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느리게 걷는 여행자
[위드 코로나] 느리게 걷는 여행자
  • 고아라 | 사진제공 이원지
  • 승인 2021.12.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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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지 여행 유튜버

바이러스가 강제한 변화된 사회. 불안과 공포, 혼란 속에서도 질서를 찾아가는 세상의 이야기를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세상은 어떻게 변화했고, 또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5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주>

그녀의 영상은 묘한 매력이 있다. 분명히 들어본 적도 없는 낯선 곳인데 편안하고 즐겁다. 마치 화면 밖의 ‘내’가 영상 속 이원지 작가와 함께 거리를 걷고 있는 것처럼.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유튜브 채널 <원지의하루>을 운영하고 있는 여행 유튜버 이원지 입니다. 지금은 여행을 업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라는 여행기가 담긴 책을 출판한작가이기도 합니다.

어떤 계기로 여행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했어요.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던 중 ‘딱 1년만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퇴사 후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했는데, 그 1년이 몇 년이 되었습니다. 재밌긴 했지만 결과가 중요한 세상에 살다 보니 어느새 우울증이 찾아오더라고요. 그때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겨보자는 생각으로 유튜브에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하루를 영상으로 담아 공유하다보니 신기하게도 우울감이 사라지기 시작했어요.그 하루들이 쌓여 벌써 6년이 되었네요. 학장 시절 땐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지금은 ‘N잡러’ 라는 단어가 익숙하지만 당시만 해도 그런 개념이 없었죠. 한 가지 일을 잘하기보다는 이것저것 호기심이 많아 관심있는 일이라면 거의 다 도전해 봤습니다. 그 모든 과정을 유튜브라는 한 공간에 차곡차곡 담아 나가는 일이 정말 즐거워요.

수많은 여행 유튜브 채널들 속에서 <원지의하루>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장 큰 부분은 ‘친근함’ 인 것 같습니다. 너무 특별하거나 어렵지 않은 여행기에 공감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요. 일상을 기록하고자 시작한 채널인 만큼 가능한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영상을 담으려고 노력해요. 적당히 돈을 쓰고, 적당히 당하고, 적당히 용감한 그런 것들이요. 아무래도 제가 대한민국의 아주 평범한 환경을 경험하며 자란 사람이라.(웃음) 기본적으로 제가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제가 재미있어야 영상도 재미있더라고요. 억지로 즐기는 듯한 영상은 신기하게도 티가 나요.

<원지의하루>에서는 유명한 관광지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가 많이 등장해요.
제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아가는 걸 좋아해서 그런 것 같아요. 여행지에서 현지인이 추천해 준 곳을 찾아가거나, 지도만 보고 다니거나, 지명이 재미있어서 가기도 하거든요. 유명한 관광지를 구경하는 것도 물론 좋아하지만 낯선 곳엔 관광지에선 느낄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여행 스타일도 특별한 것 같아요. ‘소개’보다는 ‘살아보기’에 가까운 여행이죠?
네 맞습니다. 일단 제가 게으르게 누워있는 것을 좋아해서 바쁘게 옮겨 다니는 여행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며칠을 한곳에서 누워만 있거나 한 달 살기, 1년 살기를하게 되더라고요. 자동차로 지나갈 때 보는 풍경이 걸어 다니면서 보는 풍경과 다른 것처럼 살아보는 여행에선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아요. 여행지를 조금 더 천천히 자세히 느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매일매일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죠.

여행 유튜버로서 힘든 순간도 많았을 것 같아요.
사실 여행 유튜버는 여행 자체를 진심으로 좋아해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시간, 체력, 돈 등 모든 것이 소비되는 게 여행이니까요. 여행 유튜버로서 힘들다기 보다는 이런 면에서 지속하기가 더 어려운 것 같거든요. 일단 여행을 떠나면 여행지에서 생기는 돌발 상황 자체를 즐기는 편이라 모든 상황이 재미있어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타격이 컸을 것 같은데.
작년 겨울 팬데믹으로 인해 모든 여행 관련 일이 중단되었어요. 그때 앞으로 여행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많이 우울했지만 평소 배워보고 싶던 일들을 배우고 한국에서의 안정된 일상도 느끼며 나름 그 시간을 즐겼어요. 그중 하나가 목수 일이에요. 그때가 아니면 평생 배우지 못할 것 같아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올해에는 3번의 출국을 경험해 보니 아직 예전만큼 자유롭게 이동하기는 어려운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곧 모두가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날이 오고 있는 것 같아 벌써 설레네요.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는 어떤 책인가요?
제가 처음에 왜 아프리카 종단 여행을 떠나게 되었는지, 왜 지금까지 여행을 계속하게 되었는지 10여 년간의 과정이 담겨있는 여행 에세이입니다. 긴 시간의 과정이 담겨 있는 만큼 당시 고민이 많이 담겨있어 독자분들도 공감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제 마음대로 살아도 생각보다 별일 안 생기더라’는 메시지를 전달드리고 싶어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가 왔어요. 앞으로의 여행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내년부터 해외여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 같아요. 이미 뉴스를 보니 여권 발급 신청 건이 급증했다고 하더라고요. 이전처럼 단체 여행보다는 개인 혹은 소규모의 여행 형태가 많이 발달하지 않을까 생각돼요. 또한 사람이 많은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한적한 곳에서 조용히 쉬어가는 여행을 선호하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는 그간 팬데믹으로 인해 가지 못했던 나라들 위주로 여행을 떠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앞으로의 콘텐츠가 더 기대돼요.
내년에는 제 삶의 환경이 많이 변할 계획이에요. 언제나 그렇듯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 공유드릴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때그때 찾아오는 기회를 잡으며 흐르듯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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