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에서 피어나는 새로움
자유에서 피어나는 새로움
  • 신은정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2.10.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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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상 '퍼즐랩' 대표

공주에는 청년들이 모여 새로운 지역 문화를 만드는 청년마을 ‘자유도’가 있다. 여기서는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고 참견하지 않는다. 그저 모두가 지역을 온전히 느끼고 바라게 만들 뿐. 지역에서의 기회와 경험을 제공하고, 창의적인 시도를 제안하는 청년마을 자유도를 운영하는 퍼즐랩 권오상 대표에게 지역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청년마을 자유도는 어떤 곳인가요?
청년마을은 청년들의 지역 이주나 정착, 지역 청년의 이탈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행정안전부와 공주시에서 실시하는 정책이에요. 풀어가는 형식은 전국에 있는 청년마을마다 다르죠. 자유도가 있는 공주는 서울에서도 가깝고, 갤러리나 카페, 공방, 책방들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방 소도시에서 원하는 요소에 더해 문화예술적인 매력이 있어요. 저희는 그런 장점을 가지고 청년들이 자유도에서 자연스럽게 마을 생활을 경험하고 주민들과도 연결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유도도 마을 안의 유효 공간이나 활용이 덜 되는 공간들을 활용해서 공유 숙소, 공유 오피스, 교육장과 팝업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자유도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만 봐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작년에는 단계별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어요. 첫 단계는 일주일 체류하는 형태로 서울을 떠나서도 공부나 일이 끊어지지 않고, 단절되지 않는다고 느끼도록 계획한 프로그램입니다. 마을 소개나 투어를 하면서 참가자가 자유롭게 느낄 수 있도록 저희는 최소한으로 개입했어요. 특정 주제를 가지고 2박 3일간 집중 워크숍을 하거나, 3주 동안 지역을 둘러보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전문 기술을 활용해 여기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프로그램도 있었고요. 이미 할 일이 정해져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6주 동안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했어요. 지역에서 멘토를 찾고 유사한 업계의 지역 선배들에게 멘토링을 받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본격적인 과정이죠. 완성된 프로젝트를 실제로 지역주민들에게 선보이는 성과 공유회도 열었습니다. 저희가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계획하는 이유는 처음부터 확실하게 지방으로 이주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고, 이미 이주할 계획이 있는 사람들도 무작정 다음 행동을 취할 경우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단계별로 지역에 서서히 스며들고 확신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거죠.





자유도는 바로 정착을 유도한다기보다는 기회를 엿보게 해주는 셈이네요.
맞습니다. 실제로 외부인이 지역을 경험하거나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대면할 기회가 없잖아요. 어느 정도 지역에 관심이 있고, 호감이 있는 상태에서 조금 더 지역의 현실을 알게 하려면 중간 다리를 놔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동네가 마음에 들면 다음 단계에 바로 부동산에 가요. 근데 사실 그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있죠. 땅에 대한 정보들, 동네의 풍이나 분위기가 어떤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니까요. 공주만 하더라도 6·25 때 피난민들이 정착한 동네가 있고, 주변 지역에서 이주해온 분들이 만든 동네가 있어요. 그런 동네마다의 맥락을 알아야 실수하지 않죠. 정보를 아는 게 큰 이득이라기보다 피해야 할 일을 피하고, 동네의 문화를 거스르지 않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줘요. 그건 학습으로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 정보들을 취득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든 거죠.

청년들의 지역 유입을 위한 정책에서 어떤 문제점을 느꼈나요?
내적인 욕구나 자발적인 의지로 지역으로 이주하는 형태가 아니고 인센티브나 일자리로 유인하는 경우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어요. 기회를 보고 온 사람들이 지역과 동화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냐의 문제죠. 들어오는 과정을 돕는 형태로 지원이 이루어 지면 괜찮지만, 지원금이 계기가 돼서 지역으로 오는 것은 위험해요. 이주하고 창업한 걸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지원금은 이미 결심을 하고 들어오고자 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수월하게 들어올 수 있게 해주거나, 당장 들어오고 싶은데 지낼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 단기 임대를 해주는 등 적정한 곳에 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퍼즐랩




