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청정 자연을 담은 맥주
평창의 청정 자연을 담은 맥주
  • 고아라 |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22.01.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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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 팀머맨즈 화이트 크로우 브루잉 대표

‘겨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국내 여행지 평창. 하얀 설원을 내지르는 스키장과 곳곳에 남아있는 올림픽의 흔적 외에도 평창에 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천연 암반수와 평창의 다양한 특산물로 세계에서 하나뿐인 맥주를 만드는 곳, 화이트 크로우 브루잉이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평창 산골로 이끌고 있다.

Q. 어쩌다 한국에 정착하게 됐나요?

A. 2012년부터 이곳에서 원어민 선생님으로 일했어요. 이전에도 먼저 한국을 방문했던 친구들에게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기 좋은 장소가 많다는 얘기를 듣고 방문했던 적이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과 캠핑, 낚시, 하이킹을 다녔고 대학 시절에도 기회만 되면 암벽등반을 하는 등 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했거든요. 한국은 산지 면적이 전 국토의 70% 이상이잖아요. 한국에서 일하며 꾸준히 캠핑과 클라이밍, 암벽등반을 즐기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면서 함께 전국 방방곡곡의 산을 돌아다녔어요.

Q. 한국의 많은 도시 중 평창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A. 겨울 방학 때 아내와 함께 북한산, 치악산, 설악산 등 여러 곳을 등산하던 중 문득, 강원도에 아늑한 집을 짓고 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말에 등산을 하고 서울로 돌아갈 때 길이 멀기도 하고 교통 체증도 심해 불편했거든요. 강원도에 살면 이런 문제도 해결되고 저희가 원하는 평화로운 삶을 실현 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때 우연히 부동산에 들렀다가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해 평창으로 이사하게 됐어요.

Q. 브루어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단순합니다. 맥주를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맥주를 마시는 것도, 만드는 것도요. 도시에서 일할 때는 시간이 없어서 도전하지 못했는데, 평창으로 이사오고 난 후 여유가 생겨서 브루잉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당시 아내가 동해로 발령을 받아 주말부부로 살게 됐는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본격적으로 홈브루잉을 시작했습니다. 맥주를 만들고 친구들과 함께 나눠 마시면서 소질을 발견한 거죠. 어머니 댁 근처인 캐나다 캘거리에 맥주 관련 학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체 없이 떠났어요. 2년간 수제 맥주 제조와 양조장 관리를 배우고 돌아와 지금의 화이트 크로우 브루잉을 오픈했습니다.

Q. 브루어리의 이름이 굉장히 특이해요.

A. 처음에는 브루어리 바로 뒤편에 자리한 대미산의 이름을 따서 ‘대미 브루어리’라고 지으려 했어요. 하지만 욕하는 것 같다는 주변 사람들의 반대 의견이 있었어요.(웃음) 입에 잘 달라붙으면서도 유니크한 이름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평창을 처음 만났을 때, 다른 도시들에 비해 매우 특별하고 강렬한 인상이었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이름을 붙이고 싶었거든요. 어느 날 아내가 평창의 옛 이름이 뭘까 찾아보다가 통일신라시대 때 평창의 이름이 백오현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화이트 크로우 어때?’라고 물었는데 이거다 싶었죠. 백오가 하얀 까마귀라는 뜻이기도 하고 하얀 까마귀가 천년의 길조이기 때문에 좋은 맥주로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전달하고 싶다는 제 신념과 맞아떨어졌거든요. 평창을 상징하기도 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주기도 하고요.

Q. 브루어리뿐만 아니라 맥주들의 이름도 독특해요.

A. 맞습니다. 화이트 크로우 맥주의 이름과 맛은 평창과 관련이 깊어요. 아내가 ‘평창’하면 봉평의 메밀이 유명하니 메밀로 맥주를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내서 종류별로 메밀 맥주를 만든 결과 영벜 , 흑맥주인 블랙벜 , 라거인 쿨벜이 탄생했어요. 메밀의 영어 이름인 벅위트Buckwheat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평창의 산딸기로 만든 바이젠과 평창에 많이 살고 있는 고라니를 상징하는 고라니 브라운, 평창 올림픽의 금메달을 상징하는 평창 골드도 있어요. 앨티 앰버는 평창의 대표 액티비티인 장암산 패러글라이딩을 상징하는 맥주고요. 이름이 독특한 만큼 각 맥주에 대해 이해하기 쉽도록 스토리를 담은 포스터를 따로 제작해 걸어뒀어요. 앞으로도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맥주를 개발해나갈 생각입니다. 수상 경력이 화려하네요. '아시아 맥주 챔피언십'에서 고라니 브라운이 19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수상을 했어요. 2020년에는 같은 대회에서 평창 골드가 공교롭게도 이름처럼 금메달을 수상했고, KIBAKorea International Beea Awards에서는 새소리 블론드 에일이 은메달, 고라니 브라운 에일이 동메달을 수상했습니다. 올해에는 에서 IPA 금상을 받았습니다.

Q. 종류가 다양해 하나만 선택하기 힘들어요. 겨울에 마시기 좋은 맥주를 추천해 준다면?

A. 사실 화이트 크로우 브루잉의 모든 맥주가 골고루 인기가 많아요. 하나만 굳이 꼽자면 아무래도 겨울이니까 포터인 블랙 을 추천합니다. 토스팅한 메밀과 커피, 바닐라 등이 있어 달콤하고 고소하면서도 묵직하거든요. 종류가 다양한 만큼 취향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다는 점이 화이트 크로우 맥주의 매력이에요. 나이대가 높은 손님들은 골드를, 젊은 여성분들은 얼그레이 차가 들어간 새소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블루베리, 블랙베리 등 다양한 베리 종류를 넣어 만든 사워 에일도 마니아 층이 두터운 편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맛보고 싶다면 작은 잔에 담겨 나오는 샘플러를 주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Q. 각자 도시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왔는데, 평창에서의 삶은 만족스러운가요?

A. 저희 부부는 시골의 삶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이제 다시 도시에서 생활할 수 없을 정도로요. 우선 공기가 맑고 고요하잖아요. 넓은 정원과 많은 손님들이 좋아해 주시는 브루어리도 있고요. 밤이면 하늘을 가득 수놓는 별들도 마음껏 볼 수 있어요.

Q. 지역 축제도 개최하신다고 들었어요.

A. 코로나 이전에는 연주회나 콘서트 등 다양한 축제를 열어 여러 사람들과 맥주를 즐겼어요. 저희가 좋아하는 마라톤, 사이클링 등 아웃도어 대회도 여러 번 개최했고요. 참가자 25명으로 시작해 점차 50명까지 늘어났어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축제를 즐기긴 어렵지만 점차 나아지지 않을까요.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A. 브루어리가 평창에서도 산속에 있어 공기도 좋고 평화로운 분위기지만 편하게 찾아오긴 어렵다고 생각해요. 저희 맥주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나 아직 접해보지 못한 분들이 좀 더 쉽게 맛볼 수 있도록 도시에 펍을 오픈하려고 합니다. 지금도 평창을 기점으로 강릉, 대전, 영종도 등 다양한 지역에 납품을 하고 있지만 저희 맥주가 있는 곳인지 알고 찾아가긴 어려우니까요. 내년 즈음 강릉 지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강릉 지점을 시작으로 점차 넓혀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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