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이 어우러지는 고창 청보리밭
하늘과 땅이 어우러지는 고창 청보리밭
  • 신은정 | 양계탁 사진기자, 한국관광공사, 아웃도어DB
  • 승인 2022.05.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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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학원농장 청보리밭

고창에서는 파란 하늘과 초록빛 청보리가 어우러진 광경을 만날 수 있다. 봄의 중간쯤 닿은 이맘때쯤, 청보리는 그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다.


청보리밭으로 유명한 고창의 학원농장. 학원농장이라는 이름은 이 지역의 옛 지명인 ‘한새골’에서 유래한다. ‘한새’는 고창에 많이 서식하는 백로와 왜가리 등을 이르는 말인데, 주 설립자인 이학 여사의 이름인 ‘학’자에 들을 뜻하는 한자어 ‘원’을 붙여 학의 들이라는 뜻을 가진 ‘학원농장’이라 지어졌다.

4월의 초순. 청보리밭의 자랑인 청보리와 유채꽃이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시기에 방문해 아쉬운 첫걸음을 뗐다. 하지만 청보리밭은 10만 평이 넘는 넓은 규모를 가졌기 때문에 처음 마주하면 그 장활한 광경만 봐도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다. 4월 중순에 절정을 이루는 청보리는 초록빛 물결을 만들고, 그 위에 노란 물감을 떨어트린 듯 넓은 땅의 일부는 유채꽃으로 물든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도 충분한 감동을 선물한다. 얼른 청보리를 가까이서 만나고 싶어 입구 쪽으로 뛰듯이 걷는다. 그러다 마주친 금빛 손바닥에 올라앉은 청보리가 있는 곳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한다.


학원농장의 청보리밭에는 5개의 산책코스가 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찾고 대표적인 산책코스는 보리밭 사잇길로, 도보로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전망데크에서부터 원형돔 2개를 통과해 정자를 지나 전망대에 닿는 길이다. 안내소부터 시작되는 농장길은 중예마을방향에서 시작해 연방죽방향, 도깨비이야기길을 지나 차 없는 거리에 도착한다. 외에도 잉어못을 두르며 걷는 님그리는길 코스, 팔각정을 지나 유채 꽃밭으로 가는 노을길, 트랙터관람차에 탑승해 청보리밭을 거쳐 백민기념관으로 가는 마중길이 있다.

ⓒ한국관광공사


청보리가 절정을 이루는 매년 4~5월 사이에는 청보리밭 축제가 열린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부터 잠정 중단된 상태지만, 축제에서는 보리밭을 가로질러 청보리의 품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보리밭 사잇길 걷기부터 시작해 보리피리 만들어 불기, 보리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 고창에서 나는 농산물을 판매하기도 했다. 8~10월에는 메밀꽃잔치, 보리가 지고 메밀꽃이 피기 전에는 해바라기잔치가 열린다. 축제 시즌이 아니거나, 굳이 축제가 열리지 않는 해라도 청보리밭에서 한숨을 돌리며 잠시 쉬었다가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관광공사


이곳이 처음부터 청보리의 초록빛 물결이 넘실대던 곳은 아니었다. 60년대에는 오동나무, 삼나무, 뽕나무 등을 심고 양잠을 했고, 70년대에는 목초를 심어 한우를 키우고, 80년대에는 수박이나 땅콩 등을 재배하는 곳이었다. 그러다 지금의 설립자 진영호가 귀농한 1992년, 보리와 콩을 심기 시작한 것. 노동력과 노동시간을 절약하고자 시작했던 보리농사가 그 푸르고 아름다운 경관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게 되자 보리가 지고 나면 노는 땅이 돼버렸던 다른 계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후 경관이 아름다운 메밀, 해바라기, 코스모스를 가을 농사로 지으면서 학원농장 관광 사업이 시작됐다. 이런 연유로 봄, 여름, 가을만 되면 눈부신 풍경에 이끌려 이 드넓은 땅에 사람들이 북적이게 됐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자연. 매번 회색 풍경만 보다가, 자연이 길러낸 색감으로 물든 땅이 하늘과 맞닿은 듯한 풍경에 절로 웅장함을 느낀다.

학원농장의 청보리밭은 그 특유의 평온한 분위기 때문에 많은 영화나 드라마 속의 배경지로 출연하기도 했다.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으로 나왔던 나무 오두막은 유채꽃밭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 영화 <스물>에 세 청춘들이 배낭여행을 떠나는 길목의 배경이기도 했고, 뽕나무를 사이에 두고 국군 표현철과 인민군 리수화가 큰일을 보다 눈이 마주치는 장면을 연출했던 영화 <웰컴 투 동막골>, 가을의 하얀 메밀꽃밭이 나왔던 영화 <식객>등 수없이 많은 장면을 빛냈다.
청보리밭의 매력은 직접 보는 순간 바로 느낄 수 있지만, 그 표면적인 아름다움만을 보기 위해 스치듯 지나가지 않았으면 한다. 이곳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충분히 머물며 오래 마음에 담아서 그림 같은 청보리밭에서 인생의 한 장면을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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