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밝히는 이들
그림자를 밝히는 이들
  • 신은정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2.07.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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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렬 울릉산악구조대장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울릉도가 더 빛나고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 이유는 그림자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울릉도를 사랑해서 묵묵히 산을 오르는 사람들, 울릉산악구조대다.


찬란한 경관을 가진 신비로운 울릉도. 이색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이 섬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하고 푸른 바다에 둘러싸인 화산섬이라,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신비한 자연을 품고 있다. 화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흘러내리며 곳곳에 남긴 아찔한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루고, 성인봉은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모양새다.
우리나라의 어느 지역보다 멋진 자연환경을 가졌지만, 밝은 곳은 그림자도 더 짙은 법. 분화구였던 나리분지를 제외하고는 평지가 거의 없고, 가파른 산세를 이루고 있다. 때문에 아름다운 광경을 보여주지만 그 뒤에는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울릉도에는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수호자들, 울릉산악구조대가 있다.

ⓒ울릉산악구조대



“수십 년을 살아도 울릉도의 산은 늘 새로워요. 울릉도에 오면 육지에서 볼 수 없는 식생도 만날 수 있습니다. 또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선물받죠. 봄에는 푸릇한 새싹, 여름에는 우거진 녹음, 가을에 물든 단풍도 멋지고, 눈이 소복이 쌓인 울릉도의 겨울 설경은 두말할 것도 없고요.”
울릉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하는 한광렬 대장. 독도박물관장이자 울릉산악구조대장을 맡고 있는 한광렬 대장은 울릉도가 고향이다. 학업을 위해 잠시 육지로 나갔다가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며 다시 울릉도로 돌아왔고, 울릉산악회 활동을 시작했다. 한광렬 대장이 울릉산악구조대장을 맡은 지는 10년이 넘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한산악구조협회에서 우수대원상을 수상한 바 있다.

ⓒ울릉산악구조대

ⓒ울릉산악구조대

“어렸을 때부터 산은 항상 함께였습니다. 육지에 나갔을 때도 등산은 늘 다녔을 만큼 산을 좋아하죠. 육지로 돌아와 울릉산악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암벽등반 등 본격적으로 산을 타는 기술들을 습득하기 시작했어요.”
울릉산악구조대는 울릉산악회에서 출발했다. 1973년, 울릉산악회가 창립되며 본격적인 산악구조활동이 시작된 것. 울릉산악구조대라는 공식적인 명칭이 생긴 것은 91년도의 일이지만, 비공식적인 활동은 50년 가까이 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울릉산악구조대원들은 말 그대로 ‘울릉도 전문가’다. 울릉산악회 활동으로 주말마다 산행을 하고 암벽등반 훈련도 부지런히 하기 때문에 어느 누구보다 울릉도 지형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울릉도에도 119소방안전센터가 있지만, 육지에서 온 소방대원들이 수백 개에 이르는 계곡과 해발 700m를 넘는 20여 개의 산을 품은 울릉도의 지형을 완전히 파악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간단한 사건·사고는 소방안전대원들이 해결하지만, 절벽에서 조난·실종 사건이 발생해 위험지역을 수색해야 하는 경우에는 울릉산악구조대가 출동한다. 지난 2013년도부터만 세어 봐도 울릉산악구조대가 진행한 활동은 40건이 넘는다. 아찔한 상황을 많이 마주한 한광렬 대장은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울릉산악구조대

ⓒ울릉산악구조대

“돌아보면 아시겠지만 울릉도는 숲이 깊고 산이 워낙 험준하기 때문에 보기에는 편한 길 같아도 가다 보면 절벽이 나오는 등 아찔한 경우가 많습니다. 정해진 등산로를 벗어나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요. 특히 겨울에 혼자 산행하는 건 정말 위험한 일입니다. 언제 또 눈보라가 칠지 모르니까요. 눈이 많이 오면 길이 보이지 않아서 길을 잃을 수도 있어요. 산행에서는 무엇보다도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특이한 지형과 예측 불가한 기후가 산악 훈련에 적합하기 때문에 전국 산악연맹이 훈련을 위해 울릉도에 모이기도 할 정도라니, 계속해서 안전을 강조하는 한광렬 대장이 충분히 이해된다.

ⓒ울릉산악구조대

ⓒ울릉산악구조대

이들은 울릉도를 안전하게 만드는 일에도 동참하고 있다. 평소 구조 활동에 대비한 산악 훈련과 실종자 수색·수습 작업 외에도 울릉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작업을 도맡아 한다. 산나물을 캐는 철이 되면 사고에 대비해 정찰을 나가거나, 위험지역에 있는 안전 장비를 정비하고 암벽 루트나 바윗길을 개척하기도 한다. 노인봉, 용바위암, 석포장군암, 독도가는길 등 울릉산악구조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울릉도 한마음회관 안에는 청소년들에게 클라이밍 교육을 진행하는 실내암장을 만들어두고 강습을 열기도 한다.


울릉산악구조대원들은 산과 울릉도를 사랑해서 자발적으로 구조 활동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울릉산악구조대는 순수 민간단체로, 자원봉사활동인 셈이다. 출동장비를 보관할 사무실도 없으며 경비조차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 각종 위험한 사건·사고를 해결하고, 사체를 수습하면서 고강도의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고충이 있지만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과 주민들의 안전만을 생각하며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어떤 사명감이라도 있는 걸까 질문을 던지니, 한광렬 대장은 당연한 일을 하는 거라고 말했다. ‘우리가 아니면 안 되니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안심하고 울릉도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저희는 산에서 받은 것을 산으로 돌려주는 거예요. 재미있게 등산하고 몸도 건강히 가꿀 수 있었으니, 산에서 생기는 문제도 당연히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산에게 받은 혜택을 산으로, 사회로 환원하는 거예요. 받은 만큼 당연히 베풀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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