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브랜드여, 영원하라! ⑤ 세이프무역
토종브랜드여, 영원하라! ⑤ 세이프무역
  • 글·김성중 기자l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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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망·제품력·트렌드,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매년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세이프무역(대표 안태국)은 올해로 13년째를 맞이한 중견업체다. 물론 30~40년 씩 된 노장 업체들에 비하면 후발주자이지만, 몇 해만에 아웃도어 시장에서 힘 한 번 못 쓰고 사라져간 업체들에 비하면 세이프무역의 성장은 놀랍기만 하다.

무엇보다 최근 세이프무역은 전국 대형마트의 아웃도어 시장을 선점하면서 상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자체브랜드인 <투스카로라> <에코윈> 그리고 수입 브랜드인 <프로캠피스>를 선두로 내세워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의 대표적인 대형마트 80여 곳에 유통망을 마련해두고 있다. 전국의 20여 개의 대리점까지 합하면 100여 개나 되는 셈이다.

이는 여느 톱 업체들의 매장 수와 비교해도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 세이프무역은 이미 상위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발판을 차곡차곡 쌓아 온 것이다.

유통망의 틈새시장 공략
지금은 세이프무역이 현장 직원까지 포함해 15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튼실한 업체로 성장했지만, 1996년 안태국(45) 대표가 당시 세이프무역상사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했을 때는 어려움이 많았다. 국내 경기도 점점 악화되고 있었고, 무엇보다 안 대표는 아웃도어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을 한 적도 없었다. 든든한 배경이나 산악계와 관련한 인맥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한 가지 관련 분야를 찾자면 오랫동안 해오던 무역일이겠죠. 해외 무역을 담당하고 있어서 해외에 나가는 경우가 잦았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독일과 미국 등의 아웃도어 전시회도 접하게 된 거죠. 몇 해 동안 여러 선진국들을 다니면서 흐름을 파악해보니 아웃도어 시장이 앞으로 국내에서도 큰 성장을 거둘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안태국 대표는 아웃도어 시장에 대한 확신이 들자 곧바로 행동에 옮겼다. 1996년 회사 설립과 동시에 물류센터를 준공하고, <세이프>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새로운 틈새시장을 물색했다. 이미 아웃도어 시장에는 수많은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던 터라 같은 아이템과 유통 방식으로는 답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안태국 대표가 노린 틈새시장은 바로 대형마트 유통망이었다. 1990년 후반은 아직 대형마트에 아웃도어 브랜드가 거의 들어서 있지 않았을 때였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대형마트의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이 그동안 취급점 위주로 판매되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겼다.

“당시에는 대부분의 등산 용품이 동대문과 남대문처럼 취급점이나 대리점 위주로 유통됐어요. 하지만 이미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그러한 과정을 넘어서서 다른 유통 체계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죠. 특히 일본에서는 대형마트나 메가스토어, 혹은 온라인상에서 대부분 판매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와 같은 패턴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판단했죠.”

그의 진단은 정확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소비자들의 발걸음은 대형마트로 이어졌다. 등산 용품을 구매하러 오는 사람들도 부쩍 늘어났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달라진 것이다. 당연히 세이프무역의 매출도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발 빠르게 대형마트 유통을 선점한 것이 통한 거예요. 미국이나 일본을 보면 취급점보다도 대형마트와 온라인상의 구매율이 70~80% 정도를 차지합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많은 아웃도어 업체들이 대형마트 진출을 본격화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죠.”

또한 안태국 대표는 유통망 확보와 함께 새로운 아이템 개발에 몰두했다. 아웃도어 시장에서 ‘어떤 아이템이 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여느 아웃도어 브랜드와 같은 제품으로는 경쟁력에서 앞서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해답은 용품에서 나왔다. 그것도 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오토캠핑용품이었다. <세이프>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출시한 제품이 바비큐 그릴세트, 레저 테이블, 대형 캐빈텐트 등이었는데, 미국·일본·호주 등 해외에서 반응이 좋아 수출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국내에 오토캠핑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지만, 최근 붐이 일면서 수요가 아주 높아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오래전부터 축적해온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서 경쟁력과 품질면에서 타 업체보다 우위를 차지하게 됐죠.”

