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과 사랑에 빠진 여행작가
고창과 사랑에 빠진 여행작가
  • 고아라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2.05.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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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남 '모로가게' 대표

삶은 우연에 우연이 겹쳐 하나의 그림이 되는 작품이다. 여행자였던 그가, 여행길에 우연히 만난 고창에서 여행자들을 맞이하는 삶을 살게 되리라고는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했다. 어떤 작품이 탄생하게 될지 궁금하다는 그는 여전히 삶에 새로운 채색을 입히는 중이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여행작가 김수남입니다. 여행가, 작가, 여행사 대표 등 다양한 수식어가 있지만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지나고 있는 여행자’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흔히 인생을 긴 여행 길이라고 하잖아요.

여행작가가 된 계기가 궁금해요.
원래 여행을 좋아했어요. 취미로 여행을 자주 다니기도 했지만 여행업을 하면서 여러 지역을 다니다 보니 데이터가 많이 쌓였어요. 당시엔 SNS 문화가 자리 잡기 전이라 주로 신문사나 여행잡지에 기고했습니다. 여행작가로서 첫 기억을 더듬어보니 ‘하이텔’에서 명예기자로 활동했던 일이네요.

책도 내셨다고요.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남긴 사진과 글들을 모아 <여행의 재발견, 구석구석 마을여행>, <경춘선 사계절 여행>, <우리 아이 창의력을 키우는 체험학습여행> 등을 출간했습니다. 그중 <여행의 재발견, 구석구석 마을여행>은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이에요. 농어촌의 여러 마을을 여행하면서 각 마을의 특색과 무궁무진한 매력을 발견했는데, 이를 널리 알리고 싶었거든요. 농어촌 마을을 개발하는 농촌체험관광 컨설팅을 하면서 꾸준히 사진과 글로 마을을 기록해 책으로 펴내게 됐습니다.


주로 농촌 여행을 많이 다니시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여행에는 테마가 있어요. 누군가는 식도락 여행을 좋아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오지 여행을, 혹은 럭셔리 여행을 즐기죠. 저는 다양한 여행 중 농촌 여행을 좋아합니다. 고창에 오기 전, 여행사를 운영하며 체험학습 교육여행 프로그램을 다뤘어요. 우리 아이들과 함께 체험학습을 다니다가 문득 다른 아이들도 이런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한 일이였죠. 자연스럽게 역사 기행이나 자연 여행, 전통문화 여행, 농촌문화체험을 주로 다녔는데, 그중 농촌 체험에 관심이 생겨 결국 귀농까지 하게 됐네요.(웃음)

국내의 수많은 농촌 중 고창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고창에 카페를 운영하고 고창 관광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다루다 보니 고창 토박이로 오해하시는 분도 있지만 본래 서울에 있었어요. 여행 중 고창의 다양하고 아름다운 매력에 빠져 긴 도시 생활을 접고 선운산 뒷자락에 정착하게 됐습니다. 벌써 11년 전이네요. 고창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버라이어티한 동네에요. 역사, 자연 생태, 농촌문화 등 다양한 자원들이 생생하게 살아있죠. 가장 유명한 고창읍성부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인돌, 농촌문화가 잘 개발된 상하농원과 학원농장, 생태 자원의 보고인 갯벌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품고 있습니다. 그간 관광사업과 농촌체험마을 컨설팅을 했던 경험을 살려 고창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했어요. 그러던 중 고창 여행을 안내하고 여행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2020년 4월에 모로가게를 오픈했습니다.


코로나와 시기가 겹쳤네요. 운영이 힘들진 않으셨나요?
고창에 정착하면서부터 고창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고민했어요. 여행자로서 인상 깊었던 고창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여행자들끼리 정보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죠. 모로가게는 2017년부터 기획했고 오랜 꿈을 실현 시킨 공간입니다. 코로나가 막 시작할 때쯤이라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여기서 좌절하면 더 큰 아쉬움이 남을 거라 생각했어요.

모로가게는 어떤 곳인가요?
여러 가지 기능을 하고 있어요. 누구나 편하게 와서 쉬어갈 수 있는 카페이자, 고창 여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관광 프로그램을 연계해 주는 여행사, 여행 서적 전문 출판사와 여행작가분들이 기부한 700여 권의 책을 볼 수 있는 도서관입니다. 여행 중 필요한 노트북, 블루투스 키보드, 컬러 출력기 등 간단한 사무 지원과 여행 짐 보관 서비스 등도 갖추고 있어요.

