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만 낯선 나라 사우디아라비아. 이 미지의 나라에 다채로운 여행지가 가득하다.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는 전 세계 관광객에게 꽁꽁 닫아놓았던 문을 활짝 열었다. 코로나19가 마무리되어가는 지금,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이 시작됐다.
사막과 오아시스의 만남
알아흐사
물결치듯 펼쳐진 알아흐사 모래 언덕. 알카라 산에 올라 지천에 널려 있는 바위를 깎아 만든 동굴을 탐험하거나 정상에서 오아시스를 내려다볼 수 있다. 모험에 대한 갈증이 있다면 사륜구동 오토바이를 빌려 신기루처럼 펼쳐진 모래 언덕을 탐험해보자. 저녁이 되면, 알아흐사의 분주한 수크 알 카이사리이에서 길거리 상인들의 북적거림과 수천 년 이어져 내려온 역사 속 항구도시의 정겨운 소음을 들을 수 있다.
도시의 중심지인 알호푸프에는 사우디 최초로 건립된 왕립 학교와 동부 주 최초의 마지드인 자와타 모스크가 있다. 수공예품을 파는 노점과 지역 특산 예술품을 파는 거리를 돌아보고, 이 지역에서 유명한 자생 대추야자를 맛보자. 알칼라사와 바리 품종 모두 이 지역에서 재배된다. 알아흐사에서 맛볼 별미로는 붉은 낱알이 독특한 헤사위 쌀과 사리드(빵을 넣은 수프), 마르쿠크(양고기 수프), 사프란향 쌀요리 마즈부스 등이 있다.
볼거리
알아흐사 오아시스 야자나무 숲의 그늘과 수정처럼 맑은 샘이 있는 사막의 오아시스는 야생 그대로의 평원을 따라 누구나 쉬어 갈 수 있는 안식처를 제공한다. 알아흐사 오아시스는 신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인류 문명의 흔적을 보여주는 많은 고고학 유적을 기리기 위해 현재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선정되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의 매력적인 관광지 중 하나로 빠르게 부상했다. 비옥한 땅은 수천 년 동안 상인들과 이주자들이 고대 무역로를 건너는 거점으로 이용되거나 아라비아 반도와 그 너머를 연결하는 연결고리를 형성했으며 메카로 가는 고대 순례자들이 잠시 쉬어 가는 쉼터가 됐다.
자와타 모스크
바니 압드 알 카이스 부족이 7세기에 지은 자와타 모스크는 아라비아 동부에 지어진 최초의 모스크로 추정된다. 또한, 두 번째 금요 기도를 올렸던 곳이기도 하다. 원래의 건물은 수 세기에 걸쳐 많은 부분이 파괴됐지만, 모스크는 최근에 복원됐다.
고대 문명의 흔적
알울라
사우디 왕국의 북서쪽에 위치한 알울라는 메디나에서 북쪽으로 약 325km 떨어진 메카 순례길에 위치한다. 이곳은 인간의 지난했던 고난의 현장이기도 하다. 알울라를 찾는 사람들은 20만년 이상 인류 역사에 걸친 고대 문명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유명한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알울라의 사암 산맥으로 이루어진 지리, 지질, 기후는 문명이 지속적으로 번영하는 데 도움이 주었다. 오늘날 알울라에는 인간의 유산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져 있으며, 다양한 동식물과 수천 년에 걸친 인간 사회의 모습이 펼쳐져 있다.
바람이 많이 부는 광활한 알울라 지역은 기나긴 아라비아 역사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다단의 고대 수도인 헤그라의 돌무덤과 사자 무덤, 자발 이크마의 암석에 새겨진 명문으로 이루어진 열린 도서관, 12세기 알울라 구시가지의 진흙 벽돌집 사이로 이어지는 미로, 18세기 헤그라 요새, 히자즈 철도역 등을 둘러보자. 또 알울라 계곡의 가장 좁은 곳에 위치한 구시가지는 약간 높은 곳에 지어졌으며, 적어도 10세기에 지어진 성채인 무사 빈 누사이르 성에서 내려다보인다. 구시가지는 무역과 순례의 경로, 그리고 농업과 수자원 발전에 있어서 알울라의 역사적 경로의 지속성과 진화를 이해하는 핵심 문화 유적이다. 나바테아 오아시스도 빼놓아서는 안된다.
