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에서 자란 꿈
갯벌에서 자란 꿈
  • 신은정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2.05.13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승우 '바지락총각' 대표

바지락 생산량이 전국의 40%에 달하는 바지락의 고장, 고창. 이곳에서 바지락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사람이 있다. 한승우 '바지락총각' 대표가 바지락과 함께 꾸는 꿈은 고창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원래 전혀 다른 일을 하셨다고요.
산림학과를 졸업하고 산림조합에서 조교 생활을 했었어요. 농업은 인건비도 많이 들어가고 돈도 땅도 많아야 하기 때문에 자본이 있지 않으면 못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업은 자연에서 다 키워주는 거잖아요. 그래서 바다에서는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에 마침 지인분이 고창에 있는 바지락 회사에서 같이 일하자고 제안했어요. 그렇게 2013년에 고창으로 와서 일하던 중 뜻이 달라서 회사를 나오게 됐고, 2015년에 바지락총각이 생겼어요. 처음엔 자본이 없으니까 600만 원으로 비닐하우스를 지어서 시작했죠. 첫 2년 동안은 인근 지역을 돌면서 팔았는데, 아무도 안사더라고요. 기존에 알고 지내던 분이 팔아주시고, 그 지인 분들 소개해 주시고. 그렇게 조금씩 큰 거죠.

대풍수산, 바지락총각이라는 두 개의 이름이 있는데요.
처음 이름을 생각하는 중에 마을 어른분들이 작명소에 맡기셨더라고요. 큰 대, 풍요로울 풍 자를 써서 대풍수산. 어르신들의 뜻을 받아들여 대풍수산으로 지내왔어요. 그러다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회사명을 가지고 싶어서 바지락총각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창업 초기 총각시절, 그때의 초심을 잊지 말고 즐겁게 일하자는 뜻에서요.

고창으로 온 지 8년이 됐어요. 실제로 내려와 보니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가장 큰 문제는 자본이었어요. 비닐하우스는 계절에 따라 열악한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었죠. 우기 때는 바지락이 염기가 안 맞아서 죽고, 덥거나 추워서 죽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죠. 요즘은 인건비나 자잿값이 높아진 상황이라 자동화 설비를 갖추지 않고서는 곤란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설비가 중요한데 그런 걸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이 한정적이었죠. 지금은 공장이 있지만, 초기에는 비닐하우스가 궂은 날씨를 가려주지 못했어요. 그때 동상에 걸려가며 힘들게 일했던 팀원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거죠. 저는 총괄적인 그림을 그리고 자금을 마련하는 일을 주로 했다면, 이은화 부대표님, 진나영 공장장님, 김하평 이사님이 실질적인 업무를 지탱해 주셨던 버팀목이에요. 지금도 힘든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오늘 직접 보니 바지락을 손질하는 일이 보통이 아니더라고요.
저희 직원분들만이 아니라 바지락을 다루는 일 자체가 고돼요. 바지락 일을 평생 해 오신 이 동네 어머님들만 봐도요. 아침 조업을 하고 나면 오후에는 밭일하러 가셨다가 저녁에는 또 바지락을 까셔서 손발이 다 휘는 거예요. 시멘트 바닥에 앉아서 겨울에는 땔감을 떼 가면서 일하고요. 여기서 태어났다면 저렇게 힘들게 일하시는 어머니가 계실 수도 있잖아요. 여기는 오랜 기간 동안 바지락을 다뤄온 곳인데도 왜 개선하지 않을까라는 불만이 있었지만, 돈이 없고 가진 게 없다 보니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이 부분도 차츰 해결해 볼 생각입니다.

바지락총각은 보관과 유통이 어려운 바지락의 문제점을 동결건조로 해결했어요.
이 동네에서는 모두 바지락 생물 유통업을 하기 때문에, 같은 밥그릇을 가지고 싸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차별화된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죠.
생물은 유통기한이 짧아요. 이틀이면 많이 죽죠. 가족에게 나눠줘도 한번 먹고 냉동실에 몇 개월 있다가 버려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요. 고객들도 냉동실에 보관하면 잊어버려서 못 먹고, 냉장실에 두면 상해서 못 먹는다며 보관법이 불편하다고 했고요. 조업하시는 어머님들을 보다가, 버려지는 바지락을 보면 울화통이 터져요. 생산자 입장에서는 몸 아파가면서 판매하는 바지락인데 버려지게 만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상온에 보관할 수 있고 해감할 필요도 없는 편리한 제품이 필요했어요. 요즘은 1인 가구도 많아 간편한 걸 선호하고, 안전한 식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요. 그래서 상온 유통해도 신선하고 물에 불려서 식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죠.


