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 가을빛이 훑고 간 자리, 진주성
오색 가을빛이 훑고 간 자리, 진주성
  • 고아라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2.12.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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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진주성

색 바랜 낙엽과 따뜻한 노을빛이 흙길 위에 차분히 내려앉은 어느 늦가을 오후. 성곽 안에 도란도란 모여 있는 명소들과 옛이야기를 찾아 진주성으로 떠났다.


‘진주 여행’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로 진주성은 진주 대표 여행지로 꼽힌다. 고즈넉한 성곽길, 근엄한 자태의 누각, 평화로운 강변 풍경,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문화재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으며 곳곳에서 크고 작은 행사가 열려 규모가 제법 큰 편인데도 지루할 틈이 없다. 또한 진주가 소중히 품고 있는 남강가 언덕 위에 자리해 멋진 전망을 품고 있으며 강 건너에서 바라보는 진주성의 풍경 또한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진주성은 진주 여행자들에게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도시 한복판에 자리해 접근이 쉬운 만큼 그들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것. 때로는 바쁜 일상 속 잠시 쉬어가는 휴식처로, 때로는 지역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삶의 공간으로 함께한다.


진주성이 언제 세워졌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신증동국 여지승람>을 비롯한 여러 사료에 의하면 1377년 왜구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성을 고쳐 쌓았으며, 임진왜란 당시 호남으로 진출하려는 왜적을 막아냈다고 전해진다. 진주성이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임진왜란이다. 당시 임진왜란 3대첩 중 하나인 1차 진주성대첩에서 김시민 장군이 이끈 군사들은 상대에 비해 훨씬 적은 병력으로 승리를 거뒀다.
진주성으로 들어가는 문은 공북문과 촉석문, 서문 등 총 3개다. 그중 공북문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정문이다. 임진왜란 이후 중앙에 내성을 새로 쌓았는데, 이 내성을 지키고 있다. 이름은 임금이 있는 북쪽을 향해 공손히 예를 올린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다른 두 개의 문인 촉석문과 서문에 비교하면 훨씬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데, 한양의 왕을 바라보고 있어 위엄을 갖추기 위해 크게 지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공북문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진주성대첩을 승리로 이끈 김시민 장군 동상이 방문객을 반긴다. 곧이어 진주성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영남포정사문루를 통과하면 김시민 장군의 신위를 모신 창렬사, 진주성대첩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승병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호국사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호국사에서부터는 남강의 풍경을 품은 성곽길이 이어진다. 잔잔한 강물을 곁에 두고 호적한 산책로를 천천히 걷다 보면 발길은 어느새 진주성의 하이라이트인 촉석루에 닿는다. 촉석루는 대한민국 3대 누각으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 누각에 오르면 진주 시내와 남강이 어우 러진 풍광이 한눈에 펼쳐져 미국 CNN이 선정한 <한국에 방문하면 꼭 가봐야 할 곳 50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노을이 아름다워 해질 무렵이면 여행자, 시민 구분할 것 없이 촉석루를 찾아온다. 촉석루에서 내려오면 깎아지른 절벽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강물에 뛰어들었다는 의암이다. 의암 위에는 논개의 사당인 의기사가 자리하고 있다.
의기사까지 둘러보고 난 후에는 들어온 공북문이 아닌 촉석문으로 나가본다. 정문인 공북문만큼은 아니지만 진주성의 대표 명소인 촉석루와 가까워 많은 여행자들이 지나는 문이다. 최근에는 밤이 되면 건물 외벽에 LED 조명으로 화려한 영상을 입혀 새로운 볼거리로 눈길을 끌고 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 미디어 파사드를 진행하고 있는데 ‘진주성 빛의 날개를 달다’라는 주제로 다양한 영상이 펼쳐진다.




