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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퀴로 떠나는 세상 구경
두 바퀴로 떠나는 세상 구경
  • 김혜연
  • 승인 2022.05.1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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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 브롬핑

꼬박 일 년을 기다려온 벚꽃 시즌이 돌아왔다. 팝콘이 팡팡 터지는 벚꽃 극장, 하동 십리벚꽃길을 향해 달려갔다.

벚꽃비가 내리는 나무 사이를 가로지르는 로망을 실현하고자, 이번 여행은 접이식 자전거 브롬톤에 야영 장비를 실어 떠나는 브롬핑으로 진행한다. 철저한 계획 하에 떠나는 여정을 좋아하지만, 오늘은 봄 속에 흠뻑 취하고 싶은 마음을 앞세워 즉흥적으로 떠나본다. 구례구역까지 기차를 타고 섬진강 자전거 길을 따라 이 세상 꽃을 다 만나고 올 작정이다.
장비들을 꾸려 집 밖으로 나오자 반짝이는 햇살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자전거 앞뒤로 장착할 장비 가방과 자전거까지 짊어 지느라 내려앉을 것 같던 어깨가 날개 달린 듯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나 꽃 보러 간다!’
자전거 캠핑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장비를 꾸리는 실력도 늘어가는 것 같다. 콤팩트하고 야무지게 꾸린 배낭과 자전거를 싣고 기차는 굽이굽이 철길을 달려 구례구역에 도착한다. 브롬핑은 대부분 기차를 이용해 떠날 수 있는 곳을 찾는다. 기차는 버스보다 자전거와 짐을 싣기가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브롬핑을 준비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이 부분을 참고해 장소를 결정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꽃소식이 바람을 타고 퍼졌는지 구례구역은 시골의 오일장처럼 차와 사람, 자전거들로 붐볐다. 꽃이 다 팔리는 것도 아닌데 혼잡한 역 분위기에 마음이 바빠진다. 자전거를 펼쳐 단단히 백을 고정하고 힘차게 페달을 밟아 두 바퀴 꽃 여행을 시작한다. 섬진강 자전거길에 완전히 들어서기 전에는 도로 옆 비좁은 갓길을 이용해 달려야 한다. 주변을 잘 살피고 이동해야 하며 안전장비(헬멧, 장갑, 후미등)를 항상 착용하는 것이 철칙이다. 시작부터 도로 양쪽으로 아담하고 풍성하게 꽃을 피운 벚꽃나무가 반겼지만 수많은 차량들을 피해 이동하느라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버렸다.

마음이 더 급해졌다. 조금 뒤 차량 진입이 없는 섬진강 자전거 도로로 진입했다. 곳곳에 표지판이 잘 되어있고 차도 옆쪽으로 파란색 라인이 그려져 있어 길을 잘못 들 일 없이 잘 찾아갈 수 있다. 자전거 도로에 들어서니 전투를 벌이던 영화 속 장면이 한순간에 장르가 바뀐 듯 조용하고 평화롭다. 잔잔하게 반짝이는 강물 위로 설탕가루를 듬뿍 발라놓은 핫도그 같은 벚나무들이 줄을 잇고, 그 위로 지리산의 아늑한 산맥이 보일 듯 말 듯 웅장한 실루엣을 자랑한다. 이따금씩 종알거리는 새소리와, 벚꽃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한껏 뽐을 내는 산수유, 매화, 그리고 초록빛 나뭇잎들이 색색이 조화를 이뤄 황홀한 봄날을 실감케 한다. 오늘은 약 30km 이동 후 야영을 해야 하는데, 초반부터 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갈 길이 멀지만, 잠시 자전거를 멈추고 따뜻한 햇살과 그림 같은 경치에 흠뻑 젖어들어본다. 간질간질한 햇볕을 받으니 내 속에 있는 스트레스와 나쁜 생각들이 아지랑이처럼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오늘도 어김 없이 자연에게 치유받고 있다.

