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의 쉼표, 충주의 자연
바쁜 일상의 쉼표, 충주의 자연
  • 고아라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2.09.0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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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자연 명소

중심에는 이국적인 풍경의 너른 호수가, 주변에는 크고 작은 산이 둘러싸고 있는 충주. 그 속에 있으면 도심에서의 소음과 답답한 일상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수주팔봉
‘물 위에 선 여덟 개의 봉우리’라는 뜻의 수주팔봉. 물맛이 달아 ‘달천’이라 불리는 강에 비치는 능선이 여덟 개의 봉우리처럼 보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조선시대에 철종이 여덟 개의 봉우리가 비치는 물가에서 노는 꿈을 꾸었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다고. 꿈에서 깬 후 비슷한 곳을 수소문하여 찾은 곳이 바로 수주팔봉이다. 철종은 직접 수주팔봉을 찾아 꿈에서처럼 달천에 발을 담그고 한참을 놀았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물길을 돌리기 위해 능선을 절단하여 예전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약 500m에 이르는 거대한 바위가 독특한 절경을 뽐내 충주의 명소로 꼽힌다. 이런 압도적인 장관을 옆에 두고 하룻밤을 묵으면 어떤 기분일까. 달천은 전 구간이 상수원 보호 구역이라 취사나 야영이 불가하지만 유일하게 팔봉교 아래 일부 구간이 개방 돼 있다. 이곳은 팔봉 마을이 여름철 캠핑장으로 운영하는데, 물가의 백사장과 자갈밭 등 마음이 가는 곳에 텐트를 칠 수 있다. 화려한 장막을 두른듯한 암벽 아래, 달천의 잔잔한 물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걱정과 근심이 모두 씻겨 내려가는 기분. 샤워장이나 개수대 같은 편의시설은 없지만 화장실이 있어 당일치기나 하룻밤으로 즐기기 좋다.
충주시 살미면 토계리



ⓒ충주시

하늘재
문헌이 기록하고 있는 최초의 길이라 알려진 이곳은 충주를 찾았다면 꼭 한 번은 들러야 할 대표적인 명소다. 경북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에서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로 향하는 경계에 자리한 고개로 높이 525m이다. 삼국시대(156년) 신라의 아달라왕이 북진을 위해 개척했다고 전해지며 고구려 온달과 연개소문이 빼앗긴 하늘재를 다시 찾기 위해 끈질긴 전쟁을 벌였다는 기록이 있다. 1800여 년 전부터 교통의 요지 역할을 했던 하늘재는 조선 태종 때 새재길이 열리면서 역할이 축소됐다. 그렇게 잊혀지는 듯했으나, 오랜 세월을 품은 만큼 커다란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고 충주 미륵대원지 삼층석탑과 같은 문화재가 곳곳에 숨어있어 이제는 어엿한 충주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입구에 들어서 미륵대원지와 은행나무 길을 지나 숲이 깊어지면 폭신한 흙길과 다양한 나무가 도시에선 느낄 수 없던 힐링을 선물한다. 중간에는 마치 김연아 선수가 ‘스파이럴’ 자세를 취한 듯한 모습을 닮은 ‘김연아 나무’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위로를 얻으며 천천히 오르다 보면 어느새 해발 525m 정상에 닿는다.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


충주호
지금의 충주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국적인 풍경을 품은 호수다. 지금이야 충주를 대표하는 명소지만 충주댐이 처음 완공되던 1985년만 해도 충주호는 주민들에게조차 낯선 곳이었다. 심지어 남한강 물길을 막아 댐을 만들면서 14개 마을이 수몰되었으니 시선이 마냥 고울 수만은 없었다. 당시 이 마을에 살던 주민들 중 일부는 고향을 떠났으며, 나머지는 수몰되지 않은 지역으로 터전을 옮겼다. 그저 평화로워 보이는 호수에는 사라진 학교와 집들이, 그곳을 드나들던 주민들의 삶과 추억이 한없이 일렁이고 있다. 충주호는 풍경이 워낙 아름답다 보니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다. 물문화관에서 충주나루 앞을 지나 손동리까지 달리다 보면 큰 호반로를 만날 수 있다. 이 길은 충주호를 옆에 두고 나무로 둘러싸인 좁은 숲길부터 시야가 탁 트이는 넓은 길까지 즐길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다. 충주호를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싶다면 유람선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충주나루나 월악나루에서 유람선을 타면 한 시간가량 드넓은 호수를 유유히 누빌 수 있다.
충주시 동량면 함암리 361


악어섬
악어섬은 호수에 맞닿아 있는 산자락이 마치 악어떼가 물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모습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평지에 있을 땐 잘 모르지만 근처 악어봉에 올라 충주호를 내려다보면 여지없이 물가로 나아가는 초록색 악어떼다. 악어봉은 448m의 작은 악어봉과 559m의 큰 악어봉으로 이뤄져 있는데 따로 등산 길이 마련된 것은 아니라 얕보면 큰코다치 기 쉽다. 악어봉 정상에서 펼쳐지는 장관이 워낙 아름다워 여러 사람이 오고 가는 길이 다져지면서 자연스레 등산로가 됐다. 악어봉 입구에는 기다란 나무 막대기 여러 개가 놓 여있는데, 하나 챙겨두면 하산할 때 훨씬 수월하다. 경관이 수려한 곳에는 늘 그렇듯, 악어봉 바로 앞에도 아름다운 뷰를 품은 카페가 있다. 귀여운 악어 캐릭터가 그려진 계단이 있는 <게으른 악어>다. 전면에 악어섬의 풍경이 펼쳐져 계단에 올라 사진을 찍으면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카페는 테라스 석과 통유리창이 있는 실내석이 있어 어디서든 악어섬이 한눈에 담긴다.
게으른 악어 충주시 살미면 월악로 92


