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아웃도어 인플루언서가 말하는 등산 문화
[위드 코로나] 아웃도어 인플루언서가 말하는 등산 문화
  • 박신영 기자 |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21.12.16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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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연 '마이기어' 매니저

바이러스가 강제한 변화된 사회. 불안과 공포, 혼란 속에서도 질서를 찾아가는 세상의 이야기를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세상은 어떻게 변화했고, 또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5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주>

아웃도어 편집숍 <마이기어>에서 매일 아웃도어 피플과 소통하는 김혜연 매니저. 산행과 백패킹 경험을 살려 초보 아웃도어 피플에게 각종 꿀팁을 전달하는 그녀를 만나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등산 문화를 물었다.

아웃도어 편집숍 매니저이자 월간 <아웃도어>의 필진입니다.
안녕하세요. 월간 <아웃도어>에 7년째 하이킹 관련 칼럼을 기고하는 김혜연입니다. 항상 산행 에세이로만 만나다가 인터뷰로는 처음이네요.(웃음) 저는 산행 경력 13년, 백패킹 10년 차의 아웃도어 마니아입니다. 현재는 아웃도어 편집숍 <마이기어> 종로점의 매니저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덕질과 직업이 일치한다는 ‘덕업일치’ 직장인이네요.
원래는 일반 회사의 사무직 직원이었는데 산행을 즐기면서 <마이기어>와 인연을 맺고 매니저까지 됐어요. 매니저가 되면 각종 아웃도어 용품을 누구보다 먼저 경험할 수 있고 또 매달 한 번씩 회사의 지원을 받아 하이킹을 갈 수 있었거든요. 어차피 매주 산행이나 백패킹을 다니는데 잘됐다 싶었죠.

등산은 어떻게 접하게 됐어요?
전남 고흥의 산골 마을 출신이에요. 어릴 때부터 워낙 들판에서 뛰노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서울로 올라오고 나서 힘들었어요. 서울은 시골 출신에게 복잡하고 어려운 곳이었거든요. 그래서 뭐라도 취미를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때 연예인들의 산행이 유행처럼 퍼져나가 한창 이슈였는데 이거다 싶었어요. 곧바로 전국 여기저기 산행을 다녔는데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거예요.

코로나19 전후의 등산 문화가 많이 바뀐 거 같아요.
코로나19 전에는 모임이 많았죠.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을 목표로 사람들이 모여 등산 동호회를 만들었고 하산 후에 친목을 다지곤 했죠. 친목의 즐거움 때문에 등산에 재미를 붙인 경우도 많을 거예요. 바이러스가 터진 후에는 모임 자체가 불가능해졌으니까 나 홀로 또는 소규모로 등산하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일상에서 안전하고 즐겁게 야외활동을 하려는 심리가 커져서 등산을 취미로 삼는 사람들도 많아졌고요. 그래서 등산 스타일도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산을 정복하고 힘든 산행을 극복했다는 뿌듯함을 얻기 위해 산에 갔다면 최근에는 주거지와 가까우면서도 뷰가 아름다운 산에서 사진을 찍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복장도 가볍게 바뀌었고요. 등산용 기능성 의류보다 일상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레깅스나 캐주얼한 스타일의복장이 많이 보여요.

이런 변화는 젊은 층에만 속한 거죠?
전혀 안 그래요. 요즘 등산 문화는 연령대 별로 나뉘지 않고 일반화됐어요. 레깅스 입고 산에 가는 40·50대의 여성도 흔히 볼 수 있거든요. 물론 젊은 등산 인구처럼 노출이 많은 옷을 입지는않지만 레깅스를 착용하고 긴 상의를 입는다거나 레깅스 위에 반바지를 착용하는 40·50대 여성이 많아요. 조금 안타까운 것은 사실 레깅스는 몸의 움직임을 가볍게 할 뿐 실용적이진 않아요.울창한 숲이나 계곡에서 나무에 쓸리는 등 다치기 쉽거든요. 또 겨울에는 레깅스를 방한으로 사용하기에 무리가 있고요. 변화된 등산복 스타일이 등산 문화를 확장하는데 기여를 했지만 내 몸의 안전을 위해서 가벼운 재킷이나 우모복 등 기능성 등산복을 챙기는 게 좋아요. 남성들의 경우 등산복 스타일이 코로나19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고 등산 장비의 소비가 늘었어요.

사람들이 많이 가는 산의 특징은 뭘까요?
다들 SNS를 하기 때문에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를 갖춘 산이 인기예요. 저부터도 SNS를 위해 산에 가기도 하니까요.(웃음) 뷰포인트 갖춘 산 세 개를 소개할게요. 가장 먼저 북한산이죠. 의상 능선과 숨은 벽 코스는 암릉뷰, 비봉과 백운대 코스는 그야말로 멋진 산뷰를 갖고 있고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쉬워요. 전남 월출산도 뷰가 좋아요. 예전에는 암릉이 많아서 접근이 힘들었는데 최근에 등산로를 완벽히 정비해서 정상까지 편히 오를 수 있고요. 무엇보다 바위틈마다 다른 경치를 보여줘서 재미있어요. 마지막은 통영 사량도의 지리망산을 추천해요. 지리산을 바라보는 산이라고 해서 지리망산인데요. 섬과 산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죠.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접어들어도 등산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을까요?
<마이기어> 매장의 경우 아웃도어 용품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코로나19가 막 시작됐을 때는 너도나도 장비를 구입해서 전 제품이 품절이었거든요. 여행에 쓰지 못하는 비용을 아웃도어에 사용해서 그랬던 거 같아요. 코로나19 2년 차에 접어든 지금은 ‘이제 살 사람은 다 샀다’는 느낌이 강해요. 한창 코로나19가 심할 때 호기심에 아웃도어를 시작한 사람 중 몇몇은 다시 해외여행으로 소비 심리가 이동했고요. 그래서 중고나라에 아웃도어 용품이 많이 올라와 있어요. 무엇보다 다시 겨울이 시작되면 방한 장비가 많이 필요하고 위험 부담도 있어서 아웃도어 인구가차츰차츰 줄 거 같아요.

앞으로 등산 문화는 어떻게 바뀔까요?
제가 예측할 수 없지만 바라는 건 있어요. 무분별한 대형 등산모임보다 소규모로 조용히 산을 즐기는 것. 그러면 바이러스와 쓰레기 문제가 동시에 해결될 거 같아요. 예부터 시산제라고 봄마다 등산 동호회가 ‘올해도 무사히 산행하게 해주세요’라는 제를 산에서 지내는데 각종 음식을 싸 와요. 물론 시산제 후에 흔적을 깨끗이 치우는 동호회도 있지만 쓰레기를 그대로 버리고 가는 경우도 자주 봐요. 또 대형 모임이다 보니 왁자지껄 떠들어서 일반 등산객이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하고요. 이제 무분별한 대형 모임은 줄어들어야 하지 않을까 해요. 또한 어딜 가든 개성을 나타내는 건 좋지만 산행의 난이도나 계절에 따라 갖춰야 할 장비를 꼭 챙겨 위험에 대비했으면 좋겠어요. 친환경과 안전에 관한 의식이 확립되면 더욱 건강한 등산 문화가 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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