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국으로 해외여행이 힘들어졌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집콕에 지친 이들은 국내로 눈길을 돌렸다. 전국에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지금. 봄이 되면 특히 더 아름다운 여행지, 경주를 찾았다.
열차가 닿는 곳
KTX가 신경주역에 닿았다. 서울에서 출발한 지 약 2시간만이다. 서울은 여전히 늦겨울 풍경인데, 남쪽나라 경주에는 성큼 봄이 다가온 느낌이다. 겨우내 추위를 이겨낸 앙상한 가지에 가득한 꽃망울이 터질 듯 말 듯 조마조마하다.
경주, 신라의 도읍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적 볼거리가 많은 여행지 중 하나다. 이 오래된 도시는 몇 해 전부터 젊은이들에게 더욱 힙한 여행지가 됐다. 오래된 신라 유적이 가득한 도시에서 젊고 감각적인 카페며 레스토랑이 들어선 MZ세대의 성지로 변모했다.
경주 여행의 첫 번째 방문지를 황리단길로 잡은 것은 그런 이유다. 에디터가 고등학교 시절 처음 방문한 수학여행 명소 경주가 지금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황리단길은 경주의 새로운 얼굴의 대표주자다. 이곳에는 전 세계 음식이 모여있다. 전통 한식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까지 없는 것 빼곤 다 있다. 인기있는 맛집일수록 대기는 길다. 미식을 위해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기본이다. 식사 후에는 인스타 감성 넘치는 카페들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먹고 마시기에 황리단길만한 곳이 없다.
초록이 그리울 땐 대릉원 산책
경주는 향긋하다. 신록이 완연하고 화사한 꽃길이 펼쳐지는 봄이 되면 향긋한 경주의 매력은 절정에 다다른다. 도시를 가득 메운 벚꽃, 노오란 유채꽃과 연분홍 진달래꽃의 화사한 춤사위는 봄의 경주를 더욱 아름답게 빚어낸다. 그러나 경주의 아름다움이 비단 피고 지는 꽃들의 향연 때문만은 아니다. 천년 세월을 관통하는 신라의 숨결이 도시 곳곳에서 배어나는 경주는 어떤 향기보다도 숭고한 내면의 향기를 풍긴다. 그중에서도 봄이 되면 더욱 아름다운 명소는 대릉원이다.
평지 위의 고분군 대릉원에는 신라의 왕과 왕비, 귀족의 무덤 23기가 몰려있다. 대릉원을 둘러싼 벚나무와 돌담 너머로 푸른 때를 곱게 입은 왕릉의 자태는 천년 신라의 진가를 드러낸다. 대릉원의 백미는 천마총이다. 1973년 발굴 당시 하늘을 나는 말이 그려진 말다래(말을 탄 사람의 옷에 흙이 튀지 않도록 가죽 같은 것을 말의 안장 양쪽에 늘어뜨려 놓은 기구)가 출토돼 천마총(天馬塚)이라고 불린다. 대릉원에 가득한 고분들은 마치 온순한 언덕처럼 친근하다. 비록 대릉원이 신라 김씨 왕족의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곳이라지만 지금은 어린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어른까지 누구나 왕과의 조우가 가능하다.
동궁과 월지 그리고 동궁원
오후 3시, 동궁과 월지에 입장했다. 동궁은 태자가 살던 신라 왕궁의 별궁이고, 월지는 동궁에 있는 연못이다. 폐허가 된 곳에 기러기와 오리가 날아들면서 붙여진 이름 ‘안압지’ 혹은 ‘임해전지’로 불리던 ‘경주 동궁과 월지’는 유물이 발굴되면서 2011년 명칭이 바뀌었다. 동궁과 월지는 연못을 중심으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한 바퀴 둘러보며 걷기 좋은 명소다. 아쉽지만 에디터가 방문한 낮 시간대보다 밤이 되면 더욱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첫날 여행의 마지막 장소는 보문단지 내에 있는 경주 동궁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식물원이었던 동궁과 월지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곳이다. 식물원과 각종 체험 시설이 있어 잠시 구경하며 쉬어가기에 좋다.
동궁원을 나와 숙소로 향했다. 오늘의 숙소는 경주 동궁원과 인접한 라한셀렉트 경주. 천년고도 경주의 사계절을 만끽하는데 가장 제격인 라한셀렉트 경주는 보문호수를 내려다보며 휴식과 쉼을 선물하는 호텔이다. 보문호수와 인접해 저녁식사나 아침식사 후 가볍게 산책하기에도 좋다. 최근 새롭게 리모델링을 마친 라한셀렉트 경주는 모던하고 단아했다. 깔끔한 숙소에서 보문호수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행복한 경주의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