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의 은신처, 죽녹원
담양의 은신처, 죽녹원
  • 신은정 | 양계탁
  • 승인 2022.03.0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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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도시의 소음, 북적이는 사람들을 피해온 도망자에게 필요한 것은 잠시 숨을 고를 은신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은 대나무 사이에 잠시 몸을 숨긴다.

휴식을 위한 단절
사시사철 변함없는 모습으로 맞이하는 죽녹원을 봄의 길목에서 마주했다. 대나무의 도시, 담양에서 대나무를 원 없이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죽녹원이다. 2005년 개원한 죽녹원은 약 31만㎡의 넓은 면적을 가진 울창한 대나무숲으로, 빽빽한 대나무들이 휴식을 위한 단절을 선물하는 곳이다.
짧은 계단을 거쳐 정문을 지나면 한층 시원해진 공기가 도착을 알린다. 정오에 가까운 시간, 쏘아보는 듯한 햇빛도 이곳에서는 그저 즐길 거리가 된다. 햇살에 부딪히는 대나무는 작품 같은 그림자를 그려낸다. 구름에 떠가는 듯 편안한 느낌도 좋다. 대나무숲은 산소 발생량이 높기 때문에 온도가 바깥보다 4~7도 정도 낮고, 일반 숲보다도 음이온 발생량이 10배가량 많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우리를 명상할 때와 같은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준다고. 다시 한번 숨을 고르고, 천천히 걸어본다.

여유로운 걸음
죽녹원에는 8개의 길이 총 2.4km로 이어져있다. 운수대통길, 사색의 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죽마고우길, 추억의 샛길, 성인 산 오름길, 철학자의 길, 선비의 길은 각자 다른 의미를 지닌 길이다. 기분에 따라, 곁에 있는 이가 누군지에 따라 걷는 길을 고를 수 있으니, 자신만의 산책로를 만들어 걸어보자. 좋지 못한 체력이 걱정이라면 안심해도 좋다. 죽녹원 곳곳에 놓인 정자가 휴식과 사색을 제공한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의자도 있어, 잠시 쉬어가면 마치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운수대통길에서 시작해 발길이 닿는 대로 걸어본다.
죽녹원 속에는 숨겨진 포인트들이 많다. 잠시 샛길로 빠져 걷다 보면 한옥쉼터와 마주 보고 있는 족욕체험장을 만난다. 나른하고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족욕체험을 위한 의자가 나란히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다시 방문한다면 꼭 경험해 보고 싶은 체험이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몸을 틀어 다른 길로 들어선다.

잠시 멈춰 돌아보는
죽녹원에 대나무만 있는 건 아니다. 죽녹원 정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이남아트센터는 디지털 영상 미술관으로, 제2의 백남준이라 불리는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가장 볼거리가 많은 길을 꼽는다면 사랑이 변치 않는 길이다.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 잠시 놀다 갈 수 있는 놀이터를 시작으 로, 샛길에서 귀여운 조형물을 만난다. 당나귀 귀를 가진 임금님과 당나귀다. 당나귀 귀처럼 긴 귀를 가진 신라시대 제48대 경문왕의 비밀을 간직하던 왕의 복두장이 죽을 때가 되자 참지 못하고 대나무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쳤다는 설화. 돌아앉아 있는 임금님을 당나귀가 흘깃 훔쳐보는 재미있는 광경을 조형물에 옮겨두었다. 마음에 품고 온 괴로운 고민은 여기에 다 내려놓고 가라는 것 같다.
흐르는 물소리를 따라 걸으니, 죽림폭포에 닿았다. 대나무숲답게 판다들이 옹기종기 모여 폭포에 앉아 있다. 물줄기가 남은 스트레스까지 씻어주는 것처럼 시원하게 흐른다. 배가 고프다면 죽림폭포에서 가까운 서원주막에서 다양한 주전부리로 허기를 채우면 된다.
후문으로 가는 길목, 산책로의 마지막 지점에는 한옥카페인 추월당이 공터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추월당이 산책로와 시가문화촌을 가르는, 정문과 후문의 중간쯤 되는 곳이다. 차 한 잔과 함께 추월당 앞 정자에 앉아 시원한 풍경을 안주 삼아 산책을 마무리 짓는다.
이제 은신처에서의 고독은 끝났다. 적당히 걷고 생각했으니 우리는 왔던 길로 되돌아갈지, 앞으로 나아갈지, 다시 방향을 정해야 할 시간이다.


걷기 좋은 길
창평 삼지내마을 돌담길

빠르고 급하게 살아왔던 사람들에게 창평 삼지내마을 돌담길 산책을 추천한다. 이 길 위에서는 시간 여행을 하는 것처럼 여유를 되찾고, 느리게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돌담길이 있는 창평면은 전통 가옥과 문화재가 잘 보존되어 있어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이다. 돌담 또한 옛 모습 그대로다. 담의 높이도 높지 않아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돌담과 한옥, 담양의 배경이 어우러진 광경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 더불어 한옥 민박과 한과 만들기, 텃밭 밥상 등의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도 있다.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면 돌담길 9-22
061-383-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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