얼마나 햇볕에 취해있었을까? 반가운 메시지가 도착한다. 지방에 살던 친구가 섬진강 벚꽃 아래 캠핑 중이라는 소식이었다. 동네 어르신께서 장소를 찾고 있던 친구에게 사유지에 야영할 자리를 내어주신 모양이다. 야호! 이게 바로 무작정 떠나온 여행의 묘미 중 묘미다. 어르신과 친구 덕분에 드디어 벚꽃 아래에서 야영하는 로망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친구도 꽃도 보고 싶은 마음을 담아 열심히 페달을 굴리기 시작했다. 구례에서부터 하동까지는 벚꽃들이 빼곡해 어느 길을 달려도 새하얀 터널이다. 천천히 걸으면 벚꽃을 누리는 것도 좋지만, 제한된 시간 안에 더 많은 벚꽃과 다양한 구례, 하동의 모습을 볼 수 있기에 자전거로 떠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하얀 비를 뿌려대는 벚꽃나무 터널 사이를 달리다가 뻥 뚫린 시원한 자전거 도로도 마음껏 달려본다. 곧이어 차도 옆 비좁게 그려진 자전거도로를 외줄타기 하는 마음으로 달리다, 꽃구경으로 꽉 막힌 차들 옆으로 외줄타기 설움의 한을 풀 듯 쌩쌩 달려보기도 한다. 한참을 봄위를 달리다가 드디어 노래에도 등장하는 그 유명한 화개장터에 다 다랐다. 차도 사람도 맛있는 음식도 많은,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곳을 그냥 지나치기 싫어 잠시 자전거를 세웠다. 편의점에서 간단한 요깃거리와 시원한 음료를 사와 테라스에 철퍼덕 앉았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부터 내게 눈을 떼지 못하던 엿을 파는 사장님이 쓱 걸어오시더니, 주인을 잘못 만나 자전거가 고생이 많다고 한다. 인정한다. 가방에 붙은 마이기어 패치를 알아보시고 인사해 주신 분도 있었다. 서울에서 온 중년 부부는 강아지와 함께 여행을 왔고, 자전거 여행을 하는 나에게 너무 대단하고 부럽다며 본인들도 브롬톤을 가지고만 있었는데 당장 타고 한강이라도 나가야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며 즐거운 여행을 응원해 주었다. 근사한 꽃나무 아래서 그림 같은 경치를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북적이는 도로 옆 편의점 테라스에서의 우연한 만남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잠시 달콤한 사람 사는 구경을 마치고 다시 출발한다. 화개장터를 지나 쌍계사로 가는 도로는 빈틈없이 벚꽃들로 가득하다. 십리벚꽃길의 시작인 거다. 누군가 하동 십리벚꽃길을 두고 강 이곳저곳, 산자락, 언덕 지천에 벚꽃이 환장하게 흐드러지게 피었다고 했다. 그 표현이 딱 와닿는 순간이다. 정말이지 환장하도록 아름답게 벚꽃 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흐드러진 꽃 때문이었을까, 기다리는 친구가 있어서 였을까. 설렘이 최고조에 오른다. 약간의 오르막을 만나도 굴리는 페달이 가볍기만 하다. 하늘은 밝고 맑으며, 벚꽃은 눈부시게 찬란하고, 코끝은 꽃향기로 아찔하다. 하나라도 놓칠까 봐 이리저리 고개를 바삐 돌리던 그때, 저 벚꽃 자락에서 친구가 반갑게 소리친다. 이런 환영은 오랜만에 받아본다. 도로 주변이라 조금 생뚱맞긴 했지만, 탄탄하고 푹신한 바닥에 그것도 흐드러진 벚꽃나무 아래 텐트를 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동네 어르신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고 싶다. 친구들과 짧지만 여운이 긴 만남을 뒤로하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비로소 혼자, 흔들리는 벚꽃 아래 조용한 밤을 맞는다.


이른 새벽, 투욱 투욱 텐트를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빼꼼 텐트 문을 열었더니 꽃잎이 잔뜩 쌓여있다. 바람에 날린 꽃잎이 텐트를 두드린 거다. 일찍부터 꽃 구경을 온 다른 이들을 생각해 서둘러 머문 자리를 철수한다. 언제나 그렇듯 아니온 듯, 흔적 없이. 자전거 캠핑을 할 때는 장비를 간소화하는 것은 물론, 자전거 앞과 뒤에 무게를 적절히 분산시켜 장비를 꾸려 장착해야 운행 중 안전하고 힘들지 않게 다닐 수 있다. 텐트의 경우 전실(이너텐트와 플라이 사이의 여분의 공간)이 넓고 출입이 양방향으로 가능한 양문형 텐트나 터널 형태의 텐트를 사용하면 자전거를 불안하지 않게 텐트 내부에 보관할 수 있고, 출입도 수월하다. 짐을 꾸리는 동안 바람은 나무를 흔들어 내게 벚꽃비를 내려준다. 세상에서 가장 황홀한 비가 아닐까 싶다. 정리를 마치고 아침의 상쾌한 빛을 받아 한껏 영롱한 벚꽃나무를 배경으로 추억을 여러 장 남긴 후 어제와 다르게 한산해진 벚꽃길을 마음껏 만끽하며 일상으로 돌아왔다. 무작정 혼자 하는 여행길에 누군가 기다리는 목적지가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 된다. 달리는 내내 외롭지 않고 마음이 든든하다. 벚꽃을 찾아 떠나온 여행길이었지만 사람을 향한 여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자연은 내게 아름다운 풍경과 더불어 좋은 사람과의 만남까지 아낌없이 내어주고 말았다. 다음 여행에 나도 자연에게 무슨 선물을 주고 올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겠다. 구례구역을 떠나오며 하얗고 풍성한, 향기로운 팝콘이 가득했던 벚꽃 영화는 여기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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