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문화의 조화로운 공존
자연과 문화의 조화로운 공존
  • 고아라 | 정영찬
  • 승인 2022.03.0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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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예술 기행

조선 시대 국문으로 쓴 시를 보존하고 있는 가사문학관부터 개성 넘치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으로 수놓은 복합문화공간까지. 오감이 만족스러운 담양의 예술 공간으로 초대한다.

한국가사문학관
담양은 ‘한국가사문학의 산실’이라 불린다. 과거 대나무처럼 올곧은 선비 정신을 이어 받은 조선 시대 사림(士林)들은 불합리한 정치 현실을 비판하고 자신들의 큰 뜻을 이룰 수 없음을 한탄하며 무등산의 정기가 어린 담양에 누(樓)와 정자(亭子)를 짓고 수려한 자연 경관을 벗 삼아 시를 노래했다. 이때 한문이 주류를 이루던 조선시대에 국문으로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가사문학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현재 이서의 낙지가, 송순의 면앙정가, 정철의 성산별곡,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정식의 축산별곡, 남극엽의 향음주례가, 충효가, 유도관의 경술가·사미인곡, 남석하의 백발가, 초당춘수곡, 사친곡, 원유가, 정해정의 석촌별곡, 민농가 및 작자 미상의 효자가 등 18편의 가사가 담양에서 전승되고 있다. 담양군에서는 가사문학과 관련된 문화유산을 계승·보전하기 위해 1995년부터 가사문학관 건립을 추진했으며, 2000년 10월에 한국가사문학관을 완공했다. 본관을 중심으로 자미정, 세심정, 산방, 토산품점, 전통찻집 등이 자리해 있다. 본관에는 다양한 가사문학 자료를 비롯해 송순의 면앙집, 정철의 송강집, 친필 유묵 등 귀중한 유물이 전시돼 있어 관람 내내 감탄사를 자아낸다. 문학관 주변으로 식영정, 소쇄원 등 가사문학의 중요한 무대가 되었던 명소들이 모여있어 함께 둘러보면 한국가사문학을 이해하기 한결 쉬워진다.
전남 담양군 가사문학면 가사문학로 877
061-380-2700
09:00~17:00(11~2월), 09:00~19:00(5~8월), 09:00~18:00(3~4월)
어른 2천원, 청소년 1천원, 어린이 700원
gasa.go.kr

담빛예술창고
더 이상 쓰이지 않는 거대한 양곡 창고를 예술로 가득 채운 담빛예술창고가 담양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관방제림 옆 붉은 벽돌 건물이 모여 있는 이곳은 주변을 둘러싸듯 초록빛 정원이 펼쳐지고, 중간중간 독특한 조형물이 수놓듯 자리해 발길을 끈다. 붉은 벽돌 건물은 카페를 중심으로 양쪽에 전시관을 운영 중이다. 담빛예술창고의 매력은 ‘반전’이다. 커다란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정말 여기가 창고였나 싶을 정도로 세련된 전시 공간이 펼쳐진다. 잔잔하면서도 경쾌한 음악을 따라 이동하면 이제껏 보지 못한 독특한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화면 속 물방울이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지는가 하면 사운드 아트와 LED 조명이 어우러져 작품이라는 인식 없이 즐기게 되기도 한다. 또 다른 공간에서는 VR을 이용한 공간형 콘텐츠가 펼쳐진다. 전시 관람 후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한가운데 마련된 카페는 예술가들의 아지트답게 독특하면서도 트렌디하다. 안쪽 벽면을 꽉 채울만큼 큰 대나무 파이프오르간이 있고, 다른 벽에 는 책이 가득한 서가가 펼쳐진다. 높은 천정은 옛 창고의 것을 그대로 살려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2019년 담양국제 예술축제, 2020년 풍화, 아세안의 빛 등을 개최하며 국제 교류를 쌓아온 담빛예술창고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 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주최한 에서 우수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선정된 사업은 중국 광저우 대용당 칠호창 미술관과 함께 진행한 한중수교 29주년 국제교류전 . 온라인 세미나, 웹 도록, VR 가상전시, 실물 전시 등을 병합해 코로나19 상황에 적합한 새로운 교류 형태로 진행됐다.
전남 담양군 담양읍 객사7길 75
061-381-8240
09:00~18:00(전시관은 월요일 휴관)

