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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 정겨운 냄새가 난다
난다, 정겨운 냄새가 난다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1.11.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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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대룡시장

사람 두 명이 겨우 서 있을 만큼 좁디좁은 골목. 그 양쪽으로 빼곡히 들어선 낡은 가게들. “한번 잡숴 보고 가세요~”라는 정겨운 소리부터 푸근한 인상만큼 후한 서비스와 살가운 가격흥정까지. 겨울 추위가 성큼 다가온 골목엔 따스한 인심이 흘러넘쳤고, 만나는 사람들은 여름 정오의 눈부신 햇살처럼 반짝거렸다.

낯설지만 익숙한
강화도 시내에서도 자동차로 한 시간 이상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교동도. 북한과 인접한 지역이라 교동대교를 건널 때 해병대 검문소에서 방문증을 받아야만 입도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6·25전쟁 이전에는 황해도 연백군 사람들이 교동도를 제집처럼 드나들 만큼 북한과 가까운 곳이었다. 전쟁 중에는 수많은 연백 사람들이 교동도로 피난을 와 전쟁이 끝나길 기다렸으나 38선이 생기면서 실향민은 영영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땅이 없던 실향민들은 한데 모여 장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바로 대룡시장의 전신이다. 한때는 교동도 경제 발전의 중심지일 만큼 번창했던 곳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을 만든 실향민들이 별세하고 인구가 줄어들면서 규모가 축소됐다.

그러나 시장의 명맥은 끊이지 않았다. 2014년 7월 강화도와 교동도를 잇는 교동대교가 개통된 것. 70년 전 시장 모습 그대로 보존한 덕분에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입소문을 타면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극장으로 운영되던 교동극장은 밥집으로, 60년 넘게 가위질 소리가 멈추지 않았던 교동이발관은 분식집으로 변하면서 그 역할이 바뀌었지만 외관만큼은 그대로 남아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를 전한다.

전 세대가 즐거운 시장
온갖 만물이 거래되던 대룡시장. 여전히 많은 물건이 오가지만 그중 최고는 먹거리가 아닐까 싶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고소한 토스트와 커피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겨우 그 유혹을 이겨내면 곧바로 맛깔스러운 한과와 누룽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식용으로 내놓은 누룽지 몇 개를 집어 들고 계속 걸어가면 이번엔 달고나가 공격해온다. 좁아터진 골목답게 그 냄새들은 한 데 섞여 더 맛있는 냄새를 내는데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가게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의 표정이 꽤 밝다. 고개를 쭉 빼 가게 안을 들여다보니 달고나 체험이 한창이다.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설탕을 휘휘 젓고 있다. 가게 주인장은 자칭 달고나 명장답게 아이들의 젓가락을 지휘하는 중이다. “별로 할래요, 우산으로 해주세요, 전 세모요”라며 한껏 흥분한 아이들의 목소리에 부모들의 카메라도 덩달아 바빠진다.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은 가게 앞에 마련된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엄마 아빠가 갖고 놀던 ‘추억의 경주말 장난감’이라던가, 요술봉이라던가.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온 유리구슬도 있다. 아이들에게 장난감 추억을 이야기하는 엄마와 아빠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고, 아이들은 자기도 해보겠다며 두 팔을 걷어붙인다.

정겨운 냄새가 거미줄처럼 뻗은 골목을 휘감는다. 추위에 떠는 아이에게 누룽지탕을 건네는 상인과 고향 사람을 만났다며 작은 것 하나라도 더 챙겨주는 주인장의 모습에 괜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소소한 추억을 만드는 대룡시장이다.

대룡시장 투어 TIP
• 서문 앞에 위치한 주차장을 이용하자. 부지가 넓어 주차하기 편하다.
• 주말 또는 공휴일에 방문하자. 평일엔 대룡시장 대다수의 가게가 문을 닫는다.
• 골목골목을 전부 방문하는 게 좋다. 길이 아닌 것처럼 보여도 전부 골목으로 이어졌으며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벽화가 있어 사진 찍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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