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찐 로컬 크리에이터
강화도 찐 로컬 크리에이터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1.11.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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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김은미 대표

강화도 로컬 과자점 ‘금-방’의 주인장 김은미 대표. 1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강화도의 생태계와 관광 산업을 위해 달려온 그녀는 지금 고소한 과자를 굽는 중이다.

강화명과 ‘금-방’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금-방’의 김은미 대표입니다. 강화도에서 수확하는 고려 인삼, 꽃새우, 사자발약쑥으로 수제 전병 과자를 만들고 있어요. ‘금-방’의 전병 과자는 일반 과자와 달리 다양한 토핑을 넣어 이색적이면서 풍부한 향을 냅니다.

흔히 보는 전병 과자와 달라요.
전병 과자는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래됐고 다시 일제강점기쯤 우리나라에 양과자라는 이름으로 들어왔어요. 그래서 수제 전병 과자라는 말보다 ‘센베이’라는 단어가 익숙할 거예요. 밀가루만 들어간 반죽을 철판에 구워 식힌 과자가 전통 전병인데 김, 생강, 땅콩을 토핑으로 사용하면서 조금씩 맛이 다채로워졌어요. 저는 여기에 강화도 특산물을 토핑으로 사용해 강화도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전병 과자를 만들었고요.

강화도의 많은 특산물 중 고려 인삼, 꽃새우, 사자발약쑥을 선택했어요.
고려 인삼의 적통이 강화삼이에요. 고려 시대 때부터 강화에 인삼을 심었고, 6.25 전쟁 이후에 개성 사람들이 강화도로 내려오면서 고려 인삼을 계승했어요. 강화 역사와 함께한 고려 인삼이야말로 강화 대표 특산물이죠. 크기는 조금 작지만 사포닌 함량이 높아 항암 및 항산화에 효과도 있고요. 꽃새우도 강화도의 특징을 잘 보여줘요. 강화 갯벌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손꼽히는 보고예요. 영양가가 풍부한 갯벌에서 잡히는 꽃새우야말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합니다. 사자발약쑥 역시 강화도에서 많이 자라요. 사자발과 꼭 닮았다 해서 사자발약쑥인데 완전 건조하면 일반 쑥과 달리 은은한 허브 향이 나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성질이 있어요. 이외에도 남도에서 생산하는 우리 밀과 비정제 원당으로 반죽하고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아요. 강화도를 알리면서도 건강을 최대한 해치지 않는 과자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강화도를 정말 사랑하는 것 같아요.
16년 전 강화도에 들어왔어요. 큰 아이가 강화도 마리학교를 다녔거든요. 대안학교 특성상 학부모들이 학교 활동에 많이 참여해야 했어요. 아이만 보낼 수 없어 가족이 모두 이사를 한 셈이죠. 처음에는 강화도에 마음 붙이기 힘들었는데 수려한 자연과 아름다운 철새를 탐닉하면서 강화도에 푹 빠졌어요. 그때부터 대안학교 강사, 강화도 시민연대 사무국장, 관광두레 PD로 활동했죠. 그런데 오랫동안 사회 활동을 하면서 강화도만의 특색 있는 과자가 없다는 게 아쉬웠어요. 통영 꿀방, 경주 황남빵 등 관광 도시라 하면 로컬 과자가 있는데 강화도는 딱 이거다 하는 게 없었죠. 그래서 관광두레 주민 사업체로 로컬과자점 ‘금-방’을 기획했어요. 강화도 주민이 자발적으로 법인체를 만들어 관광 사업을 육성하는 지역 관광 사업의 일환이죠. 당시 관광두레 PD로서 주민들을 끌어모으고, 각종 기획 및 육성을 담당했어요.

그런데 기획자에서 운영자로 변신했어요.
수제 전병 과자가 상당히 까다로워요. 반죽하고 구우면 끝이 아니더라고요. 불에 익숙해지고 자유자재로 불을 사용하면서 적당한 온도와 빼낼 시기를 알아야 하죠. 10년 이상의 경험치가 쌓여야만 거침없이 과자를 구울 수 있어요. 그렇다 보니 계속해서 실패하고 돈도 벌기 어려워서 처음에 함께 한 주민들이 하나 둘 그만두게 됐어요. 주민이 운영하는 사업체로 시작했는데 주민이 없으면 그 사업체는 끝나 버려요. 그래서 기획자였지만 저라도 사업체를 끌고 가고 싶었어요.

‘금-방’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매장을 오픈하기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우선 수제 전병 과자 만드는 법을 배워야 했죠. 전국의 유명 과자점을 돌면서 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돌고 돌아 30년간 수제 전병 과자점을 운영한 이사근 선생님의 도움을 받게 됐죠. 그 이후로도 실패의 연속이었어요. 사업은 2018년에 시작했는데 2020년 1월까지 계속 과자 굽는 연습만 했으니까요. 그런 과정을 겪다 보니 자연스레 ‘금-방’에 애정이 생겼어요. 또 처음에 의도했던 ‘강화 특산물이 들어간 좋은 과자’를 만들었잖아요. 사람들이 자꾸 찾아오고 맛있다고 하니까 무척 뿌듯하죠.

