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에코캠퍼& 페어캠퍼가 필요한 시기
[위드 코로나] 에코캠퍼& 페어캠퍼가 필요한 시기
  • 김경선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1.12.21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해연 '시티핸즈캄퍼니' 대표

바이러스가 강제한 변화된 사회. 불안과 공포, 혼란 속에서도 질서를 찾아가는 세상의 이야기를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세상은 어떻게 변화했고, 또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5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주>

코로나19로 우리의 삶이 바뀌었다. 집안에만 머물던 사람들은 기약 없는 격리에 지쳐갔고 자연스럽게 야외활동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이전, 완만하게 성장하던 한국의 캠핑시장은 코로나 이후 급격하게 성장을 거듭했다. 기존의 캠퍼들은 물론 캠핑에 처음 도전하는 캠린이들의 대거 등장으로 전국의 캠핑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갑작스러운 팽창’에서 시작됐다. 폭증하는 캠퍼들을 수용할 충분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캠핑 인구가 늘어나다보니 캠핑장이 아닌 노지 캠핑이 늘었고 쓰레기 무단투기, 소음 등으로 지역주민들과의 마찰이 생겨났다. 이러한 변화는 현장의 목소리를 체감하는 아웃도어인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수십 년간 아웃도어 업계에 종사하며 올바른 아웃도어 문화를 선도해온 시티핸즈캄퍼니 유해연 대표는 최근 캠핑 문화 전반의 문제점이 지속되는 것을 지켜보며 해결방안을 고심해왔다.

캠핑인구가 폭증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자연이라는 풍요로운 환경과 어우러져 힐링하는 행위가 캠핑이죠. 많은 캠퍼들이 전국 방방곡곡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캠핑을 즐기지만 자칫 지역에 민폐를 끼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조금 더 저렴하게 캠핑을 즐기기 위해 거주지 인근 대형마트에서 식료품을 사고 막상 현지에서는 쓰레기만 버리고 오는 경우가 다반사죠. 캠퍼들이 늘자 지역 주민들은 ‘관광객들이 많이 오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되겠다’ 기대감을 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동네만 시끌벅적해지고 막상 돌아오는 이득은 없다는 사실에 황망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죠. 더욱이 일부 캠퍼들이 무분별하게 쓰레기를 버리고, 밤늦도록 술판을 벌이는 행위를 지켜보며 실망감과 화가 쌓여갔습니다.

최근 차박이나 트레일러 캠핑이 인기를 끌면서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이 심해졌다고 들었어요.
차박이나 트레일러의 특성상 굳이 캠핑장이 아니어도 차를 댈 곳만 있으면 어디서든 캠핑이 가능해요. 우리나라 경치 좋은 곳이면 여지없이 트레일러가 정박돼 있어요. 문제는 캠핑 하지 않을 때도 늘 그 자리에 트레일러는 정차해 놓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경치 좀 좋다는 곳에 가보면 트레일러나 차가 빽빽하게 주차돼 있어요. 사유지가 아니다보니 마음껏 머물다 가는데,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취사를 하고 주변에 쓰레기며 음식물 쓰레기를 투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악취가 나고 일회용 쓰레기가 쌓여가니 지역 주민들이 화가 날 수밖에요. 일부 지역에서는 마을 청년들이 자경단을 조직해서 캠퍼들을 막거나, 경운기 등으로 차가 지나는 진입로를 막기도 하지만 제도적인 장치가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죠. 전국의 명승지가 몸살을 앓고 있어요.

시티핸즈캄퍼니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알리고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죠.
지난 10월부터 ‘에코캠퍼 페어캠퍼’라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지속가능한 캠핑문화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 기획했죠. 사실 시티핸즈캄퍼니가 큰 회사는 아니다보니 우리의 캠페인이 올바른캠핑문화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지속가능한 캠핑문화 정착을 위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에코캠퍼 페어캠퍼’ 캠페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세요.
코로나19 이전에도 캠퍼들 사이에서 ‘공정 아웃도어’라는 운동이 있었습니다. 그 지역에 머물며 힐링하고 돌아오지만 막상 대기업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지역에서는 어떠한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공정 아웃도어는 가능한 현지에서 식료품을 구입하고, 외식도 하는 등 지역민들의 이익을 고려하는 활동을 하자는 취지죠. ‘에코캠퍼 페어캠퍼’도 마찬가지예요. 캠퍼와 지역민들이 모두 상생하는 방안을 고민했죠. 첫째, 에코캠핑 하기입니다. 거주지에서 장을 봤다면 일회용품 그대로 캠핑장에 들고 가지 않고 다회용품에 먹을 만큼만 넣어가자는 취지죠. 둘째, 페어캠핑하기입니다. 캠핑이나 차박지 인근 매장에서 쇼핑하거나 외식을 하며 지역 주민들과 상생하자는 취지입니다.

보다 많은 캠퍼들의 참여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 많던데요.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말로만 외치는 캠페인은 파급력이 떨어지죠. ‘어떤 리워드를 제공하면 좋을까’ 열심히 고민했습니다. 앞서 말한 에코캠퍼, 페어캠퍼를 한 번씩 인증할 때마다 점수를 주고, 일정 점수에 도달하면 선물을 제공하기로 결정했죠. 예를 들어 다회용기에 식재료를 담은 사진 또는 지역상권에서 쇼핑한 사진을 시티 크릭(citycreek.co.kr)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면 100점의 포인트를 주고 일정 목표에 도달하면 총 세 가지 상품을 증정합니다. 1st award는 1200포인트로 BBQ 앞치마와 스탠리 기념 패넌트, 2st award는 2500포인트로 스탠리 108주년 메모리얼 한정판 보온병을, 3rd award는 3600포인트로 스탠리 파티&클리닉 초대권(2인)을 제공합니다. 한 번의 캠핑에서 여러 번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에코캠퍼, 페어캠퍼로 각각 1회식 200포인트를 쌓을 수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윤을 내기보다 오히려 큰 비용을 들여야 하는 캠페인 같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페인을 시작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코로나19 이후로 캠핑이나 아웃도어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나 기본적인 룰을 숙지하지 못한 캠린이가 늘었습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즐기고픈 마음에서 시작한 활동이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덩달아 늘었죠. 또 트레일러가 늘면서 전국의 캠핑장, 특히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캠핑장 주변에 캠핑카 빌리지가 자연스럽게 조성되고 있습니다. 유료가 아닌 만큼 쓰레기 관리가 되지 않고 방뇨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어요. 지역 주민들은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해결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합리적인 계도 방식을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몇 년간 보아오면서 누군가는 나서서 한국의 자연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파타고니아처럼 브랜드가 확실한 환경 철학을 가지고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죠.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현실이기 때문에 보다 큰 아웃도어 기업들이 나서서 올바른 아웃도어 문화 확산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이를 위한 마중물이 되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자연을 후대에게 잘 물려주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아끼고 보호해야하지 않을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