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식, 벚꽃 로드
봄이 오는 소식, 벚꽃 로드
  • 김경선 | 한국관광공사
  • 승인 2022.03.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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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지나는 출퇴근길, 봄이 오는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이야 매화나 산수유, 목련이지만 ‘진짜 봄이구나’ 감탄사를 불러일으키는 꽃은 벚꽃이다. 삭막한 도심을 새하얀 꽃비로 채우는 벚꽃의 향연. 봄이 되면 그 무엇보다 간절하게 기다려지는 것이 벚꽃 개화 소식 아닌가. 올봄, 겨우내 칙칙했던 마음에 생기를 불어 넣어줄 벚꽃 여행지를 추려봤다.

천년 도시에 내리는 꽃비
경주

‘봄’하면 가장 먼저 벚꽃이 떠오른다. 전국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 아닌가. 흔하다고 식상하느냐. 아니다. 벚꽃이 흩날리는 풍경은 언제 봐도 심장이 두근거릴 만큼 황홀하다. 에디터가 인생 최고의 벚꽃 명소를 꼽는다면 경주와 쌍계사 십리벚꽃길이다. 식상하고 뻔하다고 이야기하겠지만, 사람 눈이 다 똑같다. 아름다운 만큼 인파가 몰린다. 경주는 도심뿐 아니라 보문호, 김유신장군묘 등 도시 곳곳이 벚꽃 천국이다. 벚꽃이 흐드러진 봄날, 자전거를 타고 벚꽃 명소를 달리다 보면 쉴 새 없이 꽃비 세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보문호는 드넓은 호수와 벚꽃 터널이 어우러져 꽃이 흩날리는 시기가 되면 황홀경 그 자체다. 보문관광단지에서 경주월드를 지나 경주동궁원으로 돌아오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코스다.

대한민국 벚꽃 명소 일번지
진해

우리나라에서 ‘벚꽃 명소’를 묻는다면 열이면 열 진해를 꼽는다. 해마다 진해에서 열리는 진해군항제는 벚꽃 축제의 대명사다. 코로나19로 인해 축제는 잠시 중단됐지만 춘삼월의 벚꽃 군무를 잊지 못하는 상춘객들은 3월 말이면 여지없이 진해로 몰려든다. 사실 진해의 봄은 벚꽃만큼이나 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벚꽃을 보는 건지 사람 구경을 하는 것인지 구별이 힘들 만큼 엄청난 인파는 각오하는 것이 좋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몰려든 인파는 아이러니하게도 진해 벚꽃의 아름다움을 반증하는 증거다.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벚꽃 명소인 이유는 단 하나다. 비교 불가한 아름다움이다. 3월 말이면 진해 곳곳이 벚꽃으로 무장한다. 새하얀 벚꽃 터널도 환상적이지만 만개한 후 일제히 떨어지는 꽃비도 낭만적이다. 여좌천 1.5㎞의 꽃개울과 경화역의 800m 꽃철길에서 피는 아름드리 왕벚나무는 진해 벚꽃의 절정이며 안민고개의 십리벚꽃길은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만끽할 수 있는 벚꽃 명소다. 제황산공원에 올라 진해탑에서 시가지를 내려다보면 중원로터리 8거리를 중심으로 100년 전 근대식 건물들과 진해 벚꽃이 함께 어우러진 아담하고 평온한 도시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가장 청초한 봄의 맨얼굴
하동 쌍계사 십리벚꽃길

바람이 불 때마다 점점이 떨어지는 새하얀 꽃비는 몽롱할 만큼 환상적이다. 나풀나풀 날리는 꽃비를 만끽할 수 있는 곳, 하동 쌍계사 십리벚꽃길이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이어지는 19번 국도. 이 고즈넉한 시골 도로가 벚꽃철이면 거대한 주차장이 된다. 차로 꽃길을 구경하겠다는 심산이면 말리고 싶다. 휴일엔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4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니 교통체증으로 벚꽃의 황홀한 절경을 다 잊고도 남을 만하다.
한껏 일러진 봄은 벚꽃의 개화 시기도 앞당겼다. 십여 년 전만 해도 4월 초는 되어야 벚꽃이 하나둘 개화했는데, 이제는 3월 말이면 만개하고 만다. 하동 화개도 3월 말이면 십리 길에 벚꽃이 지천으로 휘날린다. 마치 꿈길 같은 이 길을 가리켜 사랑하는 청춘 남녀가 두 손을 꼭 잡고 걸으면 백년해로한다고 해 일명 ‘혼례길’이라고도 부른다. 유난히 십리벚꽃길에 연인들이 많이 보이는 까닭이다.

