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숲을 공부하다
드디어 숲을 공부하다
  • 글 사진·권혜경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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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일기 29

장마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요즈음, 비 오는 날에는 휴무일인 산골의 일상에 어느 정도 적응이 돼 참으로 오랜만에 한가한 시간들을 보내며 휴식다운 휴식을 하고 있습니다.

그 한가한 일상에 마침맞게 지난 7월1일 ‘푸른 정선 21실천협의회’라는 환경단체에서 진행하는 ‘숲 해설가’ 양성교육이 시작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서울 살 때부터 숲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그 교육에 참가를 하고 싶었지만 그 동안은 원주나 태백 그리고 강릉 등에서만 교육이 있어서 그저 관심만 가지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운 좋게 정선에서 교육이 있다니 어찌나 기쁘던지요.

산을 좋아 하여 산행을 열심히 한 지 20여 년이 다 돼 가지만, 처음 이 산골에 내려왔을 때 숲에 가면 이름을 모르는 나무와 풀들이 얼마나 많던지요. 20여 년이라고 해도 기록을 위해서, 등반만을 위해서 휙휙 다닌 탓이겠지요. 그 동안 책도 많이 사보고 여기저기 묻기도 하면서 궁금증들을 해소하였으나 아무래도 아쉬운 점이 많아 교육신청을 하게 되었답니다.

제가 사는 정선 이 산골에 사는 기쁨은 늘 생활 속 소소한 일상들에서 느껴지는데 이번에 숲 해설가 교육을 받으며 다시금 산골에 사는 기쁨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산골까지 강의를 하러 오시는 강사님들은 아주 쟁쟁한 분들이셨습니다. 대부분 대학교수님들이었고요. 현역에서 활동하시는 오래된 숲 해설가들도 두 분이나 계셨습니다.

집 앞에 있는 가리왕산자연휴양림에서 교육을 받았는데, 숲에 살고 있는 나무와 풀에 대해 공부하는 실기 교육 시간은 어찌나 빨리 가던지요. 교수님들의 강의 내용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적고 사진 찍으며 많은 교육생들과 함께 숲을 걷다 보면 두 시간이 너무너무 아쉽게 지나가버립니다.

교육을 받은 후 제가 숲 해설가로 활동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간 몰랐던 숲에 대한 지식들을 공부 하는 것만도 참으로 대단한 수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동안 이 산골에 살면서 토종 소나무 잎이 2개인지도 몰랐고, 잣나무가 잎이 5개인지도 몰랐고, 정선 지역에 많이 있는 소나무가 금강 소나무인지도 몰랐고, 참나무의 종류가 5가지가 넘는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산수국이 가짜꽃과 참꽃이 있는지도, 오미자 잎에서도 다섯 가지 맛의 향기가 나는지도, 쇠뜨기풀이 마디마디 끊어지는지도 몰랐습니다.

이제 400여 쪽에 가까운 숲 해설가 양성 교육 교재를 다 공부하고 나면 많은 것들을 알게 되겠지요? 매일매일 산책길에 ‘저 꽃은 이름이 무엇일까? 저 나무는 잎이 왜 저렇게 생겼을까?’ 하는 많은 궁금증들이 조금은 덜 생겨서 매일 아침 숲을 공부하러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워지겠지요.

참, 이번 숲 해설가 양성 교육을 진행하는 ‘푸른 정선21 실천협의회’는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UN환경개발 회의에서 선언된 ‘환경보존에 관한 실천을 위한 두 번째 행동 강령’을 실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국적인 단체 ‘의제 21(Agenda 21)’의 정선 지부 이름입니다. 2007년 2월 창립 이후 정선의 환경보존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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