성곽길 따라 진주성 산책


공북문
진주성의 내성을 지키고 있는 정문으로 대부분의 여행자와 진주 시민들이 이 문을 통해 진주성을 방문한다. 촉석문, 서문 등 다른 진주성의 문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화려한데, 왕이 있는 북쪽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북문이라는 이름 역시 ‘임금이 있는 북쪽을 향해 공손하게 예를 올린다’는 뜻이다. 17세기 말 경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 , 등의 기록에서 공북문이 등장한다. 한일합방 이후 훼손된 진주성을 복원하는 작업이 이뤄졌는데, 이때 공북문도 함께 복원되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문 위로 2층 누각이 올라 있는 형태를 하고 있으며 정면 3칸 구조다.


영남포정사문루
김시민 장군 동상을 뒤로하고 조금 더 걸어 올라가면 웅장한 자태의 관문이 나타난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2층 누각인 영남포정사문루다. 진주성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건물로 1610년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동문을 고쳐 세운 것이 전신이다. 문루 앞에는 비석이 하나 서 있는데, ‘수령이하개하마守令以下皆下 馬’라 적혀 있다. 과거 경남 관찰사가 업무를 처리하던 곳이라 수령 이하의 사람은 말에서 내려 걸어 들어오라는 뜻이다.


김시민 장군 동상
공북문 바로 앞에 자리한 동상으로 진주성대첩을 승리로 이끈 김시민 장군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임진왜란 3대첩 중 하나인 1차 진주성대첩 당시 3800여 명의 군사를 이끌고 3만여 적군을 상대로 승리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김시민 장군이다. 그는 안타깝게도 이 전투에서 전사했으며 2000년 1월 그를 기억하고자 진주성 공북문 내 7m 높이의 동상을 건립했다. 더불어 김시민 장군을 기리는 둘레길도 생겼다. 김시민 장군 둘레길은 1~3코스로 구성돼 있으며 진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두루 둘러볼 수 있어 여행자들은 물론 진주 시민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촉석루
진주성을 대표하는 명소이자 대한민국 3대 누각 중 하나. 생각보다 웅장한 규모와 수려한 남강 풍경에 실제로 마주하면 감탄이 먼저 터져 나온다. 정면 5칸, 측면 4칸의 규모로 지어졌으며 전쟁 시에는 지휘 본부로, 평소에는 과거를 치르는 고시장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한국전쟁 당시 불에 탔다가 1960년 재건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촉석루에 직접 올라가 볼 수 있는데, 계단을 오르기 전 신발을 벗어야 한다. 맨발로 누각에 올라 탁 트인 남강의 풍경을 내려다보면 마음까지 상쾌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국립진주박물관
임진왜란 격전지였던 진주성에 자리한 만큼 임진왜란을 주제로 경남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탐구하고 전시하는 박물관이다. 1984년 진주성이 시민공원으로 단장되면서 처음 문을 열었으나 임진왜란 전문 기관으로 특성화된 것은 1998년부터다. 임진왜란과 관련된 동아시아 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으며 XR 기반 실감형 콘텐츠 등을 적용해 재미를 더한다. 특히 ‘승자총통, 대첩의 불꽃이 되다’는 이름의 실감 체험관에서는 컨트롤러를 활용해 직접 훈련에 참가하고 임진왜란 진주대첩에 참여하는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이 밖에도 교육이나 행사 등 여행자 또는 지역민과 가까워질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진주성과 달리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만 운영하고 있으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의기사
논개의 영정과 위패를 모시는 사당으로 1740년에 건립됐다. 촉석루 바로 옆 의암 위에 자리하고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목조와가로 지어졌으며 내부에는 논개의 초상화 한 점과 1780년 다산 정약용이 진주를 방문했다가 쓴 <진주의기사기>가 붙어 있어 당시 시대상을 살펴볼 수 있다. 촉석루 앞 작은 섬처럼 떠 있는 의암은 본래 위암이라 불렸으나 논개가 왜장인 에야무라 로쿠스케를 껴안고 뛰어든 후 논개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의암으로 고쳐 부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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