ⓒ충주시

월악산
주봉인 영봉의 높이가 1097m에 달해 달이 뜨면 영봉에 걸린다 하여 ‘월악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충주호가 있는 북쪽부터 백두대간이 지나는 남쪽으로 능선이 길게 이어져 충주, 제천, 단양, 경상북도 문경까지 걸쳐 있다. 금수산, 신선봉, 만수봉 등 1000m에 조금 못 미치는 봉우리들이 모여 아기자기한 풍경을 선사하는데, 이 능선을 타고 영봉에 오르면 아름다운 산세와 푸른 충주호가 한눈에 담긴다.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신륵사에서 절골을 거쳐 오르는 길이다. 산세가 평탄한 편은 아니지만 중간중간 데크로 만든 휴식처가 있으며 정상으로 향하는 가장 짧은 코스이기 때문. 봄에는 색색의 봄꽃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깊은 계곡과 울창한 수림, 가을에는 황홀한 단풍, 겨울에는 아름다운 설경이 펼쳐져 사계절 내내 등산객이 찾는 명산이다. 산 자체로도 인기가 많지만 주변에 관광지와 즐길 거리도 많다. 덕주사와 산성지, 신륵사, 중원 미륵리사지 등 문화유적과 사적이 모여 있으며 곳곳에 야영장과 편의 시설이 마련돼 있어 꼭 등산을 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 찾아가 볼만하다.
제천시 덕산면 미륵송계로 1647

비내섬
충주시 앙성면 조천리 남한강에 자리한 섬으로 규모가 30만 평에 이른다. 비내섬이라는 독특한 이름은 섬에 갈대가 무성하게 자라 ‘갈대를 베어내는 곳’이라는 데서 비롯됐다. 이곳은 남한강을 비롯해 수려한 자연 경관을 품고 있으며 앙성온천관광, 전망대, 나루터 등 즐길 거리와 볼거리가 많아 트레킹 코스가 잘 갖춰져 있다. 충주의 풍경길 중 하나인 ‘비내길’이 바로 그것. 관광을 위해 새로 만든 길이 아닌, 옛날부터 마을 사람들이 과수원으로 가는 농로와 강으로 멱을 감으러 가던 오솔길을 엮은 길이다. 비내길은 두 구간으로 나눠진다. 1구간은 양지말산을 중심으로 강변, 숲, 논까지 삼색 길을 걸을 수 있는 7km 코스, 2구간은 1구간에 새바지산임도, 비내마을, 비내섬 구간을 더한 17km 코스다. 두 코스 모두 걷는 내내 평화로운 비내섬의 풍광을 누릴 수 있으며 평지에 가까울 만큼 완만해 어린아이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충주시 앙성면 조천리 412


목계솔밭
장천리 남한강 하중도에 자리한 솔밭. 약 3800평의 솔밭에 수령 100~200년 된 소나무들이 밀집해 있다. 과거 목계마을 촌장이 꿈에 용이 나타나 이곳에 소나무를 심었는데, 가뭄이 들어 하늘에 제사를 지내자 비가 내렸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솔밭을 두고 저우내마을과 목계마을이 대립했는데, 목계마을이 소유권을 가져가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도로를 따라 200여 그루의 소나무가 늘어서 장관을 연출해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캠퍼들에게는 최고의 노지 캠핑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사방이 탁 트인 자연경관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울창한 소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기 때문. 남한강을 앞에 두고 그늘 아래 텐트에 앉아 있으면 마치 자연 속에 홀로 남겨진 듯 고요하고 평온한 휴식이 찾아온다.
충주시 중앙탑면 장천리 412-2

ⓒ충주시


수룡폭포
봄이면 너른 진달래 꽃밭이 장관을 이루는 보련산. 이곳에는 정상에 남동쪽으로 내려오는 길목에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폭포가 숨어있다. 폭 4~5m, 높이 6m의 폭포로, 수직 폭포는 아니지만 넓직한 바위가 3단 폭포를 형성해 그림 같은 풍경을 이룬다. 이중 가운데 폭포가 가장 크고 웅장하다. 가운데 폭포 상단부에 오르면 폭포 암반에 전망대가 마련돼 있어 수룡폭포의 수려한 풍경을 더욱 가까이서 눈에 담을 수 있다. 폭포는 수령 계곡이 되어 흐르는데, 물이 맑고 수량이 많아 특히 여름철에 휴양지로 사랑받고 있다. 수룡리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 올라가면 작은 냇물이 나타나는데, 이 냇물을 따라 계속 올라가다 작은 다리를 건너면 수룡폭포 입구에 닿는다. 여기서부터 300m가량 오르막길을 오르면 수룡폭포로 향하는 작은 오솔길과 화장실, 수도시설 등이 있다. 근처에 충주 온천 여행지인 앙성온천지구와 보련산성 등 명소가 모여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충주시 노은면 수룡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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