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을 오를 땐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벅차더니, 내리막을 달릴 땐 더없이 시원하고 달콤하다. 출발할 땐 까마득하게 느껴지지만 쉼 없이 달리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의 아름다운 풍경이 선물처럼 펼쳐진다. 자전거로 천혜의 자연 충주를 누비며 인생을 배운다.
<새재 자전거길>
충주 탄금대 - 수주팔봉 - 문강 온천 - 수안보 온천 - 소조령 - 이화령 - 문경 온천 - 진남교반 - 점촌 - 상주 상풍교
충주시 남한강 자전거길에서 괴산군 연풍면, 이화령, 문경시를 거쳐 상주시 낙동강 자전거길에 합류하는 자전거 도로이다. 새재 자전거길이 포함된 국토종주길을 이용하면 인천 아라뱃길 끝 서해바다에서 부산까지 종주할 수 있다. 도로의 이름은 ‘문경새재’에서 따왔지만 실제로는 이화령 옛길을 지난다.
새재 자전거길은 국토종주길의 백미라 불릴 만큼 난코스와 수려한 풍경, 즉 당근과 채찍이 공존하는 자전거 도로이다. 특히 새재 자전거길에 만나는 높이 548m의 이화령 고갯길은 4대강 자전거길 중 가장 높고 힘든 구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자전거 좀 탄다는 이들이 꾸준히 이 길을 찾는 이유는 도전정신과 완주 후 뒤따르는 성취감은 기본, 천혜의 자연이 뽐내는 아름다운 경관 때문이다.
새재 자전거길의 시작점은 달천과 남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 충주의 탄금대다. 탄금대는 우륵이 가야금을 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기암절벽을 휘감으며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과 울창한 송림이 최고의 경치를 선사하는 곳이다. 자전거길은 남한강 지류인 달천을 따라 상류로 이어진다. 탄금대를 지나 가장 먼저 만나는 구간은 달천 코스다. 약간의 오르막이 있지만 초심자도 무난하게 오를 수 있을 만한 경사다.
이어 라이더를 맞이하는 풍경은 한가로운 시골마을 한가운데 우뚝 솟은 바위다. 어디서 본듯한 느낌이 든다면 그 느낌이 맞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빈센조>의 촬영지인 수주팔봉이다. 노지 캠핑 성지로도 잘 알려진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데, 특히 마주 보고 선 두 개의 웅장한 바위가 묘한 위압감을 준다. 수주팔봉은 8개의 봉우리를 이룬 하나의 바위였으나 물길을 돌리기 위해 가운데를 뚫으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두 바위는 출렁다리로 연결돼 있으며 이 다리 위에 서면 팔봉 마을의 아기자기한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충주 인기 명소로 꼽힌다. 수주팔봉의 자랑인 팔봉 폭포의 비경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달리다 보면 어느덧 수안보에 닿는다. 수안보는 예로부터 유성, 부곡, 온양과 함께 4대 온천취락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수안보의 자랑인 수안보온천은 1일 채수량이 4800t 이상에 달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모든 온천수를 중앙 집중 관리 방식으로 충주시에서 관리하고 있다. 수안보 온천수는 지하 250m에서 용출되는 수온 53°C 산도 8.3의 약 알카리성 온천 원액으로 리듐을 비롯한 칼슘, 나트륨, 불소, 마그 네슘 등 이로운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탄금대부터 수안보까지 장장 30km를 달려왔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쉼 없이 달려오느라 피곤한 건 자전거뿐만이 아니다. 뜨끈한 수안보 온천수에 몸 을 담그고 긴 라이딩으로 잔뜩 쌓인 몸과 마음의 피로를 씻어내고 나면 마치 출발할 때처럼 리셋이 된 느낌이다. 온천을 즐길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수안보온천 바로 앞에 마련된 수안보물탕 공원으로 가자. 공원을 따라 작은 도랑처럼 길이 나 있는데, 족욕을 즐길 수 있도록 온천수를 흘려보내고 있다. 페달을 밟는 발과 발에 힘을 넣는 다리를 위해 잠시 족욕 타임을 즐기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충주의 명소인 만큼 주변에 충주 향토음식을 선보이는 맛집이 많으니 배도 든든하게 채워가는 것이 좋겠다.
수안보 온천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산악지대에 접어들면서 두 다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악명 높은 이화령 고갯길로 들어서기 전 고난의 예고편이랄까. 먼저 높이 374m의 소조령이 두 발에 모래주머니라도 단듯 속도를 늦춘다. 언덕이 시작되면 경사도에 맞게 서서히 기어를 높여야 한다. 시야에 끝이 보인다면 기어를 낮춘 상 태에서 진입 전부터 최대의 속력을 끌어낸 뒤 단시간에 넘는 것도 체력을 비축하는 방법 중 하나.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는 언덕이라면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기어를 높여 오르는 것이 좋다. 소조령 정상에 올라서면 보상이라도 하듯 백두대간 조령산 일대의 수려한 산세가 시야 가득 펼쳐진다. ‘이 맛에 자전거를 타지!’라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는 풍경이다. 이어 조령산 남쪽 줄기를 넘어가는 이화령 고개가 등장한다. 오르막이 무려 5km 가량 이어지며 경사도 심한 편이라 페이스 조절에 신경 써야 한다. 하지만 미리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고 오르막 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망이 펼쳐져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면 무난하게 넘을 수 있다.
이화령에 오르면 탁 트인 조망이 일품인 휴게소가 나타난다. 이화령은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국내 고개들 중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아름다운 비경을 자랑한다. 고생 끝에 맛본 터라 더욱 달콤한 자연 경관을 마음껏 누리며 충분한 휴식을 취해보자. 미리 챙겨둔 간식과 음료수로 당과 수분을 채우거나 긴 오르막을 오르느라 고생한 자전거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도 좋다. 이화령 고개를 넘고 생태터널을 지나면 드디어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문경 읍내로 향하는 길이다. 내리막길이라고 해서 ‘고생 끝이다’라는 생각으로 안심하긴 이르다. 5km에 달하는 내리막길은 커브가 많은 데다 경사도 심한 편이라 과속했다가는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긴 내리막길에서는 브레이크에 문제가 생기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미리 점 검해둘 것을 추천한다.
문경 읍내를 지나면 강을 따라 쭉 달리게 된다. 시원하게 펼쳐진 잔잔한 강을 옆에 두고 달리니 힘도 덜 드는 기분이다. 여기에 경북 명소로 꼽힐 만큼 황홀한 비경을 선사하는 진남교반까지 만나니 지칠 틈이 없다. 무엇보다도 도착지인 상주시가 가까워지면서 새재 자전거길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생각에 마지막 남은 힘이 불끈 솟는다.
새재 자전거길은 상주종합터미널 역에서 마무리된다. 장장 120km에 이르는 길을 오로지 자전거로 달려왔다는 사실은 잔뜩 쌓인 피로도 잊게 할 만큼 벅찬 감동을 준다. 모든 라이딩이 그렇듯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하게 완주하는 것. 라이딩 실력과 이를 뒷받침해 줄 체력도 중요하지만 안전 장비와 수칙은 필수다. 특히 요즘처럼 더운 날씨라면, 땀이나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헬멧 안에 착용하는 삼각모나 편광 선글라스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