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담양시장이 열리는 날. 평소에는 한적했던 길이 사람들로 붐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맛있는 음식, 시선을 뺏는 때깔 좋은 물건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서는 담양의 따뜻한 일상을 만날 수 있다. 처음 가본 담양에서, 왜인지 향수를 느낀다.
7일, 장이 서는 날. 만성교를 건너자마자 영산강을 따라 길게 이어진 담양시장에 서 상인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보인다. 호남의 젖줄인 영산강은 추월산에서 시작해 담양으로 흐르며 농산물을 키워냈고, 사람들의 교류가 가능하게 했다. 때문에 조선시대부터 영산강 주변으로 많은 시장이 생겨났다. 지금은 3개의 시장만이 열리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담양시장이다.
따뜻한 일상을 만나다
관광지로 발돋움한 담양에서 가장 사람 냄새나는 곳은 시장이다. 담양을 돌아보며 마주치는 사람들은 거의 외지인이 반 이상이었지만, 이곳에서는 원주민들의 정겨운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단돈 오천 원! 외상은 안돼요!”를 외치는 상인의 말에 지나가는 행인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아침 7시 30분부터 시작하는 담양시장은 늦은 오후에도 활기를 잃지 않는다. 추운 날씨임에도 담양시장에는 여전히 사람들의 온기가 가득 차 있다. 동네 주민, 어르신뿐만 아니라 여행을 위해 담양을 찾은 젊은 층도 이 거리를 따뜻하게 채우고 있다. 날선 바람을 피하려 천막 안으로 옹기종기 모여든 사람들, 앉은 자리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 닭장 안의 닭들조차 추위를 피해 서로에게 곁을 내어준다. 이웃에게 인사조차 건네기 힘든 도시에서 찾아온 외지인은 타지에서 사람 사는 정을 느낀다.
없는 거 빼고 다 팔아요
의식주에서 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시장을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제각각 색깔을 뽐내며 전시되어 있는 과일들이다. 제철을 맞은 과일들이 바구니에 소복이 쌓여 주인을 기다린다. 생선 같은 식재료는 외지인이 구매하기에 부담스럽겠지만, 과일은 바로 그 맛을 느끼기만 하면 되기에 사람들이 유난히 많이 찾는다. 먹음직스러운 반찬과 나물들도 만날 수 있다. 보기 좋게 줄 맞춰 놓여 있는 신발과 옷들도 시장에 매력을 더한다. 물론 대나무로 만든 생활용품들도 있지만, 그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죽물시장으로도 유명한 담양시장에서 예전만큼 많은 대나무공예품은 만날 수 없다. 추운 계절 탓도 있겠지만, 대량으로 저렴하게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들 때문에 담양의 대나무공예품이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튀겨지고 구워지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시장의 하이라이트인 길거리 음식이다. 먹기 좋게 구워진 군밤,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계란빵, 직접 반죽을 빚고 바로 튀겨내 윤기가 흐르는 어묵, 닭튀김부터 다소 생경한 닭발 튀김도 있다. 어렸을 적엔 즐겨먹었지만, 요즘은 잘 보이지 않았던 추억의 친구들도 다시 만났다. 귀여운 모양에 매일 용돈을 내어줬던 피카추돈가스,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번데기도 시장 한편에서 존재감을 뽐낸다.
담양시장은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끝난 줄 알았던 시장이 고개를 돌리니 다른 골목으로 이어지고, 강을 따라 나있는 산책로에도 상인들이 드문드문 자리를 펴고 앉아있다. 구경도 볼일도 끝났지만, 발걸음은 계속 시장을 맴돈다. 이곳의 북적임은 담양의 가장 솔직한 모습을 담고 있는 듯하다.
담양시장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담주4길 40
061-382-1399
매달 끝자리 2일, 7일(5일장) 07:30~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