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과자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반할 만큼 고소한 한과. 한과가 유명한 담양에서 직접 만들고, 맛보고 왔다.
에디터도 한과를 맛본 기억은 있지만, 별로 좋아하던 음식은 아니었다. 어릴 때 몇 번 경험해 본 이후로는 직접 찾아 나선 적도 없었다. 그렇다고 시중 과자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다. 건강을 챙겨야 하는 나이가 되면서 과자 자체를 멀리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담양으로 출발하기 전, 담양에 대한 자료를 훑어보던 중에 다시 한과를 만나게 됐다. 다양한 체험 중에 ‘한과 만들기 체험’이 눈에 먼저 들어온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진정 알고 있다고 말하진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고민 끝에 가장 대중적인 한과인 쌀엿강정과 유과, 두 가지를 수정한과에서 만들어 보기로 결정했다.
“한과 주세요.” 보통 수정한과를 방문한 사람들이 내뱉는 첫 말이다. 한과는 한국의 과자로 쌀엿강정, 유과, 약과, 정과 등을 통칭하는 이름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각 한과가 어떤 이름을 가졌는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과가 유명한 담양 창평면에 자리한 수정한과는 한과에 대해 알리고자 몇 해 전부터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자신의 손으로 만든 한과를 먹어본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단체 손님들의 방문도 많았다.
쌀엿 강정 만들기
재료 튀밥, 검정깨, 식용유, 조청, 대잎 가루
쌀엿강정에 사용하는 튀밥은 미리 준비되어 있다. 튀밥은 만드는데 많은 정성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편의상 미리 만들어둔다고 한다. 멥쌀을 깨끗이 씻어 불리고, 솥에 쪄서 고두밥을 만든다. 그다음 소금물에 풀어준 후 말리는 과정을 세 번 정도 거친다. 마지막에 잘 말려진 쌀을 튀겨주면 튀밥이 완성된다. 지금처럼 기계가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가마솥에 모래를 달궈서 튀기기도 했다.
적당히 달궈진 프라이팬에 식용유와 단맛을 내줄 조청, 향과 색을 입혀줄 댓잎 가루를 넣고 섞어준다. 단호박, 유자, 백년초, 댓잎 가루 등의 천연 재료를 사용해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는데, 미리 요청하면 원하는 재료를 준비해 준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색깔을 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좋은 재료로 만든 과자를 먹이고 싶 은 사람들이 직접 가족단위로 체험을 오기도 한다고. 사다 주면 익숙하지 않아 잘 먹지 않았던 아이들도 체험하고 나면 너무 잘 먹는다고 한다. 이때 단맛을 더 내고 싶으면 설탕을 넣어도 좋지만, 조청의 은은한 단맛을 느끼고 싶어 이 과정은 생략했다.
잘 섞어주다가 기포가 올라오며 끓기 시작하면 최대한 약한 불에서 눌어붙지 않게 계속 저어준다. 반죽이 약간 되직해지면 튀밥을 넣고 타지 않도록 골고루 섞어준다. 쌀엿강정에 매력을 더할 검정깨도 함께 넣어준다. 튀밥이 하나로 뭉쳐질 때, 불을 끄고 틀에 옮겨 담는다.
지금부터 타이밍 싸움이다. 튀밥을 틀에 평평하게 펴주는 단계인데, 조청을 사용했기 때문에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식고 굳어서 자를 때 부서져버린다. 손으로 고르게 핀 다음 방망이로 밀어서 평평하게 만든다. 손이 느린 에디터는 튀어나온 부분에 너무 신경 쓰다 보니 살짝 굳어버렸다. 틀에 편 강정을 도마로 옮겨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준다. 보통 직사각형으로 썰고, 손님에게 대접할 때는 마름모꼴로 썰어 보기 좋게 별 모양으로 장식할 수도 있다.
유과 만들기
재료 유과 바탕, 식용유, 조청, 단호박과 백년초 가루를 입힌 튀밥
떡으로 만든 유과 바탕은 미리 준비해 준다. 바탕을 만드는 첫 단계는 찹쌀을 물에 불려서 열흘을 발효 시키는 것. 여름보다 겨울에 더 오래 발효시킨다고 한다. 발효한 찹쌀을 반죽한 뒤 솥에 찌고,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서 말리면 유과 바탕이 준비된다.
바탕은 유과 본연의 모습을 찾기 위해 두 번 기름에 담긴다. 120~130도를 유지하는 낮은 온도의 기름에 담는 이유는 말려진 단단한 바탕을 불리기 위해서다. 골고루 불어나도록 조심히 잘 저어주다가 하얗게 불어나면 200도 정도에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기름으로 옮겨서 튀겨준다. 공기와 접촉하면 다시 쪼그라들어 모양이 예쁘게 나오지 않기 때문에 공기와 접촉하는 면적이 최대한 없도록 잘 저어 주고 담가줘야 한다. 유과를 만들 때는 지금이 가장 중요 하다. 한시도 눈을 떼면 안 된다. 너무 오래 튀기면 기름 맛이 강하게 나기 때문에, 최대 2분을 넘지 않도록 한다. 그렇게 통통한 모양을 갖춘 바탕은 기름이 빠질 수 있도록 잠시 놓아둔다. 노릇노릇한 색깔이 너무 먹음직스럽게 보 여 참지 못하고 하나를 집어먹었다. 이대로만 먹어도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중독적이다. 이 단계의 유과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고. 이게 바로 체험의 묘미다.
식은 바탕에 골고루 조청을 묻힌 뒤 알록달록한 튀밥을 묻힌다. 보라색 백년초 가루, 노란색 단호박 가루를 입힌 튀밥으로 예쁘게 물들어 간다. 버무리면 버무릴수록 튀밥이 더 많이 묻는다는 말을 듣자마자 에디터의 손은 더욱 바쁘게 움직였다. 완성된 유과를 보니 완벽하게 부풀어 동글동글 귀여운 유과도 있는 반면, 왜인지 찌그러져버린 녀석도 있다. 아픈 손가락이 더 신경 쓰여 주눅 들어 보이는 유과를 먼저 맛본다.
한과는 담양을 싣고
완성된 쌀엿강정과 유과를 보기 좋게 담아 먹어봤다. 단 것을 좋아하지 않아 조청 외에 다른 재료를 넣지 않았더니, 은은하게 나는 단맛과 바삭한 식감에 손을 멈출 수가 없다. 이렇게 만든 한과는 가져갈 수 있도록 정성스레 포장해 준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직접 만든 한과를 한 입 베어 무니 마치 담양을 품에 안고 돌아오는 듯 뿌듯한 맛이 느껴진다.
읽고 듣고 보면서 배우는 것도 좋지만, 직접 해보는 것만큼 와닿는 배움은 없다. 평소 요리를 즐겨 하지 않고 잘하지도 않는 ‘똥손’ 에디터는 뭔가를 만든다는 것에 지레 겁부터 먹었지만, 체험이 끝나고 나니 비로소 한과를, 담양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정한과> 한과 만들기 체험 문의
전남 담양군 창평면 의병로 116
010-5547-3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