고대 문명의 교차로
알주프
알주프는 사우디 왕국의 고대 문명 교차로에 자리한 도시로, 화려한 자연경관, 비옥한 토지, 사막 기후를 만날 수 있는 장소다. 사우디 왕국의 최북단에 위치해 석기, 청동기 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오랜 시간 동안의 여러 고고학 유적과 주요 유물을 간직한 곳이다. 나푸드 사막의 산과 계곡, 평탄한 모래 언덕에 형성된 알주프에서는 시시라웰, 알다리 쿼터, 마리드 고성, 알주프 박물관 등 다양한 볼거리와 고고학 유적을 만날 수 있다. 겨울에는 기온이 섭씨 0도까지 내려가 상당히 춥다.
알주프에서는 수백만 그루의 올리브나무, 야자나무, 과일나무가 있고, 수천 톤에 이르는 올리브와 올리브유가 생산된다. 23개 이상의 오일 압착기, 3천 개 이상의 농업 프로젝트와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왕국의 곡창 지대’로 불린다.
볼거리도 다양하다. 서기 1년부터 오랜 기간 통치자들이 본거지로 활용한 마리드 고성 외에도 여러 역사적 유물을 소장하기 위해 이슬람력 1416년에 두마트 알준달에 건립된 알주프 박물관, 이슬람 초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고대 도시 두마트 알준달을 방문하고 탐험할 수 있는 알다리 쿼터, 3천 여 곳의 이르는 올리브 농장 체험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가득하다.
천일야화의 전설
하일
북쪽으로 샤머산, 남쪽으로 살마산 사이에 위치한 하일시는 한때 아라비아 사막의 수도였으며, ‘천일야화’에 등장하는 아라비아 시인 하팀 알타이의 전설이 시작된 곳이다. 하일은 사우디아라비아 북중부 지역의 수도 역할을 하며 메카 순례길의 인기 있는 휴식처로 손꼽힌다. 또한 하일시는 이 지역의 문화를 기념하는 사막 축제는 물론, 나푸드 사막과 하일, 바카, 알가잘라, 움 알쿨반 마을을 가로지르는 랠리용 자동차, 4륜차, 오토바이가 경주하는 하일 국제 랠리 등 국제 행사가 다양하게 개최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알나푸드 사막 끝자락에 위치한 하일을 방문하면서 거대하고 장엄한 붉은 모래사막에 가보지 않는다면 하일을 여행했다고 말할 수 없다. 하일 지역은 현재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암각화의 본고장이다. 하일 외곽에 위치한 자발 움 신만의 주바와 자발 알만조르의 슈와이미스에 새겨진 글귀와 암각화를 통해 1만 년 전 삶의 흔적을 확인해보자.
캐슬 호핑에도 도전할 수 있다. 아리프 요새, 바르잔 성, 알키슬라 성은 모두 방문해볼 가치가 있지만, 이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봉우리 정상에 자리한 아리프 요새다. 세 곳 중 가장 오래됐으며 도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또 다른 방문지로 하일 수크가 있다. 과일, 채소, 사우디인이 가장 좋아하는 대추야자를 구매하거나 도자기나 직물 러그 등의 수공예품을 구입할 수 있다.
왕국의 발상지
디리야
디리야는 사우디 왕국의 발상지이며 사우디의 아름다움, 관대함, 회복력의 상징이다. 디리야에서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가 탄생했으며, 모든 여행자가 경이로움과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 비옥한 강의 계곡이 그늘을 선사하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지형을 갖추고 있어 자연스럽게 메카와 메디나로 향하는 아라비아 반도 동부 및 북부 상인, 여행자, 순례자들에게 휴식처가 될 수 있었다.
1446년 와디 하니파 제방의 비옥한 농경지로 둘러싸인 지역에서 발상한 디리야는 아라비아 반도의 지식 중심지로 성장했다. 아라비아 반도의 인구는 수백 년에 걸쳐 사회와 함께 성장했으며 1744년에서 1818년 사이 사우디 최초의 연합 국가로 통일되었다.
