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대한민국 여행 브랜드 마케터
[위드 코로나] 대한민국 여행 브랜드 마케터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1.12.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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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민 'EC21' 관광 마케팅 팀장

바이러스가 강제한 변화된 사회. 불안과 공포, 혼란 속에서도 질서를 찾아가는 세상의 이야기를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세상은 어떻게 변화했고, 또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5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주>

instagram @marketer_sumin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11월, 그동안 침체기였던 관광 산업이 회복의 조짐을 보인다. 여행 업계에서는 각종 마케팅을 선보이며 관광객 유치에 나서는 가운데 공공기관 역시 새로운 관광 마케팅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공공기관 관광 마케팅을 총괄하고 최근 2021 여행 트렌드를 분석 한 <EC21> 조수민 팀장을 만나 관광 산업에 관해 물었다.

관광 마케팅 전문 기업의 마케터로 재직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글로벌 관광 마케팅 전문기업 EC21의 조수민 팀장입니다. EC21은 2000년 한국무역협회에서 분사한 기업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무역 사업, IT 기술을 통해 마케팅 전략을 설정하는 뉴비즈니스, EU와 중소기업의 판로를 구축하는 EU게이트웨이 등 다양한 일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저는 그중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뉴미디어 마케팅 본부 IMC팀 팀장으로 재직하고 있어요. 저희 팀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국내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의 관광 산업 마케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을 총괄합니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관광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바이러스 습격 이전에는 소확행과 가성비 위주의 여행 소비 심리가 압도적이었어요. 코로나19가 터지고 난 후에는 아무래도 안전에 관한 중요성이 높아지다 보니 안전 여행, 청정 여행이 인기였죠.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들어선 이후에는 가치 여행이 주목 받을 거 같아요. 당장 집 밖을 나가지 못하는 나와 힘들어하는 지구를 동일시하면서 친환경 등 가치라는 키워드가 떠오른 거죠. 여행지도 많이 바뀌었어요. 해외에서 국내로, 그중에서도 시골 또는 소도시로의 여행이 급격히 부상했어요. 사람이 없으면서도 자연 친화적인 장소에서 플로깅하거나 명상을 하거나 요가를 하는 등 가치 여행이 점점 늘어나고 있죠.

SNS가 가치 여행의 인기에 한몫한 거 같아요.
여행에 SNS는 빠질 수 없죠.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트렌드를 이끌고 그들을 팔로우하는 소비자들이 트렌드에 따라가니까요. 8년째 관광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전국을 돌아다녔는데 지역마다 로컬 리더들이 있었어요. 해당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하면서 좋은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들이죠. 그들 스스로 지역 여행 콘텐츠를 제작해 SNS에 알리고 콘텐츠를 본 소비자들은 해당 지역을 방문해 상생하더라고요. 로컬 리더뿐만 아니라 여행 인플루언서들도 여행의 변화에 많은 역할을 했어요. 그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인 서남아시아, 남미 등을 배낭여행 하는 콘텐츠를 올리고 있는데요. 가치 여행과 일맥상통해서 그런지 인기가 많더라고요. 새로운 여행지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될 수 있는 셈이죠.

언제쯤이면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까요?
이미 시작됐다고 봐요. 지난 10월엔 여행객 2086명이 사이판으로 출국했고, 단계적 일상회복에 접어선 11월부터 홈쇼핑 여행 상품이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죠. 그것으로 보아 2023년엔 해외여행객 수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거 같고요. 지금이야 국경을 오픈한 몇 개의 여행지로 출국을 하지만 내후년에는 희귀하거나 안전한 장소를 방문하는 여행객이 많아질 거 같아요. 여행 준비 과정도 달라질 거고요. 예전엔 단체 패키지여행이 인기였다면 이제는 개인 맞춤형 여행이 늘어날 것 같아요.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면 반대로 국내 여행이 줄어들 거 같은데.
사람들을 움직이는 건 혜택과 가치 두 가지인 것 같아요. 비용이 저렴한 상품 또는 1+1의 혜택이 있는 상품이 있다면 국내 여행도 선택지가 될 수 있어요. 또 소비자의 가치와 상응하는 여행 상품이라면 해외여행 못지않게 인기를 얻을 수 있겠죠. 여행을 가는 것만으로도 친환경이나 지방 경제 활성화에 도움 되는 등 흔히 경험할 수 없는 가치를 얻게 된다면 단계적 일상회복에 접어들어도 국내 여행의 인기가 식지 않을 거예요.

체계적인 정보를 갖춘 여행 플랫폼도 필요할 거 같아요.
지금도 많은 여행 플랫폼이 있죠. VR, AI 등 IT기술과 연계한 플랫폼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걸 보면 여행 플랫폼의 발전 속도는 엄청 나요. 그런데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여행 플랫폼이 활성화 되는 건 아니에요. 결국 1등과 2등의 싸움이랄까요. 예를 들어, 애플이 스마트폰을 생산한다고 해서 삼성이 스마트폰을 만들지 않는 건 아니잖아요. 기술은 거기서 거기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기존의 정보를 어떻게 재미있고 편안하게 제공하는 지가 더 중요하죠. 노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플랫폼이라면 사용 환경을 쉽게 만들거나, 사진을 좋아하는 계층을 타깃으로 하는 플랫폼이면 글보다 사진 위주의 사용 환경을 구성할 수 있죠. 기본 틀은 똑같고 콘셉트에 따라 노출 전략만 제대로 기획하면 어떤 플랫폼이든 활성화 될 수 있어요.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후, 관광 산업에 종사하는 마케터들이 어떻게 여행을 이해하고 여행자에게 다가가야 할까요?
요즘 공공기관의 여행 마케팅은 ‘여행을 마음으로 하세요’라는 슬로건이 대다수예요. 근데 이 문구는 사실 와 닿지 않아요. 이미 소비자들은 안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니까요. 이제 안전은 여행객들이 지켜야 하는 거고 여행 마케터들은 재미있는 가이드를 제시할 때 인 거 같아요.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여행 마케팅을 기획하는 사람들이 책임감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너무 이론적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본인이 직접 여행을 떠나보고 인플루언서들도 만나면서 트렌드를 익혀 알맞은 전략을 만들어야죠. 무엇을 한다기보다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깨닫고 좋은 콘텐츠를 생산해야 문화 관광국으로 발전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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