘핀세’라는 이름보다 1222라는 숫자로 더 유명한데, 핀세 역의 해발고도를 뜻한다. 높은 곳에 위치한 만큼 만년설이 펼쳐진 툰드라 지역이 특징이다. 이후로는 탁 트인 자연 풍광이 계속해서 감탄을 자아낸다. 드넓은 호수와 장엄한 산, 격렬한 피오르 빙하 등 신비로운 야생 풍경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보면 기차는 어느새 종착역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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