디리야에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알투라이프가 자리하고 있다. 1744년에 지어진 알투라이프는 세계 최대 진흙 벽돌 도시로, 심혈을 기울여 복원되어 여행자들이 왕과 영웅의 발자취를 따라 걷고 사우디 역사와 문화를 탐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리야드 중심부에서 북서쪽으로 약 12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알부자이리 쿼터도 새롭게 부상하는 여행지다. 골목에 들어서면 커피숍, 주스바, 아이스크림 가게, 디저트 가게뿐만 아니라 아라비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수많은 음식점을 만날 수 있다. 다리를 통해 알투 라이프와 연결되는 이 구역은 매주 목요일 밤 사우디 전통 아르다(칼춤) 공연으로 활기를 띄며, 오후 9시부터 알투라이프 유적 아래에서 펼쳐진다.
특별한 항구 도시
제다
제다의 비공식적인 모토는 제다 가이르, 즉, ‘제다는 다르다’이다. 제다는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항구 도시로 무역 상인, 국제 예술가, 메카 순례자 등을 통해 사우디의 어느 도시보다도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오늘날 제다는 사우디의 역동적인 국제 중심지로, 화려한 호텔이 즐비하고 홍해 국제 영화제와 같은 대형 이벤트가 열린다. 이 도시의 중심부는 최근 몇 년 동안 르네상스를 겪은 마법 같은 역사적 장소인 알발라드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제다에서 유명한 무역, 화려한 암초 사이에서 즐기는 스쿠버다이빙, 해산물 낚시 등 모든 것의 중심에는 홍해가 자리한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제다의 구시가지는 고대 상인들이 걷던, 향신료 향이 은은히 퍼지는 수크와 빛나는 전통 빵집이 줄지어 있으며, 고대 왕국을 환기하는 중요한 지역 중 하나다.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가 1925년에 통일 사우디 왕국의 왕으로 즉위하기 전 머물렀던 웅장한 나시프 저택을 포함해 최근 몇 년간 많은 건물이 복원됐다.
4.2km에 이르는 제다의 절벽 도로는 부두, 수영장, 식당 등이 들어선 울창한 산책로 및 자전거 길로 변모했다. 1970년대 이 도시에 처음 도착한 헨리 무어, 호안 미로 등의 상징적인 조각들이 해안을 따라 늘어서 있기도 하다. 많은 이들은 홍해의 석양을 감상하고, 도시 전체에서 보이며 자정까지 거대한 물줄기를 뿜어 올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300m의 킹 파흐드 분수를 보기 위해 이곳에 온다.
과거와 현재의 조화로움
리야드
리야드의 첫인상은 현대적인 대도시다. 도시의 고층 건물 사이로 고속도로가 쭉 뻗어 있지만, 현대적인 도시의 이면에서는 여전히 매혹 적인 수크, 매력적인 박물관 그리고 고대 건축물을 통한 수 세기에 걸친 유구한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모노 갤러리와 녹타 스튜디오 등을 통해 현대 예술을 받아들인 후로 중세 문화와 밀레니얼 문화가 어우러져 아라비아의 근원과 과감히 펼쳐지는 미래를 함께 상상할 수 있는 매력적인 문화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수도의 문화적인 매력을 최대한 느끼며 즐기는 스테이케이션이나 주말 휴가에 어울리는 도시다.
리야드에서 꼭 방문해야 할 곳 중의 하나인 사우디 국립 박물관에는 3700여 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어 아라비아의 오랜 역사를 만날 수 있다. 박물관에서는 선사시대 유골과 광활한 룹알할리 사막에서 발굴한 운석을 시작으로, 이슬람 시대 이전의 아라비아 왕국을 거쳐, 이슬람의 흥망성쇠 그리고 1902년 리야드 수복 후 현대 사우디 왕국의 건국까지 다양한 역사를 만난다.