올해는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나요?
올해 초에는 마을 생활 설명회를 열었어요. 마을을 투어하고, 공간들을 둘러보고 동네 사람들과 만나는 거죠. 하루 짜리 프로그램을 올해 처음 만들었는데, 기대한 것보다 반응이 엄청 좋아요. 일주일이나 한 달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보다는 시간을 내기도 편하고, 절실한 분들도 많이 찾아오시더라고요. 경기도에서 식당을 하셨던 분은 공주에 살 집도, 가게도 여러 번 알아보다가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셨어요. 지역 사람이나 지역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과 제한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으니까, 정보를 얻으러 오신 거죠.

올해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올해는 지방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역량을 채워주고자 해요. 지방 생활 기술이죠. 트레이닝이 된 사람들이 지방으로 오면 조금은 편하게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신, 몸, 음식, 집, 콘텐츠 다섯 가지 주제로 나눠서 10주간 하고 있어요. ‘짓다캠프’라는 프로그램인데 글을 짓고, 집을 짓고 모두 스스로 해야 한다는 뜻의 이름입니다.
맞춤형 운동처방을 해주고, 식문화를 경험하게 해주고, 재생 공간 워크숍을 통해서 건축 투어도 하고 집수리 워크숍도 하죠. 지역에 살면서 자기 손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하나라도 있으면 비용도 아낄 수 있고, 자신감도 생기니까요. 마지막으로 자기가 하는 일을 콘텐츠로 만들 수 있도록 해줘요. 스킬을 가르쳐주는 곳은 많으니까, 저희는 관점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써보고 사진도 찍어보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거죠.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들은 묶어서 단행본으로 만들기도 해요. 우리가 하는 일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콘텐츠로 만들지 못하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지역에서는 그런 작업들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퍼즐랩



지역에서 커뮤니티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역은 종교나 학교같은 폐쇄적인 지연형 커뮤니티들이 대부분입니다. 사람들이 특정 주제를 가지고 기호나 취향에 이끌려서 만나는 테마형 커뮤니티는 대도시에서만 가능했어요. 대부분 젊은 분들이 지역을 떠나려고 하는 이유도 그런 커뮤니티가 없기 때문이거든요. 익명성이 보장되고, 한번 소속되면 평생 가는 게 아니고 주제에 의해 모였다가 흩어지는 자유로운 형태의 오픈된 커뮤니티들이 지역에 꼭 필요해요. 도시 규모가 클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가능 하지만, 규모가 작은 지역의 경우는 어렵죠. 그래서 초기에 북클럽이나, 스터디 등 테마형 커뮤니티를 많이 만들었어요. SNS를 통해서 모이니까 새로운 조합이 구성되더라고요.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올해는 좀 더 도전적인 시도를 해보려고 해요. 공주의 시니어분이 10년 무상임대로 제공해 주신 노인회관을 베이스캠프로 삼아서 요. 그 공간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팀들을 모아두고 어떤 창의적인 이야기가 나오는지 시도해 보는 거예요. 제약조건을 줬을 때 나오는 창의성이 있으니까요. 그들간의 콜라보를 통한 실험장을 만드는 거죠.
자유도라는 이름이 교육의 의미보다는 태도에 가까운 뜻이거든요. 자유도라는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개인들의 창의적인 생각이 모이면 이 브랜드가 완성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유도라는 공간에서 퍼즐랩이라는 회사나 저도 창의적으로 새로운 방식을 실험하는 연구원 같은 거죠. 저희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살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실험이 벌어지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런 곳들이 있는 곳은 대부분 대도시인데, 지방도 그런 곳이 되고자 하면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목표가 있다면?
공주는 역사적으로 지역 중심지 역할을 했던 곳이라 자연환경, 주민들의 인문적인 환경 등 생활환경이 굉장히 좋아서 정착하기 좋은 곳이에요. 그렇다면 좋은 사례들이 만들어져야 하죠. 지역에 자리 잡고 계속 운영되는 공주만의 모델을 만들고 싶어요. 사명감이나 책임감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어떤 의지로서의 목표가 아니라 자유도가 지금처럼 운영된다면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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