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이 품은 겨울산
평창이 품은 겨울산
  • 김경선 | 양계탁, 정영찬, 아웃도어DB
  • 승인 2022.01.06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겨울나라 평창이 제 계절을 맞았다. 한국에서 드문 고지대에 펼쳐진 천혜의 자연환경과 흥미로운 여행지, 따뜻한 사람과 맛있는 음식까지. 겨울여행지로 평창만한 곳이 없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자연이다. 인적이 드문 만큼 경이롭고 풍요로운 평창의 산은 겨울이면 더욱 찬란하게 빛난다. 평창이 품의 여섯 개의 산을 소개한다.

한국의 겨울왕국, 계방산

계방산(1577.4m)은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이지만 들머리인 운두령의 해발고도가 1089m로 높아 산행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특히 겨울철 눈꽃이 아름다워 눈꽃산행지로 인기. 고개가 높아 정상 부위에 늘 구름이 걸쳐 있다는 운두령에서 능선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닿는데, 정상까지 약 500m만 고도를 높이면 되니 산행이 그다지 어렵지 않고, 코스가 단순해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이런 탓에 겨울철 주말이면 등산객들이 몰려 가급적 산행 시간을 빠르게 잡는 게 좋다. 겨울이면 북서풍이 밀려들어 능선 일대에 상고대가 활짝 핀다. 능선에 서면 주변 일대 산군이 시원하게 조망되니 경치에 취하고 매서운 북서풍이 만들어낸 상고대에 또 한 번 취한다. 산행은 운두령~정상~노동리계곡 코스가 일반적이며, 어떤 코스로 가든 5시간이면 산행을 마칠 수 있다.

수묵화 부럽지 않은 첩첩 산그리메, 오대산

오대산에는 문수보살이 상주한다. 모든 부처의 어머니이며 모든 보살의 스승인 문수보살의 상주터 오대산은 그리하여 포근하고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산은 어머니의 모습처럼 부드러운 육산의 형태를 띠고 있다. 굵직굵직한 암봉 대신 흙산의 풍요로움을 간직한 오대산에서는 마음을 다스리고 덕을 쌓으며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산중 어느 곳을 가든지 불법의 향기가 풍겨나는 오대산은 또한 ‘거목의 산’이다. 산 어귀의 월정사 전나무 숲이 이미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것도 그러하거니와 산중 어디에서도 오랜 거목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전나무 숲과 천연보호림인 주목군락, 튼실한 잎갈나무와 구상나무같은 귀한 고산식물들이 가득해 생태계의 보고라 불린다. 숲과 물이 청정한 오대산은 월정지구의 부드러운 능선미와 소금강지구의 뛰어난 계곡미가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게다가 산을 가득 메우고 있는 사찰과 암자, 그리고 풍부한 산림자원이 어우러져 사계절 모두 빼어난 자연미를 뽐낸다.

케이블카 타고 만나는 신비의 겨울왕국, 발왕산

높이 1458m로 우리나라에서 12번재로 높은 산이자 겨울이 되면 그 아름다움이 더욱 배가 되는 산이 발왕산이다. 주변의 오대산에 비해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한류 드라마의 원조격인 '겨울연가'와 신한류를 이끈 '도깨비'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평창동계올림픽 때는 스키 알파인 회전과 대회전 종목이 열린 장소이기도 하다. 발왕산은 높이가 만만치 않아 발품을 팔자면 끝이 없지만 용평리조트에서 정상까지 케이블카가 연결돼 다소 편안(?)하게 트레킹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정상까지 직선거리로 3.7km, 20분 정도 소요된다. 곤돌라를 타고 오르면 하늘을 나는 기분이어서 좋고, 나무와 숲의 모습을 공중에서 살펴볼 수 있어 좋다. 발왕산 정상은 케이블카 하차 지점에서 약 20분 거리다. 가는 길이 평탄하고 구상나무, 단풍나무, 신갈나무, 주목, 야광나무, 거제수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가득하다. 겨울이면 오랜 거목에 상고대며 눈꽃이 가득하니 겨울왕국이 따로 없다. 정상에 다다르면 강원도의 산군이 한 눈에 펼쳐진다. 강원도에서 잠깐의 발품으로 이토록 광활한 풍경을 만나기 쉽지 않으니 평창 여행자라면 꼭 방문하길 추천한다.

