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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여행자 김성현 작가
느린 여행자 김성현 작가
  • 고아라 | 사진제공 김성현
  • 승인 2022.04.1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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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고 겁 많던 아이는 좋아하는 모든 것에 도전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망설임 없이 실천하는 멋진 어른으로 성장했다. 여행 작가부터 강사, 카페 사장, 삼척청년센터의 센터장까지, 여전히 도전 중인 김성현 작가를 만나 무엇이 그를 이토록 견고하고 빛나게 만들었는지 물었다.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김성현입니다. <떠나고 싶은 그대에게>, <알고 싶은 우리 아이 마음> 등의 책을 쓴 작가이자 여행가, 강사, 바리스타, 카페 대표를 겸하며 살고 있어요. 현재는 삼척청년센터의 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나라를 여행했다고 들었어요. 계기가 무엇인가요?
원래는 사람을 섬기는 일을 했어요. 대학교 때부터 그 길을 준비해왔는데, 졸업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내가 정말 이 길을 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고, 그 내면의 질문을 두고 결국 대답하지 못했어요. 그 순간 제 인생이 실패한 것처럼 느껴졌죠. 길을 잃었다는 생각에 인생의 길을 찾아보고자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첫 여행은 어떤 여행이었나요?
여행에도 여러 형태가 있습니다. 제 첫 여행의 테마는 ‘방황’이었어요. 길을 잃은 청년으로서 마주한 현실에 대한 도피였거든요. 그 자리에 주저앉지 않고 어딘가로 끊임없이 걸었던 것이 당시 마음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제주 올레길 같은 곳들을 유명해지기 전에 다녀왔어요. 저는 어쩌면 걷는 여행 속에서 답을 찾은 것 같아요. 계속 걷다 보니 지구가 둥글더라고요. 그러니 자꾸 걸어 나갔고, 그렇게 휴학하고 떠난 첫 여행에서 35개국을 다니고 돌아왔어요. 35개 나라를 한 번에 여행하려면 비행기를 수십 번 탔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저는 정확히 다섯 번 탔어요. 그 외에는 배로, 기차로, 버스로. 심지어는 걸어서 국경을 건너는 경험을 했죠.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국경을 넘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즐거워서 계속 나라에서 나라로, 대륙에서 대륙으로 넘나들었어요.

첫 여행에서 얻은 것이 많았을 것 같네요.
여러 나라를 한 번에 여행한 경험이 제 마음에서 국경을 허무는 역할을 해준 것 같아요. 나라와 나라 사이의 담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인간관계에서도 많이 느낀 부분입니다. 언어가 다르고 인종이 달라도 모두가 따뜻한 심장을 가진 저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이러한 경험들이 저를 한국인에서 지구인으로 바꿔준 것 같아요. 국경을 허무는 작업인 여행을 하면서 제 내면에서도 많은 불가능의 담이 무너졌어요. 소심한 성격으로 인한 불가능도, 낮은 자존감으로 인한 두려움도요. 극복하지 못할 것 같았던 세상을 하나 둘 정복하니 더 이상 두렵지 않더라고요. 롤러코스터를 두려움에 타는 것과 설렘으로 타는 것은 완전히 다르잖아요. 첫 여행 전의 저는 매일을 두려움으로 맞이했다면, 여행 이후로 제 일상은 늘 설렘을 맞이하는 새로운 나날이었습니다.

여행 중 힘든 순간은 없었나요?
물론 힘든 일도 많았고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어요. 여행 강의를 하면서 가장 재미있는 게, 사람들이 제가 죽을 뻔했던 이야기를 가장 좋아하더라고요. (웃음) 살아 돌아왔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도 재미로 승화될 수 있었겠죠. 이스라엘에서는 제가 탄 버스에 시한폭탄이 설치됐던 해프닝이 있었고, 파키스탄에서는 고산병으로 죽을 위기에 처했어요. 또 터키에서는 강도들에게 둘러싸여 두들겨 맞기도 했고요. 프랑스에서는 식중독으로 한 시간이 넘도록 정신을 잃기도 했습니다. 힘들었던 이야기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지만 무사히 돌아왔기에 가장 소중한 추억이 된 것 같기도 해요. 타지 생활에서의 고생은 고향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도 하고요. 억울하게 맞아봐야 때리는 이 없는 평온한 한국의 일상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를 알게 되더라고요. (웃음)

