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을 위한 카페
'견'을 위한 카페
  • 신은정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2.06.14 0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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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오·이다히 '견로당' 대표

4명 중 한 명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대. 인제에도 반려견과 반려인을 위한 카페가 있다. 애견 동반 카페 <견로당>을 운영하는 김광오·이다히 부부는 카페를 넘어 새로운 반려동물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근처에는 김광오·이다히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 <견로당>이 있다. 작년 6월에 오픈한 견로당은 인제의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600평 규모의 넓고 푸른 잔디 마당을 갖추고 있어서, 반려인들에게는 인제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힐 만큼 반려견에게 최적화된 환경을 갖춘 곳이다. 새로운 견로당을 위한 정비가 마무리된 5월 초, 하늘이 푸른 날에 김광오·이다히 부부의 반려견들인 코비와 보리, 쨈이가 뛰어놀고 있는 견로당을 방문해 그들이 인제에서 써 내려가고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카페, 펜션 운영과 함께 임시보호 활동도 하고 있다고요.
이다히 미국 리트리버 구조단체에서 임신한 상태의 리트리버를 구조하게 됐고, 8마리의 새끼들을 낳게 됐는데 미국으로 가기 전까지 보호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임시보호를 시작하게 됐죠. 견로당을 운영하면서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으니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견로당이라는 이름이 재미있어요.
반려견과 함께 올 수 있는 카페니까, 이름만 들어도 그 의미가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흔한 이름은 짓기 싫었고, 시골스러우면서도 친근한 이름을 찾다가 반려견+경로당을 합쳐 견로당이라고 지었어요.

인제와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인제에 내려온 지 6년 차에요. 이곳에 연고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었어요.
김광오 원래 고양시에 살고 있었고, 서울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아내는 디자인 관련 일을 했고, 저는 체육교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잘 맞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힘들어하던 와중 유럽여행을 계획하던 시기에 일을 그만두고, 인제에 부모님이 가지고 있는 땅이 있어서 이곳에 오게 된 게 5년이 넘었네요.
무모한 도전이었죠. 남편의 꾸준한 설득에도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당시에 남편이 삶을 바꾸지 않으면 그 생활에 익숙해져서 새로운 도전을 하지 못하게 될 거라고 말했고, 젊을 때 도전하면 실패하고 돌아와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말에 제 마음도 움직이게 됐어요. 새로운 삶을 살아보자고 결심하고 인제로 오게 됐죠.

반려견 동반 카페인 견로당은 600평의 큰 규모로 유명한데요. 이렇게 넓은 땅에서 카페 건물을 크게 지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마당을 넓게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카페를 시작하기 전에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알게 된 분들이 이곳에 많이 놀러 왔어요. 당시엔 아무것도 없는 공터에서만 함께 어울렸는데도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이런 곳이 많이 없으니까요. 이곳을 꾸며서 지인분들이나 반려인들이 다 함께 놀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취지에 맞게 건물에 힘을 주기보다는 반려동물이 함께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을 크게 만들자고 생각했죠. 반려견들은 마당을 더 좋아하니까요(웃음).
저희 목적은 수익을 많이 내는 게 아니라, 반려견 커뮤니티를 만드는 거였어요. 지인들이 참새방앗간처럼 놀러 오던 것을 시작으로, 커피라도 한 잔씩 대접하고자 소소하게 시작했던 게 견로당이라는 하나의 반려견 커뮤니티로 발전한 거죠.

