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OLK를 이끄는 가수
K-FOLK를 이끄는 가수
  • 고아라 |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21.11.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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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의 숲' 신성철

숲속의 정겨운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기타 선율과 차분한 노랫소리는 산과 바다를 넘어 전국으로, 세계로 달린다. ‘마리의 숲’지기 신성철 씨의 이야기다.

유튜브 채널 <마리의숲 TV>의 주인공은 운영자인 가수 신성철 씨가 아니다. 전국 각지의 회사원, 트럭 운전사, 한의사 등 다양한 지역과 직업의 사람들이 그의 채널에서 공연을 한다. 접점이 전혀 없어 보이는 이들이지만 이곳에서만큼은 그저 ‘포크송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꿈을 펼치고 음악을 즐긴다. 이토록 동화처럼 아름다운 스토리를 품은 곳이라니. 망설일 필요도 없이 공연장이자 카페인 마리의 숲을 만나기 위해 강화도 시미리로 달려갔다.

산과 나무에 둘러싸여 한적한 곳에 자리한 마리의 숲은 스토리만큼이나 정겹고 평화로운 풍경을 품고 있었다. 가을이 완연한 감나무에는 먹음직스러운 주홍빛 열매가 달려있고, 울창한 꽃과 풀, 나무가 마당 주변을 감싸 안듯 둘러싸고 있다. 동화 속 산장을 닮은 카페에서는 갓 구운 빵 냄새가 새어 나와 코끝을 간지럽힌다. 홀린 듯 안으로 들어서니 가수 신성철 씨와 ‘마리 언니’라 불리는 그의 아내 전성희 씨가 향긋한 커피로 맞아주었다.

오랫동안 대중 가수로 활동했어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안녕하세요 1978년 가수로 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노래하고 있는 44년차 가수 신성철입니다. 무명시절을 거쳐 2001년 ‘소리새’로 17년간 활동하며 서울 무교동과 명동 일대에서 노래했어요. 소리새에서 나온 후 지금은 강화도에서 카페 마리의 숲과 유튜브 채널 <마리의숲 TV>를 운영하며 포크송의 매력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아마추어 포크 가수를 양성하고 지도하며 공연의 꿈을 펼칠 자리를 마련해 주기도 해요.

주로 서울을 무대로 활동했는데 강화도에 자리를 잡게 된 계기가 있나요?
소리새로 활동하던 17년은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행복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한계’를 느꼈다고 해야 하나. 몇 개의 히트곡으로 노력하지 않고 안주하게 되는 부분도 있어 스스로에게 죄책감을 느꼈죠. 가수의 꿈을 처음 품었을 때, 새로운 사람과 만나고 연습하며 공연에 열정적이던 때가 그리웠어요. 그러던 중 언젠가 뉴욕에서 공연하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시내 중심에서 공연을 하고 끝이 나면 외곽으로 벗어나 잠을 잤는데, 화려한 도시에서 무대에 오른 후 한적한 자연 속에서 온전히 쉬는 그 기분이 그리워졌어요. 우리나라에 그런 곳이 있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서울과 가까우면서 산과 바다가 함께 있는 강화도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정겨운 외관과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에요.
사실 인테리어라고 할 것까진 없어요. 처음에는 먹고 자고 생활할 수 있는 집으로 이 공간을 만들었어요. 보시다시피 숨어있는 듯 자리한 한적한 숲에 위치해 있으면서 자연에 둘러싸여 아늑하잖아요. 그에 어울리는 집을 지은 거죠. 그러다가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방 하나를 라이브 카페로 개조했어요. 점점 넓히다가 결국엔 집 전체가 ‘마리의 숲’이라는라이브 카페가 됐죠.(웃음) 집이 카페가 되었으니 정겨운 분위기가 나는 것이 아닐까요.

집을 라이브 카페로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처음에는 대중들에게 포크라는 장르가 잊혀지는 것이 안타까워 통기타 가수를 초대해 공연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저는 우리나라가 아직 문화 선진국이 아니라고 봐요. 문화선진국은 문화의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트로트가 유행할 땐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K-POP이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니 K-POP 관련 프로그램이 넘쳐나잖아요. 반면포크송 관련 프로그램은 모두 사라지고 마지막 희망이었던 7080 콘서트마저 폐지됐어요. 진정한 문화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락, 포크, 클래식, 국악 등 여러 장르의 음악이 공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리의 숲이 완성되고 나서 해바라기, 전영록, 박강성, 전인권, 추가열 등 국내 유명한 포크 가수분들이 공연을 했어요. 공연이 있는 날이면 카페의 테이블을 모두 치우고 100여 개의 좌석을 마련했는데 매번 꽉 찰 만큼 인기가 많았습니다. 일반 공연장과 달리 무대 바로 앞에서 감상할 수 있기도 하고 도시가 아닌 자연 속에서의 듣는 포크송의 매력은 배가 되거든요.