그럼에도 여행을 계속하셨어요.
개인적으로 축구를 참 좋아하는데요. 공을 앞에 두고 심장이 터질 듯 뛰는 그 힘듦이 너무 행복해요. 여행도 그렇습니다. 행복한 힘듦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여행은 고생을 선택하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고 했던가요? 그 고생 끝에 얻는 낙, 고생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는 게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행복, 자신감, 감사, 기쁨, 우정, 추억, 희망 등을 얻었고, 아마 각자의 여행길에 숨겨진 보물들은 다 다르겠지만 그걸 발견하는 기쁨은 고생 이상일 것이라 확신합니다. 결국 저에게 여행은 전 세계를 배경으로 한 보물찾기네요. 또 다른 면에서는 투자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유한한 시간 속에서 매 순간을 무언가에 투자합니다. 워라밸이라는 표현처럼, 일work에 투자하여 수익을 얻는 것과 삶life에 투자하여 행복을 얻는 것, 그것의 균형balance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최선을 찾아가는 게 인생 아닐까요?
저에게는 워라밸의 균형을 가장 효율적으로 맞추게 하는 게 여행이에요. 열심히 사는 것의 보상이고, 다시 열심히 살아갈 동기를 부여해 주는 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행 에세이도 출간하셨다고요?
삶의 다양한 요소들이 겹겹이 쌓이니 책이 되더라고요. 어린 시절에는 내성적인 외동아들이라 책을 참 많이 읽었어요. 여행 중에는 혼자 다닌다는 이유로 생각과 기록을 많이 할 수 있었고요. 술을 마시지 않으니 밤에 숙소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그 시간을 통해 매일을 소중하게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일기와 책은 많이 다르더라고요. 기록은 다이어리로 여섯 권 분량을 가득 채웠지만 그건 단 몇 페이지의 에세이조차 될 수 없었어요. 하고 싶은 얘기가 정말 많았는데 책으로 만들려니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그때 저를 옆에서 격려해 준 고등학교 선배가 있어요. 신문사 작가인 그 형이 추천해준 글쓰기 책과, 치킨을 뜯으며 해준 글쓰기 레슨이 얽히고설킨 글의 실타래를 풀어줬어요. 그 끝에 제 소중한 경험이 책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어떤 책인지 궁금해지네요.
첫 책인 <인생 그 행복한 여행>은 유난히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겁 많던, 길을 잃은 대학생이 배낭여행 속에서 인생의 방향을 찾고 행복해진 과정을 성장기처럼 담았습니다. 출간 이후 많은 분들의 칭찬과 격려를 받아 뿌듯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느꼈어요. 너무 개인의 성장기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았거든요. 그러는 사이 몇 나라를 더 여행하면서 여행이라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감상의 깊이 또한 달라졌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글을 다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쓴 두 번째 책 <떠나고 싶은 그대에게>는 제 개인의 경험보다 여행이 주는 선물 같은 감상을 나누는데 더 초점을 맞췄습니다. 제목에서 느껴지겠지만, 여행지에서 독자님께 쓰는 편지처럼 따뜻하면서도 편안한 생각들을 담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몇 년째 여행길이 막혔어요. 답답하진 않으신가요?
답답하지만 그래서 더 답답할 틈이 없도록 살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여행길이 막혔다’는 표현을 사용하셨는데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여행자로 사는 시간이 누적될수록 여행은 일상이 되거든요. 전에는 ‘여행을 떠나야만’ 했지만, 지금은 ‘여행을 살아내는’ 중입니다. 새로운 것들로 채우는 오늘이라는 시간, 그걸 진심으로 좋아합니다. <하루>라는 노래가 있어요. 기독교 음악이긴 한데, 종교와 상관없이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오늘도 하루라는 선물을 주셨네
익숙한 듯 전혀 새로운 날
설레는 기대감에 걸음을 떼본다
오늘은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나”
여행지에서 그랬듯, 저의 매일은 설렘이 있는 날입니다. 오늘도 그래요. 와의 인터뷰가 있는 하루가 잊지 못할 추억의 시간으로 남을 행복한 여행이에요.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지치고 상처받지만, 하루를 즐겁게 여행하는 지혜를 갖는다면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는 비결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삼척 카페 <느린여행자>를 운영하는 대표이기도 해요.
<느린여행자>는 제가 고향에 바치는 일종의 오마주입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라게 한 삼척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돌려주는 작은 재능이라고 해야 할까요? ‘여행자 카페’라는 테마로 삼척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그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차린 공간입니다. 코로나19로 여행자가 많이 줄긴 했지만 특별한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의 추억이 되도록 만들어 준 제가 가진 또 하나의 보물이네요. 지금은 다른 일을 맡게 된 저를 대신해 다른 친구가 운영하고 있지만 여행자 카페로서 계속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삼척으로의 여정에 잠시 쉼을 드릴 따뜻한 커피 한 잔 있는 곳. 그로 인해 저와 여행자들에게 오래도록 소중한 추억이 남길 바라면서요.

