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문화의 명과 암
배달 문화의 명과 암
  • 김경선
  • 승인 2021.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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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로 달라진 삶 3

코로나19는 성장하던 배달 플랫폼 산업에 강력한 촉매제가 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배달 음식은 짜장면, 피자, 햄버거 정도가 전부였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직접 발품을 팔아야하는 것이 당연했던 세상이 배달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으로 외식 문화의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요즘 배달앱 하나쯤 안 쓰는 이가 있을까. 초창기 배달앱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굳이 배달비 들여서 음식을 사먹어야 하나’ 싶었지만 ‘편리함’은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켰다. ‘먹고 싶은 음식을 편하게 집에서 먹을 수 있다면 배달비 2~3천원 정도야 아깝지 않지’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

코로나19는 성장하던 배달 플랫폼 산업에 강력한 촉매제가 됐다. 음식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식 인원이나 영업시간 제한 등이 시행되면서 불가피하게 배달 플랫폼을 사용하는 일이 늘어났다. 특히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유행기에는 외식에 대한 공포로 배달 플랫폼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한창 코로나19 공포가 극에 달할 무렵, 회사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점심식사 배달에 한 시간은 기본, 길게는 한 시간 반을 훌쩍 넘기는 일도 다반사였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외식업계의 오프라인 매출과 배달앱 매출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신한카드의 가맹점 및 고객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발간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외식업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외식업 매출액은 8조4071억 원에 달한다. 주목할 만 한 점은 배달앱을 제외한 외식업 매출액은 6조9320억 원으로 2019년 동월(8조8212억 원)과 견줘 1조8892억 원(-21.5%) 떨어졌다. 일반 유흥주점업(-68.9%), 생맥주 전문점(-52.7%), 기타 외국식(-48.0%), 한식 육류 요리(-37.7%) 등 매장 영업 의존도가 높은 업종일수록 타격이 컸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배달 플랫폼 사용자들이 늘어났다는 반증이다. 오프라인 음식점 매출은 떨어진 반면 배달앱을 통한 매출은 1조4751억 원으로 2년 새 330.6%(1조1000억 원) 급증했다.

배달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비대면으로 인한 안전성, 시간 대비 효율적인 경제성, 빠르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편의성은 확보했지만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이라는 풀기 힘든 난제가 등장했다. 배달 문화의 확산 이전에도 세계는 이미 플라스틱공화국이었지만 지금은 그 정도가 감당불가한 수준이다. 올해 월별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조원을 넘었고, 이는 2018년 초 3474억원에 비해 5.8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당연히 배달 및 포장 용기 생산량도 급증했다. 2016년 6만4천톤이었던 용기 생산량은 지난해 11만957톤 증가해 4년 사이 73.2%나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항력적으로 배달 음식을 시켜먹을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위드 코로나로 전환됐다고 편리함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배달 음식을 갑작스럽게 중단하기란 쉽지 않다. 문제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증가가 결국 미세플라스틱 같은 문제로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플라스틱 문제는 개인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해결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여론에 힘입어 정부는 지난 6월 배달 용기의 두께, 재질을 표준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불필요하게 용기를 두껍게 제작해 플라스틱 사용을 늘리지 않고 재활용을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것이 배달 플라스틱 사용양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법제도 정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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