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의 정취를 품은 라한호텔 전주
한옥마을의 정취를 품은 라한호텔 전주
  • 고아라 |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22.02.0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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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4월, 전주 한옥마을에 멋스러운 건물 한 채가 들어섰다. 즐거움을 뜻하는 순우리말 ‘라온’과 한국의 ‘한’을 조합해 만든 이름처럼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라한호텔 전주’는 오픈과 동시에 한옥의 정취를 품은 호텔로 유명세를 탔다. 한옥 게스트하우스가 전주 여행자들 대부분의 숙박을 책임지고 있던 한옥마을에 한옥 뷰와 세련된 인테리어, 특별한 감성 공간들로 무장한 호텔이 들어서자 ‘이 호텔을 경험하기 위해 전주로 떠났다’는 후기가 쏟아졌다.

이미 여행과 출장으로 여러 번 방문했던 전주이지만 이번 여행을 앞두고 유독 설렜던 이유다. 한옥 뷰를 품은 객실이라니, 침대에 누워 한옥마을을 내려다보는 기분은 어떤 느낌일까. 한껏 부풀었던 기대는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감동으 로 바뀌었다. 로비 정면에 통창을 내 한옥마을의 전경이 쏟아지고 있는 것. 통창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푹신한 소파가 마련돼 있어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로비 오른 편에 자리한 북 스토어 겸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주문해 소파에 몸을 맡겼다. 정갈하게 켜켜이 쌓인 기와지붕들이 마치 잔잔한 파도처럼 물결치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들떴던 마음이 절로 차분해진다. 한옥 체험을 포기하고 이곳을 선택한 대가는 이 풍경만으로 충분해졌다.

객실로 걸음을 옮기기 전, 자기 전에 읽을 책 한 권을 골라볼까 하고 <전주산책>을 둘러보다 시간이 훌쩍 흘렀다. 생각보다 많은 책들과 아기자기한 소품에 정신이 빼앗긴 것이다. 전주산책에는 수만 권의 큐레이션 도서를 비롯해 다양한 디자인 소품, 아트웍 컬래버레이션 전시품 등이 있다. 입구 쪽에는 아담한 카페가 있고,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는 자리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돼 있어 따뜻한 음료와 함께 여유로운 독서 시간을 갖기 좋았다. 조금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르고 아늑한 보금자리가 기다리고 있을 객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전주 지역의 이야기가 담긴 책 한 권, 여행 기념품이 되어줄 귀여운 책갈피와 함께.


라한호텔 전주는 총 6개 타입의 195개 객실로 구성돼 있다. 패밀리 객실부터 온돌 객실, 어린 자녀들을 위한 콘셉트 객실까지 다양해 누구와 함께 방문해도 편안한 호캉스를 즐길 수 있다. 디럭스룸은 차분한 월넛 브라운과 페일 그레일 톤으로 꾸며져 모던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다. 이중 ‘세미한옥뷰’ 객실은 전주 한옥마을과 전주 시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액자에 걸린 단색 작품 등 곳곳에 한국적인 요소를 부여해 창밖과 안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스위트 트윈 한옥 뷰’는 거실과 침실이 구분된 객실로 안락한 소파와 탁 트인 한옥마을 전경이 여행의 피 로를 깨끗이 씻어낸다. 침실에 더블 침대와 싱글 침대가 나란히 있어 인원이 많은 가족 여행자도 여유롭게 머물 수 있다. 에디터가 호텔을 고르는 기준 중 하나인 어메니티도 만족스럽다. 럭셔리 홈 컬렉션 브랜드 ‘토비 토빈Tobi Tobin’의 시그니처 바디케어 컬렉션이 준비된 것. 여행을 하고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나면 싱그럽고 향긋한 잔향이 은은하게 퍼져 몸이 노곤해진다.

한옥마을에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는 장면을 커다란 창을 통해 감상하고 있으니 ‘전주 한옥마을 야경 명소’라는 카페 하녹당이 떠올랐다. 라한호텔 전주 2층에 자리한 카페로 한쪽 벽면에 통유리창을 적용해 한옥마을 전경을 바라보며 음료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그중 모나카세트는 하녹당의 시그니처 메뉴이니 놓치지 말 것. 전통적인 문양의 과자 안에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녹차 아이스크림이 들어가 있어 바삭한 식감과 부드러운 식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적당한 달콤함으로 커피와도 잘 어울리는 맛이다.


밤 10시까지 운영해 따뜻한 실내에서 야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카페 안쪽에 있는 계단을 통해 루프탑도 오를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전주의 풍경이 파노라마 뷰로 펼쳐져 실내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는 만큼 야경과 어울리는 칵테일도 선보인다. 호텔의 매력을 샅샅이 즐겼는데도, 아직 설렘이 남아있다. 호텔의 꽃인 조식을 맛보지 못 했기 때문이다. 라한호텔 전주의 조식에서는 ‘스지곰탕’을 맛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알람도 울리지 않았는데 눈이 일찍 떠졌다. 조식 뷔페 레스토랑 인 <더플레이트>로 들어서자 수석 셰프의 손끝에서 탄생한 다채로운 음식들이 끊임없이 후각을 자극한다. 신선한 제철 식재료로 만들어서인지 육식주의자인 에디터도 맛깔스러운 비주얼의 샐러드를 먼저 접시에 담는다. 다음 목표는 더플레이트의 시그니처 메뉴인 스지곰탕. 셰프가 직접 3일간 정성스레 끓였다는 전통 보양식이다. 가마솥에 담겨 있는 스지곰탕을 조심스레 그릇에 옮겨 담았다. 흰쌀밥에 잘 익은 김치와 함께 떠먹으니 속부터 따뜻하게 채워지는 기분이다. 아침을 잘 챙겨 먹지 않는 편인데도 깊은 국물 맛에 반해 두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본격적인 전주 여행을 위해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을 나서는데, 벌써부터 전주 여행이 풍요로워진 기분이다. 한옥마을의 정취를 실컷 누리고 맛있는 한식으로 식사까지 마치고 나니 ‘뽕을 뽑겠다’는 여행은 어느새 ‘잘 쉬다 가자’는 여행으로 바뀌어 있다. 욕심을 비우니 더 많은 것들이 채워지는 기분이랄까. 굳이 많은 곳을 가지 않아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배움을 얻은 호캉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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