마스막 요새에서 도보로 몇 분 거리에 위치한 수크 알잘은 1901년 처음 형성됐을 때처럼 여전히 북적이고 활기차다. 타는 듯한 우드의 향기와 명랑한 길거리 상인들의 분주함으로 가득 찬 이곳에서는, 상인들이 일주일 중 가장 귀한 상품을 전시하는 금요일 저녁 하라즈 경매 기간 동안 으르렁거림과 떠들썩함이 절정에 이른다. 금화부터 익살스러운 공예품, 먼지투성이 골동품까지 모든 것을 볼 수 있으며, 사우디 전통 상품인 달라 커피 주전자와 매부리 잠비야 단검 그리고 마브카라 향로를 기념품으로 살 수 있다.
순례자들의 오랜 휴식처
타부크
북서부 도시인 타부크는 요르단과 이집트 순례자들의 오랜 휴식처로 현대 유목민들을 위한 패턴이 있는 러그와 염소털 텐트 커버를 여전히 판매하고 있는 수크 트와힌이 있어 융성한 베두인족 문화를 느낄 수 있다. 타부크는 사우디 해안의 북쪽에 위치하며 야생의 명소를 여행하기 위한 전초 기지로도 활용된다. 도시 동쪽에 10년 동안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예언자 모세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사막에 있는 마가에르 슈아이브의 조각 무덤이나 마그나 근처 모세의 샘을 방문해볼 수도 있다. 옥빛 바다와 햇살이 따뜻한 해변을 원한다면 지역 해안 마을인 하클과 샬마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도 좋다. 타부크에는 멋진 요새가 많이 있지만,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타부크성이 가장 유서 깊다. 1559년에 지어졌다고 알려져 있지만, 기원전 3500년에도 이곳에 성이 있었다는 설이 있다. 성벽 안에는 두 개의 모스크가 마당, 계단, 감시탑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븐 바투타 같은 위대한 탐험가부터 메카와 메디나로 가는 길에 우물물을 마시려고 들렀던 순례자들의 행렬까지 성과 이를 포함하고 있는 도시의 역사를 상세히 보여주는 작은 박물관이 자리한다.
타부크 남쪽 세 개의 계곡이 교차하는 곳에 있는 와디 알디사(야자수의 계곡)의 사암 기둥을 보면, 마치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과 모뉴먼트 밸리가 뒤섞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풍경 대부분이 황토색 사막이지만, 깊은 협곡 사이로 오아시스와 키 큰 식물, 야자나무가 이어지며, 특히 석양이 지는 동안에는 별세계에 온 듯한 느낌이다.
장미의 도시
타이프
타이프는 찾아가는 길부터 이미 짜릿하다. 메카의 분지에서 타이프가 있는 고원으로 가는 길은 산을 따라 구불구불한 길이 이어지며 과일 시장, 장미 농장 그리고 깊은 계곡을 지난다. 타이프는 장미 도시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주변의 와디와 산에서 자라는 향기롭기로 유명한 꽃들 때문이다. 또한, 이곳은 사우디의 비공식 여름 수도로도 알려져 있다.
타이프는 높은 고도에 위치하고 있어 여름 더위를 피할 수 있으며 특히 계곡에서 개코원숭이가 뛰어다니는 알샤파의 아름다운 산이 일품이다. 장미는 4월에 피는 반면, 이 도시는 8월에 절정을 이루는데, 이 시기에는 수크 오카즈 문화 축제와 왕세자 낙타 축제 등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진다.
메카로 이어지는 계곡 위 높은 곳에 위치한 알하다산에는 장미 농장과 자연의 위대함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산으로 향하는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은 고대의 지그재그 낙타길처럼 산기슭을 우아하게 휘돌아 내려간다. 해가 지고 지역 주민들이 망루에 모이면 수평선 위의 산들이 회색빛 그라디에이션을 수놓는다. 사우디에서 가장 긴 경로를 운행하는 케이블카가 알카르 관광 마을의 워터파크와 터보건 슬라이드가 있는 산꼭대기와 와디 사이를 운행한다. 모래 빛깔 건물들을 지나 평화로운 광장으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에 미로처럼 펼쳐진 중앙시장도 빼놓아서는 안 될 여행 명소다. 달콤한 지역 특산 꿀, 향수(특히 장미수와 장미유), 이슬람 의류, 보석류 등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화려하고 향기로운 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