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세 번째 추석을 맞았다. 기혼자인 에디터는 명절이 썩 즐겁지만은 않다. 미혼일 때와 기혼일 때의 명절은 천지차이다. 에디터에게 미혼의 명절은 연휴였고, 기혼의 명절은 노동의 연장 같았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변화 중 에디터에게 큰 영향을 미친 건 명절의 재발견이다. 명절이 되면 전국 방방곡곡 어디에 있든 끔찍한 교통체증을 뚫고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물론 그동안 못 본 가족들이 명절을 계기로 친목을 도모하는 행위를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부모님 댁이 먼 에디터는 명절 기차표 선점에 실패라도 하면 멈춰버린 고속도로를 기약 없이 기어가야하는 상황이 늘 괴로웠다.
코로나 시대에 명절은 애물단지가 됐다. 가족모임을 취소하자니 전통을 무시하는 것 같아 마땅찮고, 평소처럼 모이자니 코로나19 확산이 우려스럽다. 바이러스 출현 1년 반, 그동안 사람들의 인식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에디터를 포함, 지인들도 명절 귀향에 나서지 않는 이들이 대다수다. 꼭 명절이 아니라도 끔찍한 교통체증이 없는 평상시에 부모님을 뵙거나 가족 모임을 갖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올 추석, 에디터는 귀향 대신 집콕을 선택했다. 5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무엇을 할까, 벌써부터 설렌다.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확진자가 추석을 계기로 폭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최대한 집콕이 답이다. 명절 이후에 부모님과 가을 여행이라도 떠나야겠다.
올가을 하늘이 유난히 파랗다. 천고마비의 계절이 무색하게 잿빛 하늘이 일상이었던 한국의 가을이 과거의 모습을 되찾았다. 강원도 산골 정선도 새파란 하늘로 자연미를 내뿜는다. 줄달음치는 산줄기와 골 깊은 계곡, 아찔한 뼝대를 휘돌아 잔잔히 흐르는 동강과 구슬픈 아리랑 가락. 대한민국 오지 산골에 가을이 찾아왔다.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로운 정선, 몇 번의 방문으로 에디터들이 선택한 올가을 여행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