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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아라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2.06.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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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여름에 만난 자작나무 숲은 낯설고도 황홀했다. 연둣빛으로 반짝이는 잎사귀와 설산에 와있는 듯 새하얀 나무들은 마치 여름과 겨울, 두 계절을 한 번에 만난 듯 묘한 풍경이다.

강원도 인제읍 원대리에 위치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1989년부터 1996년까지 무려 자작나무 70만 그루를 심어 만들어진 곳이다. 본래 소나무 숲이었으나 솔잎혹파리의 피해로 벌채한 후 자작나무숲으로 조성했다. 2008년부터 유아 숲 체험원으로 운영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2012년에는 숲속 교실, 전망대, 생태연못, 인디언 집, 나무다리, 나무계단, 가로숲길, 탐방로 등 다양한 시설을 정비하면서 인제 대표 관광지로 거듭났다. 이후 <1박2일>, <용팔이>, <집사부일체>, <캠핑클럽> 등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에 등장하며 유명세를 탔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자작나무 코스, 치유 코스, 탐험 코스 등 총 7코스의 탐방로로 이뤄져 있으며 각기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익히 아는, 곧게 뻗은 하얀 자작나무가 빼곡하게 늘어선 풍경을 보려면 약간의 고생은 감수해야 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언덕을 올라 입구에 도착하면 자작나무 숲으로 향하는 두 갈래의 코스가 펼쳐지는데, 왼쪽은 경사가 완만한 원대임도(아랫임도), 오른쪽은 비교적 가파르지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원정임도(윗임도)다. 아이와 함께 찾은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라면 원대임도를 추천한다. 길이 평탄해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고, 길이 끝나면 곧바로 탐험 코스가 이어진다. 일반적으로는 원정임도를 타고 올라가 자작나무 숲이 펼쳐지는 1코스와 3코스를 돌고 원대임도를 따라 내려오는 코스를 택한다. 에디터 역시 조금이라도 먼저 자작나무 숲에 닿기 위해 원정임도로 향했다. 초소부터 자작나무 숲까지 약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되는 코스로, 산길을 지나 인제의 청정 자연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길이다.


처음에는 말끔하게 포장된 완만한 길이 점차 거친 산길로 바뀐다. 갑자기 드러난 산비탈에 살짝 당황했지만 역시 경사가 심하지 않고, 서로 얽힌 나무뿌리가 계단 역할을 해주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초소를 떠난 지 1시간이 조금 넘었을 무렵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나무 푯말이 등장했다. 그 뒤로 새하얀 자작나무들이 빼꼼 모습을 드러낸다. 깊이, 더 깊이 들어갈수록 자작나무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기 시작한다. 계속된 산길에 피로가 슬슬 밀려오던 참이었는데, 팔과 다리에는 힘이 솟고 눈은 개안된 듯 시야가 맑다. 나무계단을 올라 1코스로 들어서자 사방이 새하얗다. 초여름에 펼쳐진 설원 풍경에 기분이 묘해진다. 길이가 20m에 달하는 자작나무들은 하늘 높이 솟아있어 바깥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듯하다. 밖에서 들어올 수 있는 건 오로지 나무 사이로 새어 들어온 햇빛뿐이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자연의 품에 안긴’ 기분일까. 낯설고 신비로우면서도 한없이 아늑하다.

황홀경에 빠져 빼곡한 하얀 기둥 사이를 거닐다 보니 어느새 3코스가 끝나는 지점이다. 자연의 품을 벗어나는 것이 아쉬워 2코스도 도전해 볼까 했지만 ‘위험코스’라는 이름처럼 야산을 넘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 제대로 정비해서 다음 기회에 다시 도전해보리라. 본래 탐험 코스를 지나 원대임도를 따라 하산할 계획이었으나 원대임도 길을 재정비 중이어서 왔던 길로 되돌아 내려갔다. 분명 오를 땐 평범한 산길이었던 것 같은데, 다시 보니 우리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숲이다. 이름 모를 귀여운 야생화가 배웅을 나오고 싱그러운 녹음이 흔들흔들 작별 인사를 건넨다. 자작나무 숲을 방문하기 전엔 지금의 계절이 겨울이 아닌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초여름에 찾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산을 오르는 동안 흘린 땀을 슥 닦아주는 시원한 산바람, 발길이 향하는 곳마다 피어있는 색색의 야생화, 햇볕을 받아 더욱 새하얗게 빛나는 자작나무들까지 시선이 닿는 곳마다 감동이 물결친다. 명성이 자자한 한겨울의 자작나무 숲을 아직 경험해 보진 못 했지만, 누군가 여름의 자작나무 숲은 어떠냐고 묻는다면 ‘한여름에 아름다운 설원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 답할 것 같다.
자작나무숲은 산불방지나 자연 생태계 보전을 위해 2월부터 5월 중순, 1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통제하고 있으나 기후에 따라 조금씩 변동이 있으니 방문 전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강원 인제군 인제읍 자작나무숲길 760
fore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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