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스 레터] 가까워 만만했지
[에디터스 레터] 가까워 만만했지
  • 김경선 | 양계탁 사진기자,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21.11.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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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아웃도어' 11월호 발행

평생 서울 언저리를 맴돌며 살아온 에디터에게 강화도는 가까워 만만한 여행지였다.

성인이 된 이후 강화도를 몇 번이나 가보았나, 손가락을 접어가며 헤아리기 힘든 걸 보면 꽤 많이 방문했음이 분명하다. 20대에는 연인과 함께, 30대에는 가족과 함께 찾았으니 10여 년 사이 여행메이트가 바뀌었고, 섬이 바뀌었다. 하기야 10년의 시간 동안 에디터의 삶과 강화도만 바뀐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정서와 가치관이 변했고, 일상의 풍경이 진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 변치 않은 것은 섬의 풍광이다. 강화의 낙조는 여전히 환상적이고, 생명이 꿈틀대는 갯벌은 경이로우며, 속살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정겹다.

강화도를 참 많이도 갔지만 문득 그 섬을 떠올릴 때면 언제나 가을의 강화가 생각난다. 온통 누렇게 일렁이는 황금빛 논의 이미지 때문인지, 어느 계절에 보아도 온 세상을 가을빛으로 물들이던 아름다운 낙조의 이미지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에디터에게 강화도의 계절은 언제나 가을이다. 대하, 꽃게, 전어, 고구마…. 섬을 대표하는 특산물도 어쩜 이리 가을 태생인지 모를 일이다.

매주 강화도를 찾을 때도 있었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금요일 밤이면 퇴근 후 캠핑 장비를 후다닥 차에 때려 싣고 남편과 함께 강화도로 달려갔다. 지금만큼은 아니지만 그때도 수도권의 인기 캠핑장은 주말 예약이 녹록치 않았는데, 선착순이었던 강화도 함허동천 야영장은 에디터 부부에게 꿀 같은 공간이었다. 늦은 밤 캠핑장에 도착하면 리어카에 장비를 싣고 전망 좋은 캠핑장 정상으로 꾸역꾸역 올라가곤 했다. 힘들고 고됐지만 다음 날 아침 텐트 문을 열고 나왔을 때 펼쳐지던 강화의 바다. 그 맛을 잊지 못해 매주 함허동천을 찾던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무척이나 그립다.

이제 젊은 부부 대신 중년의 부부와 딸린 두 식구까지, 기동력이 떨어진 에디터의 가족은 함허동천도 강화도도 쉽사리 찾지 못하고 있지만 강화도는 에디터에게 언제나 그리움의 대상이다.추억을 끄집다 보니 강화가 더 그립다. 차로 고작 1시간 반이면 닿는 거리를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한참을 외면했다. 코끝이 아릿해지는 가을과 겨울의 그 사이, 강화도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다. 코로나블루로 가뜩이나 우울한데 훌쩍 강화도로 드라이브나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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