대담
죽녹원과 관어공원 사이, 맑은 물이 흐르는 관광천을 정면에 두고 아담한 갤러리가 자리하고 있다. 건물 사이에는 초록빛 식물과 수공간으로 채워진 테라스 카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머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복합문화공간, 대담이다. 대담미술관은 ‘함께 느껴요 Eco Life’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바탕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미술관과 카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미술관은 문화적 혜택에서 소외된 지역 작가들에게 국제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의 특색이 담긴 독자성 있는 작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현대미술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는 등 국제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전시장은 세련되고 깔끔하면서도 돌, 물, 식물 등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전시를 관람하는 것뿐인데 자연 속에서 힐링하는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작품 감상 후 바로 옆에 자리한 카페에서 쉬어가는 것도 대담미술관의 필수 코스. 실내에서 통유리창을 통해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정원을 바라보며 쉬어가는 것도 좋고, 햇빛 아래 식물과 수공간으로 둘러싸인 테라스에 앉아 차 한 잔을 즐기는 것도 좋다. 예술과 한발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마련한 ‘아트체험민박’도 함께 운영 중이다. 예술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상용되고 활용되는지 보여주는 공간으로 한옥부터 갤러리, 컨테이너 등 다양한 형태의 숙박 시설이 마련돼 있어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전남 담양군 담양읍 언골길 5-4
061-381-0081
10:00~19:00

이이남아트센터
'죽녹원 속 미술관'으로 유명한 이이남아트센터는 이이남 작가의 독특한 미디어 작품들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전시관이다. 담양 여행의 필수 코스인 죽녹원 내 자리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은 곳. 이이남 작가는 1969년 담양에서 태어났으며 제2의 백남준이라 불리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옛 명화들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해 디지털화한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이남아트센터에서는 담양의 대나무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표현한 작품과 더불어 익히 아는 유명한 작품들의 새로운 변신까지 만날 수 있다. 김홍도의 묵죽도, 조익의 청죽도를 비롯해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우는 여인, 앤디 워홀의 신마를린먼로 등 동서양을 넘나드는 작품을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해 디지털 화면에 펼쳐놓는다. 화면을 통해 보여지는 작품이다 보니 작품마다 감상 시간을 따로 갖는 것을 추천한다. 짧게는 3분부터 길게는 20여 분이 필요한 작품도 있다. 긴 러닝타임이 걱정이라면 당장 접어둘 것. 지하에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 좋은 카페와 휴식공간이 마련돼 있어 쉬엄쉬엄 둘러보기 좋다.
전남 담양군 담양읍 죽녹원로 119
061-380-2680, 2690
09:00~19:00(3~10월), 09:00~18:00(11~2월)
어른 3천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천원

해동문화예술촌
담양 시내를 거닐다 보면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건물들과 흥미로운 벽화, 짙은 주홍빛 외관의 성당이 모여있는 단지가 눈길을 끈다. 과거 주조장이었던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개조한 담양의 핫플레이스, 해동문화예술촌이다. 이곳은 1950년대부터 막걸리와 탁주를 만들던 담양읍의 가장 큰 주조장이었는데, 2000 년대에 접어들면서 막걸리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자 2010년 폐업하게 됐다. 널찍한 건물과 터만 봐도 당시 해동주조장의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해동문화예술촌은 주조장의 건물들을 활용해 전시, 교육, 체험, 안내관 등으로 운영하고 있다. 과거 누룩 창고, 농기구 창고, 축사, 직원 숙소 등으로 운영하던 곳들인데, 그 흔적을 남겨두고 복원하여 독특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다.
입구에 들어서 안내소 뒤편으로 가면 한옥 형태의 게스트하우스를 만날 수 있다. 과거 주조장의 대표 가족이 머물던 숙소로 넓은 마당이 매력적인 공간이다. 안내소 맞은편에는 창고를 개조한 전시 공간과 종교 시설로 쓰이던 성당을 개조한 전시 공간이 자리한다. 성당의 아래층은 이곳에서 공연을 펼치는 예술가들의 연습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창고들이 어린이 도서관, 어린이 전시관, 기념품 숍 등으로 운영되고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가장 안쪽에는 가로로 긴 형태의 전시장이 자리하는데, 과거 해동주조장의 이야기가 시대별로 펼쳐진다. 지금 서 있는 이 공간의 옛 모습을 감상하며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듯한 기분을 느껴보자. 전시장의 끝은 또 다른 전시장과 이어지는데, 막걸리와 탁주의 재료부터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흥미롭게 설명해 준다.
전남 담양군 담양읍 지침1길 6
061-383-8246
10:00~18:00(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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