서울을 대표하는 벚꽃 명소
여의도

해마다 4월 초가 되면 여의도 윤중로 주변은 구름 같은 인파가 몰린다. 여의도 한강변에서 윤중로로 이어지는 구간은 한 발 내딛기도 힘들 정도. 그도 그럴 것이 여의도에서는 제주도가 원산지인 왕벚나무뿐만 아니라 진달래, 개나리, 철쭉, 조팝나무, 말발도리 등 13종의 봄꽃을 만날 수 있으니 접근성 좋고, 볼거리도 많은 여의도로 상춘객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벚꽃은 참으로 일사불란하다. 동시에 피고 동시에 지니 찬란함은 찰나이고, 그 순간이 지나면 허무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이면 햇살에 빛나는 연분홍 꽃잎이, 밤이면 조명을 반사해 더욱 화사해지는 연보라빛 꽃터널이 줄지은 여의도 윤중로는 거리두기가 절실한 이 시기에도 팜므파탈 같은 존재다. 올봄에도 마스크로 무장한 상춘객들이 가장 많이 찾을 곳이 분명하다.

아는 이만 안다는 벚꽃 명소
거창 덕천서원

진해나 경주, 쌍계사처럼 이름난 벚꽃 여행지는 아니지만 비경을 자랑하는 덕천서원은 봄이 되면 만개한 벚꽃으로 황홀한 풍경을 내어준다. 영천 이씨 후손 이학두 씨가 1979년 선조들을 기려 부지 약 3만 3천㎡에 조성했으며, 덕천서원을 비롯해 낙남재, 성인사, 대앙정, 금성대군 정민공 신도비, 낙남처사 신도비, 호산정, 연못, 호산 이학두 선생 행적비, 정민공 금성대군 기념탑, 충장공 대전 이선생 기념탑 등이 서원 내에 자리한다. 망덕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으며, 거창 읍내에서 약 3km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좋다. 부지 전체에 벚꽃이 가득하니 꽃이 만발할 때면 그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지만 상대적으로 덜 유명해 꽃놀이 인파가 현저히 적어 거리두기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만개한 황홀경
남해 왕지마을 벚꽃 터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는 남해대교를 지나 설천 해안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달리면 남해 벚꽃 터널에 닿는다. 수도권에서 간다면 땅끝까지 지루하고 먼 여정이지만 남해에 도착한 순간 이 모든 과정의 수고로움이 사라져버린다. 그만큼 남해의 수려한 자연 풍광이 아름답기 때문. 남해에서도 왕지마을 벚꽃 터널은 물과 꽃이 어우러진 천혜의 비경이다. 싱그러운 남해와 샛노란 유채꽃, 흐드러진 연분홍 벚꽃잎이 어우러진 남도의 봄은 찬란하기 그지없다. 노량마을에서 왕지마을까지 이어지는 약 4km 벚꽃 터널은 드라이브하기도 좋지만 나무 데크를 따라 걷는 것이 가장 좋다.

싱그러운 봄기운이 물씬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울산 태화강변에 자리해 생태, 대나무, 계절, 수생, 참여, 무궁화 총 여섯 개 주제를 가진 20개 이상의 테마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름에 ‘국가’가 붙었으니 오죽 잘 조성했을까만은 실제로 태화강 국가정원을 방문하면 무궁무진한 볼거리로 지루할 틈이 없다. 2019년 순천만에 이어 두 번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으며 사시사철 푸른 대나무숲길, 국화가 만발한 무궁화정원, 국내 최대 규모의 작약이 가득한 작약원 등이 있다. 벚꽃이 만발한 구간은 태화강을 따라 태화루부터 삼호교까지다. 도심 속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는 벚꽃이니 붐비는 상춘객은 어쩔 수가 없다.

처마선을 타고 내리는 연분홍 꽃비
서울 창경궁

사시사철 산책하기 좋은 창경궁은 서울 시내에 있어 접근성이 탁월한 것은 물론 오래된 나무와 전통 궁궐의 조화로 여느 벚꽃 명소보다 특별한 멋이 있다. 봄이면 벚꽃이, 여름이면 신록이, 가을이면 총천연색 단풍이, 겨울이면 새하얀 설국이 펼쳐지는 곳. 그중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단연 봄이다. 궁의 역사만큼이나 고목이 가득한 창경궁은 벚나무는 물론 매화, 진달래, 개나리 산수유 등 각양각색의 봄꽃이 가득해 3월 말이 되면 알록달록 봄꽃 축제가 펼쳐진다. 연분홍 벚꽃과 진분홍 홍매화가 어우러진 봄의 풍경을 만나고 싶다면 버스나 지하철로 손쉽게 갈 수 있는 창경궁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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