간판 브랜드 <투스카로라> 런칭

기술력이 축적되고 안정된 유통망이 확보되자 안태국 대표는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했다. 바로 2000년 새롭게 런칭한 <투스카로라>를 앞세운 아웃도어 의류 시장 진출이었다. 미국 동부지역의 인디언 부족의 이름을 딴 <투스카로라>는 런칭과 동시에 아웃도어 시장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내년이면 10번 째 생일을 맞이하는 <투스카로라>는 현재 세이프무역의 간판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톱 브랜드로 키우는 게 목표입니다. 최근에는 오토캠핑용품도 함께 전개하는 등 제품 라인을 훨씬 보강했어요. ‘생활 속의 아웃도어’라는 콘셉트에 맞게 어떤 활동이나 환경에도 어울리는 멀티 패션 아웃도어 브랜드로 만들 것입니다.”

<투스카로라>는 기존의 탄탄한 유통망을 통해 판매가 이뤄지면서 인지도도 높아지고 판매량도 크게 늘어났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고가 전략을 펼치던 것과 달리 중저가 마케팅으로 공략한 게 그대로 적중했다.

“제품의 질은 높이고 가격 거품을 빼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어요. 사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을 보면 거품이 너무 많습니다. 이는 고가의 원자재, 재고 부담, 고가의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 등을 원인으로 들 수 있어요. 하지만 소비 패턴은 점점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 아웃도어 시장에도 실속형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가격이 저렴하면서 제품력이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원자재의 선택과 가격, 그리고 판매망의 트라이앵글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안태국 대표는 이를 위해 매년 100일 이상을 해외 출장을 나가 거래 업체를 확보하러 다니기도 했다. 여기에 전국의 유통망을 모두 통일된 전산시스템으로 운영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가격 형성에 큰 몫을 담당했다.

현재 <투스카로라>는 트레킹, 트래블, 캐주얼, 비즈니스 라인을 비롯해 고기능성 의류인 익스트림 라인 등 아웃도어 전반에 걸쳐 활용할 수 있는 제품군을 구성해 놓았다. 여기에 오토캠핑용품까지 더해져 토털 브랜드로의 진출을 서서히 준비해가고 있는 중이다.

“처음 브랜드 이름을 정할 때 반대도 많았어요. 이름이 길고 투박하다는 의견이 대부분 이였죠.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기 위해 많은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브랜드도 어떻게 잘 다듬어 나가는가가 중요합니다. <투스카로라>는 몇 년이 걸리든 계속해서 갈고 다듬으면서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저·중·고 가격대 구성으로 다양한 소비층 섭렵
세이프무역은 국내 고어텍스 의류에 대한 소비가 많은 만큼 독일 브랜드인 <프로캠피스>의 전개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투스카로라>와 함께 자체 브랜드인 <에코윈>은 캐주얼 라인 위주로 전개할 예정이다.

즉 <프로캠피스>는 고가, <투스카로라>는 중가, <에코윈>은 중저가로 구성해 각 브랜드별로 차별화를 둔다는 게 안 대표의 전략이다. 또한 최근 세이프무역은 다양한 홍보와 마케팅 활동도 진행중이다. 자연보호 캠페인을 비롯해 불우이웃 돕기 음악회, 등반대회 등을 실시하면서 브랜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제는 아웃도어 상위 업체로 진입해야죠. 이를 위해 중국 시장 진출도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오랫동안 사랑 받는 업체로 남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과 누구보다 발 빠른 시장 파악이 필요하겠죠.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국내를 대표하는 아웃도어 업체로 성장할 것입니다.”

탄탄한 유통망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 정확한 시장 흐름 판단, 그리고 적극적인 브랜드 마케팅 등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세이프무역. 이제 상위 업체 대열에 ‘세이프무역’이라는 이름의 출사표가 던져질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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