안팎을 가득 채운 벽화와 사진이 인상적이에요.
미술을 공부하는 한 고등학생의 작품이에요. 내부의 기린 그림은 케냐의 ‘기린 매너 호텔’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해외로 나가는 길이 막혀 답답할 여행자들을 위해 해외여행 기분을 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벽화 앞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음료나 디저트를 올려놓고 사진을 찍으면 기린 매너 호텔처럼 기린이 손님의 음식을 먹는 듯한 그림이 나와요. 모로가게의 포토존입니다. 외벽에는 여행을 떠나는 토토로 그림이 있어요. 그림을 그린 학생이 의 토토로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여행자 카페의 벽이니 여행 느낌이 물씬한 토토로 그림을 완성한 거죠. 내부에 전시된 사진들은 제가 직접 여행을 하며 찍은 것들이에요. 기린 그림 옆에 전시된 것은 해외, 넓은 벽에 전시된 것은 고창의 사진들입니다. 두 달에 한 번씩 지역을 바꿔 전시하고 있어요.


독특한 메뉴가 인상적이에요.
처음 카페를 오픈한다고 했을 때, 동료 여행작가들이 ‘인스타 감성’의 음료를 추천해 줬어요. 이것저것 시도해 봤는데 제가 그런 감성이 없어서인지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방향을 바꿔 모로가게에 어울릴만한 메뉴를 개발했어요. 고창의 특색을 담거나 고창 지역의 특산물을 사용해 다른 카페에서는 볼 수 없는 모로가게만의 메뉴를 완성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어요. 시그니처 메뉴는 ‘솔바람 댓잎소리 에이드’, ‘아로니아 요거트 스무디’, ‘우슬식혜’에요. 솔바람 댓잎소리 에이드는 지난해 모로가게에서 운영했던 고창읍성 투어 프로그램인 <솔바람 댓잎소리 고창읍성 여름나기>에서 따왔습니다. 해설사, 소리꾼과 함께 고창읍성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인데 반응이 뜨거웠거든요. 고창읍성의 풍경을 연상시키는 초록색과 하늘색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음료입니다. 아로니아는 항산화 성분이 많고 혈액 순환 개선과 혈관 강화에 효과적인 건강식품이지만 생과로 먹기엔 맛이 떫어요. 몸에 좋은 아로니아를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아로니아 요거트 스무디입니다. 우슬식혜는 아마 모로가게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료가 아닐까 해요. 약으로도 쓰이는 우슬 뿌리를 고아 만든 식혜인데, 국제슬로푸드협회 ‘맛의 방주’에 등재된 음식입니다. 우슬식혜를 먹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여럿 있을 정도로 인기 메뉴입니다.

기획 중인 새로운 프로그램이 있나요?
오픈할 당시만 해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다 실현하진 못했어요. 위드 코로나 시대인 만큼 여러 인원이 함께 움직이는 단체 여행보다는 소그룹이나 가족 단위의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입니다. 일반적으로 소수의 그룹은 해설사나 가이드를 신청하기 어려웠는데, 한 가족을 위한 해설사나 가이드가 파견되는 것이죠. 소수 인원인 만큼 분야도 세분화할 생각이에요. 저처럼 귀농을 생각하고 있는 가족을 위한 귀농 상담, 불교 신자를 위한 불교문화 여행 등 눈높이나 취향에 맞춘 안내자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고창 전문 여행자로서 추천하고 싶은 숨은 명소가 있다면?
고창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인 ‘미소사’를 추천하고 싶어요. 방장산 자락에 자리한 아담한 산사인데 사방이 신록이에요. 특히 5월이면 아기자기한 야생 봄꽃이 곳곳을 수놓아 분위기를 더하죠.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산을 올라야 만날 수 있는 숨겨진 곳에 자리한 만큼 조용하고 아늑해 온전한 힐링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인생은 긴 여행’이라고 하셨어요. 모로가게 다음엔 어떤 여행을 하고 싶나요?
좀 더 적극적으로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사업을 하고 싶어요. 단순히 여행 정보를 나누는 것을 넘어 삶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공간이요. 자연 속 마을에 도시인과 주민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작은 테마공원을 꾸리고, 그곳을 고창의 여행 명소로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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