겨울에 만나는 한국의 알프스, 선자령

봄과 여름의 선자령은 익숙하지만 겨울 선자령은 조금 낯설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 바람이 가장 많이 부는 곳 중 하나가 선자령이 아닌가. ‘선자령’하면 떠올리는 풍력발전기도 이곳 바람이 얼마나 매서운지 알려주는 증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 선자령을 찾아야하는 이유는 이국적인 설경 때문이다. 서서히 눈이 쌓여 새하얀 겨울왕국으로 변모한 선자령은 풍력발전기와 어우러진 독특한 경관을 자랑한다. 대관령(832m)은 개마고원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위평탄면으로 고도는 높은데 완만한 평지가 펼쳐진다. 백두대간 능선이 흐르는 대관령을 기준으로 서쪽 일대는 고위평탄면이고, 동쪽은 급경사를 이루다 동해를 만난다. 그리하여 대관령은 남한에서 가장 먼저 서리가 내리고 수시로 폭설이 쏟아진다. 대관령의 대표적인 산행지가 선자령이며, 겨울철 눈꽃산행 코스로 인기가 높다. 선자령의 일반적인 코스는 계곡길이다.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시작해 선자령 계곡길과 능선길을 밟아 원점 회귀하는 코스로 약 10.8km, 4시간쯤 걸린다. 선자령 정상에서 바라보면 북쪽으로 곤신봉, 매봉을 지나 소황병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에 하얀 풍차들이 가득하다. 그 너머로 새파란 동해가 넘실대니 매서운 추위를 뚫고 갈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깊고 깊은 산골짜기를 찾아서, 가리왕산

강원도 정성군과 평창군에 걸쳐 있는 가리왕산(1561m)은 옛날 고대국 맥(貊)의 갈왕(葛王)이 예(濊)의 침입을 피해 숨어들었던 곳이라 하여 갈왕산으로 부르다 일제강점기 이후 가리왕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9번째로 높은 장대한 육산이다. 품이 깊고 넓어 거느린 능선과 계곡이 부지수로 많은데 특히 장전계곡, 장구목이골, 어은골 등은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이끼계곡으로 유명하다. 가리왕산은 산나물과 약초 천국이기도 하다. 곰취, 참나물, 산작약, 당귀, 산마늘, 더덕, 산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중 산삼이 특히 유명하다. 계곡이 깊지만 능선이 완만한 편이라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단, 어느 코스를 올라도 정상까지 3~4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어린이나 노약자, 산행 초보자는 쉽지 않은 산이다. 주로 정선 쪽에 들머리가 인기지만 평창 발심사 들머리가 정상까지 가장 짧은 구간이다. 정상에 서면 탁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주변의 백덕산, 치악산, 괘병산, 청옥산, 함백산, 오대산, 고루포기산 등 수많은 산들이 훤히 보인다.

청명한 겨울밤, 별 보러 갈래? 청옥산

각종 산나물의 보고 청옥산(1256m)은 비교적 능선이 평탄하고, 그 면적이 볍씨 600말을 뿌릴 수 있는 들판이라고 해 이름 지어진 육백마지기가 산 정상에 위치한다. 고지대에 평탄한 지대가 펼쳐져 배추, 무 같은 고랭지 채소의 재배지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포토 스폿으로 인기를 끌면서 평창의 인기 관광지로 떠오르기도 했다. 정상 인근에 만발한 야생화를 배경으로 천국의 계단, 작은 교회, 무지개 의자 등 조형물을 설치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방이 푸릇한 계절이면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떠올릴 만큼 청량하다. 이곳이 더욱 인기를 끄는 이유는 발품 대신 차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 야생화가 한창일 때면 매일 1천 여 대의 차량이 방문하기도 한다. 도보로도 물론 갈 수 있다. 산행 시간은 5시간 정도 소요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