‘금-방’이란 이름도 특이해요.
맨 처음 강화도 중앙시장에 ‘금-방’을 오픈했어요. ‘유성당’이라는 금은방 자리죠. 그저 액세서리를 사는 곳이 아닌 수많은 주민의 이야기가 넘나들던 아지트였어요. 저도 유성당처럼 소소한 이야기들이 흐르는 로컬 과자점을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방금 구운 수제 과자’ 이면서 ‘금은방’이라는 의미의 ‘금-방’으로 가게 이름을 지었어요. 전병 과자 포장 패키지 역시 옛날 금반지 상자처럼 디자인했고요.

이제 2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금-방’ 방문객의 반응은 어때요?
쑥스럽지만 반응은 좋아요. 매장뿐만 아니라 네이버 스토어에서도 과자를 판매하는데 리뷰 별점이 거의 4.8~5점이에요. 최근 KBS1 교양 프로그램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 나오고 나서 주민들도 많이 알아봐 주고요. 얼마 전에 남자 손님이 오시더니 ‘딸이 전병 과자를 사 왔는데 너무 맛있어서 찾아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말을 들으면 힘이 나죠. 사실 수제 전병 과자의 1차 타깃은 50대 이상이에요. 어린 시절, 머리맡에 아빠가 사 온 전병 비닐봉지가 있었어요. 일어나자마자 그 전병을 먹곤 했죠. 아무래도 그런 추억들 덕분에 여전히 전병 과자를 찾는 분이 많은 거 같아요. 또 다양한 특산물로 과자를 굽다 보니 젊은 층도 많이 찾고요. 전병 과자 특성상 휴대하기 간편하고 유통기간도 안정적이어서 여행 간식으로 좋고 가격도 저렴하죠.

‘금-방’을 찾는 관광객에게 강화도 여행지를 추천해 주세요.
관광두레 PD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여행을 다녔는데 그중 탐조 여행이 제일이에요. 계절마다 각종 철새들이 강화 갯벌로 날아오거든요. 들판에서 먹이를 구하는 철원 두루미와 달리 강화도 두루미는 갯벌에서 채집 활동을 해 학계에 보고되기도 했고요. 멸종 위기종인 저어새도 강화도에서는 흔히 볼 수 있어요. 그만큼 강화도는 자연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이에요. 강화도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도 하는데요. 40년간 고려의 수도이기도 했고, 1800년대 중순부터는 우리나라 근대사와 밀접하게 연결됐죠. 고인돌, 참성단, 고려궁지, 연미정, 광성보, 대한 성공회 강화성당 등 역사 유적지가 많아요. 마지막으로 강화 나들길 이라는 트레킹 코스도 있고요.

강화 나들길을 만든 장본인이라고 들었어요.
강화 나들길은 강화도 시민연대에서 주도했어요. 강화도 시민연대는 강화도 화력발전소 설립 반대를 위해 시작한 단체로 관광 생태 양성자 교육과 갯벌 쓰레기 모니터링을 하던 모임이에요. 한번은 강화도 시민연대에서 화남 고재형 선생의 <심도기행> 강독회를 했어요. 고재형 선생이 개화기 때 말을 타고 강화도를 한 바퀴 돌면서 쓴 기행 시집인데요. 강화도의 곳곳이 다 나와 있죠. 그 내용을 보고 제가 <심도기행> 답사회를 만들자고 권유했고 강화역사연구소 선생님들과 답사 후 강화 나들길을 만들기 시작했죠. 운이 좋게도 그때 마침 강화군에서 시행한 ‘이야기가 있는 생태문화 탐방로’에 선정되면서 강화 나들길이 유명해졌죠. 그게 2009년이었던가. 그때부터 5년간 강화 나들길에 전념했어요. 지금은 그저 과자 굽는 사람입니다.(웃음)

앞으로도 쭉 수제 전병 과자 만드실 거죠?
그럼요. 오랜 시간 지역 일을 도맡아 왔지만 이제 젊은 사람들에게 내려놓아야죠. 저에게는 ‘금-방’이 있잖아요. 나이도 많이 들었고요.(웃음) 애초에 수제 전병 과자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해야 돼요. 그래야 정직한 재료를 꾸준히 쓸 수 있고 같은 자리에서 오랜 시간 엉덩이 붙이고 과자를 구울 수 있죠.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지만 점점 실력이 좋아지고 있거든요. 그런 재미가 커요. 또 신제품을 기획하는 즐거움도 쏠쏠해요. 카카오 믹스 가루를 넣은 카카오 전병, 코코넛과 캐슈너트를 넣은 전병 등은 곧 출시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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