건조하는 방법은 많은데, 왜 동결건조를 선택했을까요?
해외시장을 조사했는데 냉풍, 열풍, 마이크로 건조가 적용된 제품은 있더라고요. 하지만 그 방법들은 본연의 맛을 지키기에는 부족했어요. 또 대부분 냉장유통인 제품이에요. 냉장 보관을 안 하면 건조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곰팡이가 생기죠. 그런 제품은 기존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동결건조 바지락은 상온에 두고도 상할 염려 없이 먹을 수 있어요. 동결건조는 다른 건조 기법에 비해서 단백질 변형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기도 해요.
다른 건조 방법은 하루면 되지만, 동결건조는 5일 이상 건조를 해야 해요. 실질적으로 동결건조식품을 만들기 위해서 20일 정도 작업이 소요돼서 생산성도 적고 비쌀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저희 타깃은 실버세대나 1인 가구, 즉 힘들이지 않고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찾는 분들이죠.
상온 유통할 수 있는 제품이 출시되니 유통비가 적게 들어서 해외 바이어들이 제품이 비싸더라도 유통비에서 가격을 맞출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해외로도 수출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컵라면 같은 가공식품이나 간편식으로도 개발하려고 해요.

그럼 바지락총각의 동결건조 제품을 어떻게 먹으면 가장 맛있을까요?
10분 정도 물에 불리면 생물처럼 변하니까 바지락을 사용하는 요리는 다 만들 수 있어요. 바지락비빔밥으로 드셔도 좋고, 클램차우더나 파스타도 좋죠.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분말로 사용하는 거예요. 멸치나 건새우처럼 껍질이 딱딱하지 않은 연한 속살이기 때문에 갈아서 사용하면 걸리는 게 없이 부드럽게 넘어가요. 분말로 만든 뒤 천연조미료로 이용하시면 비린내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잘 드세요.


대표님에게는 고창이 제2의 고향이 아닐까 합니다. 고창 자랑을 좀 해주신다면요?
저도 노력하고 있지만, 고창군에서도 굉장히 노력해요. 어느 지역을 가도 혼자 귀농한 사람은 혼자에요. 혼자 다 해내야 합니다. 하지만 고창은 군청에서 지역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지역에 관심을 가지는 행정을 펼치고 있어서 큰 힘이 돼요. 지역 자체에서 자랑거리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제가 바지락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을 때 파생력이 더 큰 거죠. “저희 제품은 황토에서 나오는 천연 미네랄을 먹고 자랐고, 유네스코에 선정된 청정 갯벌에서 난 바지락입니다”하면서 자랑할 수 있어요. 또 고창이 한국의 첫 수도인 만큼 풍요롭죠. 땅에서는 해풍을 맞아 맛이 좋은 복분자, 수박이 나고 바다에는 조개류 등이 나요. 자연적인 여건이 좋다는 건, 신이 내린 지역인 거죠.

바지락을 가공식품, 간편식으로 개발하는 것 말고도 새로운 계획을 가지고 계시다고요.
처음 바지락총각을 창업했을 때, 바지락 껍데기가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을 해결하고 싶었어요. 지금도 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고요. 쉽게 말해 자원인 바지락이 하나도 버려지는 일이 없는 전처리 라인을 생각하고 있는 거죠.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동종업계 분들도 공동화할 수 있어요. 해양수산부에서도 버려지는 바지락 껍데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저희 마을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저희도 바지락 껍데기의 칼슘 성분을 다양한 소재에 활용하기 위해 연구하고 계획 중에 있어요. 창업 초기에 10년을 보고 계획을 세우면서 하나씩 이뤄왔어요. 지금 8년째니 2년 정도 남은 셈인데, 지금 증축하고 있는 공장이 완성되는 9월부터는 이 계획의 결과도 눈으로 보일 것 같아요. 꿈꾸고 노력해온 과정의 일부가 실현되고 있어요. 이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함께하는 동료분들과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새로운 바지락 전문 기업의 꿈을 후대를 위해 만들어 갈 거예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