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의 삶과 지혜가 담긴 삼척의 맛
선조들의 삶과 지혜가 담긴 삼척의 맛
  • 고아라 | 일러스트 서 영
  • 승인 2022.04.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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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대표 음식 5가지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삼척은 예로부터 해산물과 산나물로 만든 다양한 음식이 발달했다. 지역에서 얻은 신선한 재료와 선조들의 지혜로 완성된 삼척 대표 음식 5가지를 꼽았다.

삼척 대게
삼척 지역의 바다는 수심 120~350m와 수온 섭씨 2.3~10.3도로 대게가 산란하고 서식하기 알맞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최적의 환경에서 나고 자란 대게는 당연히 맛이 좋아 예로부터 인기가 많았다. 1980년대 이후 삼척 대게가 동해안 별미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어획량이 크게 감소돼, 현재 12월 1일에서 이듬해 5월 30일까지로 어획 기간을 제한했다.
삼척 대게는 쪄서 먹는 것이 일반적인데, 약간의 물과 함께 청주나 소주를 넣고 훈증하기 때문에 ‘삶는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대게를 찔 때는 반드시 죽어 있는 것을 사용하는 게 포인트다. 살아있는 대게를 솥에 넣으면 대게가 몸을 비틀면서 다리가 떨어지거나 몸통 속 내장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메밀국죽
산지가 많고 넓은 평지가 드문 삼척은 쌀 대신 감자나 옥수수, 메밀 등을 이용해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메밀은 추운 곳이나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 구황작물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다른 곡물에 비해 우수한 단백질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곡류에 부족한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B1, B2, 철분이 함유돼 주식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과거에는 가난한 서민들이 메밀쌀에 멸치와 감자, 시래기나물 등을 넣고 끓여 끼니를 해결했는데, 현대에는 이 음식이 건강식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 음식이 바로 삼척의 향토 음식인 메밀국죽이다. 찐 메밀, 두부, 콩나물, 감자 등의 재료가 들어가 다양한 식감이 특징이다.

곰치국
이름 그대로 ‘곰치’라는 생선으로 끓인 국. 강원도 삼척 지방의 향토 음식이다. 서해에서는 ‘물텀벙이’라고도 부르는데, 곰치를 잡은 어부가 못생긴 외모를 보고 다시 물에 텀벙 던졌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한때 생김새와 무른 살 때문에 먹지 않고 버리는 생선이었지만 삼척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건 순전히 ‘맛’ 덕분이다. 삼척항의 어부들이 일과 후 한잔 걸치며 해장국으로 끓여 먹기 시작했는데, 국물이 시원하고 담백하며 비린내가 없고 살이 부드러워 애주가들의 최애 요리로 꼽혔다.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하여 먹는데, 원조는 묵은지를 넣고 칼칼하게 끓여내 ‘시원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곰치국이다.

곰취장아찌
취나물인 곰취는 보통 깊은 고산지의 습한 곳에서 자생하는데, 청정 산나물 자생지인 삼척의 두타산에서 자란 곰취가 특히 유명하다. 맛과 향이 좋고 칼슘, 철분, 비타민 A 등 영양분이 풍부해 삼척 주민들은 쌈, 부침, 무침 등 다양한 요리로 만들어 먹어 왔다. 곰취는 늦봄에만 수확할 수 있어 1년 내내 먹기 위해 장아찌로 담갔는데, 이것이 바로 삼척의 별미로 꼽히는 곰취장아찌다.
곰취장아찌는 정성이 필요한 요리다. 곰취를 다듬은 후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이를 끓는 물에 삶은 다음 소금물을 붓고 10일 정도 삭힌다. 곰취의 잎이 노릇하게 바뀌면 물에 헹군 다음 채반에 건져 물기를 빼놓는다. 곰취를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아 간장 달인 물을 붓고 곰취가 떠오르지 않도록 돌로 눌러 놓는다. 3~4일 정도 삭힌 후 간장 달인 물을 꺼내어 끓인 다음 다시 식혀서 붓는다. 이 과정을 2~3회 반복한 다음 3~4주가 지나야 제대로 된 곰취장아찌를 맛볼 수 있다.

서거리깍두기
삼척 주민들의 식생활에서 생선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한식의 중심에 있는 김치조차 생선이 들어간다. 배추와 무를 기본 재료로 사용하면서 생선의 머리나 뼈 등을 함께 넣고 담그는데, 그중에서도 고산 지대에서 고랭지 농법으로 재배한 무로 담근 서거리깍두기가 대표적이다. ‘서거리’란 명태의 아가미를 일컫는다. 서거리를 소금에 절여두었다가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린 후 재료를 넣어 항아리에 담아 상온에서 숙성시킨다. 5일 정도 숙성시켜야 시원하고 담백한 서거리깍두기의 제맛을 느낄 수 있다.
서거리깍두기는 맛도 일품이지만 건강에도 좋다. 명태 아가미에는 멸치보다 칼슘이 많이 함유돼 있다. 칼슘은 체액의 알칼리성을 유지해 주고 뼈대 조직 생성에 도움을 줘 골연화증, 골다공증 등을 예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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