여행자의 입장이 아닌 여행자를 맞이하는 일이네요.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아요.
맞습니다. 저는 떠나는 여행자로서의 삶 너머 누군가가 저에게로 떠나오는 여행지로 살아가는 것을 꿈꿨고, 그 꿈을 위해 를 차렸어요. 유럽 작은 마을에 한국인 청년인 제가 도착했을 때, 현지인들의 호기심 어린 눈동자가 저를 주목하던 기분을 기억해요. 누군가는 이름을 물었고, 누군가는 국적에 관심을 가졌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여행의 목적을 궁금해했죠. 그러면서 대화가 시작되었고, 우리는 친구가 됐어요. 삼척을 찾아오는 여행자들을 그때의 호기심 어린 눈동자로 바라보며 응원하고 싶었어요. 때로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때로는 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요. 매일 카페를 오픈하면서 ‘오늘도 잊지 못할 한 사람과의 만남이 있기를’ 기도하며 문을 열곤 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간판 옆에는 스크래치 세계지도가 붙어있어요. 제가 다녀온 곳들만 동전으로 긁어서 붙여놨죠. 어느 날은 외국인 커플이 간판 앞에 한참을 서서 그 지도를 보다가 커피를 시키더라고요. 그게 계기가 되어 이야기를 나눴는데, 자전거로 대한민국을 일주하고 있는 러시아인 커플이었어요.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에 입국했다가 출국도 못하는 처지라고 푸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SNS로 친구가 되어 아직도 서로의 인생 여정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삼척청년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어요. 삼척청년센터는 청년들의 성장과 정착을 돕는 기관이에요. 청년들의 취업과 창업, 직업 교육, 문화 서비스를 지원하는 곳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저는 센터장이기 때문에 기관의 모든 운영을 총괄하고 있어요. 상담부터 프로그램 기획, 운영, 외부 기관과의 협력 등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습니다.

보람이 큰 만큼 힘든 직업일 것 같아요.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순간들이 제게 새로운 행복이더라고요. 소액대출 사기를 당해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친구에게 회생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었을 때, 취직할 곳이 없어 답답해하는 친구에게 일자리를 연계해 주었을 때, 전공을 잘못 택한 것 같다며 방황하는 대학생에게 희망이 되었을 때. 어두운 표정으로 찾아왔다가 희망으로 빛나는 얼굴을 찾아가는 친구들을 보며 큰 기쁨을 느꼈어요. 더불어 제가 먼저 경험한 방황과 실패들이 청년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제 삶에도 좋은 치료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여행할 때 아니면 대부분 삼척에 머무는 것 같아요.
삼척은 참 예쁜 관광지에요. 하늘이 깨끗하고 바다가 맑죠. 바람이 시원해 삶에 쉼이 필요할 때 고민할 필요 없이 달려오면 되는 ‘정답’ 같은 곳이라 생각합니다. 대도시에서 찾기 힘든 넓은 시야와 하늘의 포옹 등 정말 좋은 것들이 많은데 말로 다 설명할 길이 없네요. 직접 와서 경험해 보면 저 막연한 표현들이 얼마나 정확한 것들이었는지 공감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직업을 아우르고 있어요.
역시 여행을 통해 깨달은 건데, 돈이 되는 일보다 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같아요. 그것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의외로 제가 좋아하는 게 많더라고요. 글 쓰는 일도 여행에서 시작해 현재는 자녀(학생) 교육 분야까지 확대하고 있습니다, 강의도 여행, 글쓰기, 오카리나, 자기계발, 금연·금주까지 관심분야에서 다양하게 하고 있어요. 카페 역시 틈틈이 음료를 개발하고 시음하기를 즐기고 있고요. 요즘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입니다. 나를 행복하게 하되 부끄럽지 않을 일, 그것들을 찾아 전문성을 키우다 보면 기회들이 찾아와요. 좋은 가치를 추구하면 건강한 돈은 따라온다고 믿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일을 묻는다면 '소중한 사람들과 오늘을 행복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집니다.
지금으로서는 삼척을 더 좋은 관광도시로 만드는 것입니다. 전쟁 이후 온 국토가 황폐하고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시절, 삼척은 대한민국이 회생하는데 큰 기여를 했던 곳이에요. 탄광이라는 귀한 자원을 통해 우리 경제 발전에 큰 기초가 되었죠. 지금 제 마음에 가지고 있는 슬로건은 ‘탄광에서 관광으로’입니다. 탄광으로 한국을 부흥시킨 삼척이 관광으로 한 번 더 한국을 부흥시킬 수 있는 도시로 성장하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멋진 관광지로 만들어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 다시 배낭을 멜 때 꼭 가고 싶은 관광지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삼척이 되도록 제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쏟아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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