방문한 사람들의 후기를 읽어보니, 반려견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안전한 카페라는 칭찬이 많더라고요. 카페를 운영하면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안전이 1순위죠. 카페를 오픈하고 일주일 정도 됐을 때, 제가 놀러 온 강아지에게 물리는 사고가 발생했어요. 손이 많이 찢어져서 6바늘 정도 꿰매는 수술도 했죠. 아픈 것은 둘째 치고, 카페를 열자마자 이런 사고를 먼저 겪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이런 사고가 또 발생하면 반려견 동반 카페를 운영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했고요. 그때부터 경기도 광주에 있는 훈련소에서 애견훈련사 과정을 들으면서 거친 강아지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방문한 반려견이 우리 카페에 들어와도 안전할지 판단하는 능력도 갖췄어요. 지금은 제가 항상 중앙에서 모든 반려견을 통제하며 관리하고 있어요. 문제 있는 강아지들의 행동교정도 도와주고 있고요. 많이 올 때는 50마리 정도 오는데, 20마리 내외 정도가 가장 적당해서 동시간에 카페에 들이는 개체도 조절하고 있어요. 다행히 그 이후로는 그런 사고가 나지 않았죠.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큰 개와 작은 개가 모두 어울려서 놀 수 있다는 점을 견로당의 장점으로 꼽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위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주방 위생은 당연한 거고, 아무래도 마당이 넓다 보니까 야외 환경에 부단히 신경 쓰고 있어요. 강아지들은 뭐든지 주워 먹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잔디밭에 약을 치지 않고 손으로 관리하죠. 흘린 음식이나, 쓰레기가 없도록 수시로 관리하고 있어요. 자연이다 보니 벌레가 많아서 진드기도 관리해야 하고요. 이곳에 와서 즐거워야지, 탈이 나면 안 되니까요.

확실히 마당이 넓고, 천연 잔디다 보니 손이 많이 갈 것 같아요.
잔디 관리가 굉장히 어려워요. 견로당의 트레이드마크가 푸릇푸릇한 자연 잔디이기 때문에, 그 풍경을 보고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반려견들이 뛰어놀면서 잔디를 밟으면 토양이 딱딱해지는 경질화 현상이 생기고, 다음 잔디가 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항상 관리해 줘야 해요. 사실 인조잔디를 사용하면 편하긴 하거든요. 하지만 인조잔디는 강아지들이 화상을 입기 쉽고, 냄새에 취약해요. 만약에 강아지들이 배변을 했을 경우 인조잔디는 자정작용이 안 되기 때문에 위생적으로 좋지 않아서 힘들더라도 천연 잔디를 고집하고 있는 거죠.

그렇게 힘들게 관리하지만, 카페를 운영하면서 좋은 순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손님들이 여기만 한데가 없다고, 좋다고 해주시면 그게 제일 뿌듯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저에게도 좋은 점이 있죠. 처음 인제로 내려왔을 때 아는 사람이 없는 게 힘들었어요. 얘기를 나눌 친구가 없는 거죠. 무료하게 지내던 와중에 견로당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돼서 즐거워요.

실제로 방문객들이 많나요?
지역 주민분들이나 군 가족분들도 많이 오시고, 생각보다 외지에서 많이 찾아주세요. 반려견과 이렇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 보니까 서울이나 강원도에서도 많이 찾아오세요. 처음에는 이렇게 많은 분이 와주실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자작나무숲이나 인제 여행객들 중에서 반려견을 데리고 왔지만 관광지에 같이 들어갈 수 없어서 견로당으로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앞으로 견로당이 어떤 공간이 됐으면 하나요? 새로운 계획이 있나요?
원래는 오후 6시에 문을 닫았는데, 야간에도 견로당을 열고 싶어서 계획하고 있어요. 펍으로 운영하려고요. 평일에는 방문해 주시는 분들이 적다 보니 일주일에 4일만 운영하는데, 문을 여는 날만이라도 견로당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좀 더 오래 즐기실 수 있도록 저녁에도 운영하려고 해요.
지역 주민들에게는 스트레스 해소의 공간이 됐으면 해요. 반려견과 와서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공간, 타지인들에게는 인제하면 견로당이 꼭 떠오를 정도가 됐으면 좋겠고요. 인제를 대표하는 반려동물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요.


견로당의 주인으로서, 반려인으로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반려견을 동반하고 갈 수 있는 관광지가 많아졌으면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제에서는 반려견에 대해서 폐쇄적인 곳이 많아요. 인제의 대표적인 관광지라고 하는 곰배령, 자작나무숲, 백담사 등 거의 다 반려동물이 함께 들어가지 못해요. 인제군의 반려동물 문화가 좀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어요. 견로당으로 시작해서 인제의 반려동물 문화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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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경 2022-06-15 21:07:45
예전부터 지켜봐온 곳인데 이렇게 기사가 났네요
반려견 사업을 돈으로만 보지 않고 상생을 생각하며
견로당을 가꾸고 운영하시는게 넘 좋고 믿음이 가는 곳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