‘마리의 숲’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나요?
‘마리’는 아내가 키우던 반려동물의 이름이에요. 아내가 <마리 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반려동물의 일상을 올렸는데, 독자분들이 아내를 ‘마리언니’라고 불렀어요. 마리의 숲에서는 아내가 직접 커피를 내리고, 과일을 청으로 담가 음료를 만듭니다. 디저트로 크루아상, 초콜릿 롤 등 유럽식 베이커리 류를 직접 구워 선보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마리 언니의 이름을 따 ‘마리의 숲’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지난해에는 <마리의숲 TV>라는 유튜브 채널도 오픈했어요.
아무래도 강화도는 접근성이 어려워 직접 공연을 보지 못하는 분들의 아쉬움이 컸어요. 좌석도 한정적이다 보니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관객도 생겼고요. 더 많은 분들이 강화도에 오지 않고도 포크송 공연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3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20년 7월부터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예상보다 구독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라이브 방송을 보지 못한 사람이나 다시 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조회 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것을 보며 뿌듯함과 감사함을 느껴요. 다만,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거리두기 방침 때문에 언택트 공연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관객분들과 호흡을 통해 얻는 시너지 효과는 전달하지 못하는 부분이 아쉬워요.

사진제공 신성철

라이브 방송에 낯선 얼굴의 가수도 많이 등장해요.
유명한 가수들의 공연도 종종 열리지만 대부분 아마추어 포크 가수분들에게 자리를 마련해 드리고 있어요. 포크송을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든 이곳에서 공연을 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정보에 표기된 번호로 영상을 보내주시면 심사를 거쳐 공연 날짜를 잡아드려요. 지금까지 전국에서 온 400명 이상의 아마추어 가수분들이 매주 일요일에 찾아와 마리의 숲에서 라이브 공연을 펼쳤습니다. 현재는 공연 대기자가 많아 당장 신청하면 두 달 뒤에나 공연이 가능할 정도예요. 관객도 거리 두기 방침에 맞게 인원수를 제한해 미리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공연 비용을 지불하면 따뜻한 커피, 빵과 함께 라이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라이브 공연이 미국에도 송출된다고 들었어요.
미주 대표 한인 방송인 ‘라디오코리아RadioCORIA’에서 먼저 제안을 주셨어요. 미국에 있는 많은 한인 교포 분들이 저희 방송을 통해 1970~1980년대 주류를 이루던 포크송에서 향수를 느낀거죠. <마리의숲 TV>의 라이브 공연을 보기 위해 새벽까지 기다리신다는 얘기를 듣고 제안을 수락하게 됐어요. 저의 곡 중에서 특히 ‘시간이 멈춰버린 거리’라는 노래를 좋아해 주세요.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 “기억하시나요? 그때, 무교동의 그 거리” 같은 멘트를 하는데, 그런 이야기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1970~1980년대 무교동과 명동이 포크송의 성지였거든요. 먼 타지에서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긴 시간, 이 공연을 들으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조금은 해소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도 포크송의 인기가 높아졌는데.
이승열 씨, 이무진 씨 등 실력과 센스를 겸비한 젊은 포크 가수들의 활약 덕분인 것 같아요. 연주 실력과 가창력이 좋은 젊은 포크 가수들이 대중 앞에 설 기회도 늘어났어요. 대중들에게 잊혔던 포크송이 이제는 길거리에서도 흘러나오죠. 마리의 숲에서도 기존에는 40대 이상의 가수들로 공연을 꾸렸지만 젊은 포크 가수를 위한 유튜브 채널 ‘캣츠 앤 독스’ 오픈을 준비 중입니다. 자기 노래의 반주를 직접 할 수 있다는 점도 젊은 층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포크송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노래에 가장 어울리고 잘 맞는 연주를 곁들일 수 있는 거죠. 다른 악기의 추종을 불허하는 통기타의 자연적인 울림도 어마어마한 매력이에요. 또한 베이스, 드럼, 전자 악기 등 다양한 악기와 합주할 수 있고 어떤 악기를 더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져요. 통기타는 작은 오케스트라라는 말도 있잖아요. 얼마든지 다른 장르로 변주가 가능하죠.

안정적인 생활을 접고 강화도에 내려온 것에 대한 후회는 없나요?
지금 저는 매우 행복합니다. 수십 년 가수 생활을 했음에도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것,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 그들의 신선한 음악을 듣는 것, 그 모습에 새로운 노래를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는 것, 나의 도움으로 점차 성장하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 등 수많은 새로운 기쁨이 있거든요.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얻고,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삶의 큰 선물 같아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돼요.
저는 머지않아 K-POP처럼 K-FOLK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포크송 특성상 그 나라, 그 지역의 색을 담고 있잖아요. 앞서 말했듯 이승열 씨, 이무진 씨처럼 트렌디하고 실력 있는 포크 가수들을 보면 우리나라 포크송의 장래가 밝다고 생각해요. 11월 20일부터는 전주를 시작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찾아가는 마리의숲 콘서트’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대구, 제주, 부산 등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실력 있는 지역 가수를 발굴하고 지역 이야기를 담아내면 좋은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올해가 지나 위드 코로나 시대가 오면 근처 50평 정도를 확보해 캠핑 콘서트를 개최하고 싶어요. 포크를 좋아하는 연인, 가족, 친구들이 모여 밤새도록 노래하고 캠핑도 즐길 수 있는 캠핑장을 마련하는 거죠.

마리의 숲
인천 강화군 강화읍 시리미로 288
032-934-3242
youtube.com/channel/UCY6ajMjWjPLKLvxuuKkz_T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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