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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지 못하는 더위, 떠나가지 못하는 여름
헤어지지 못하는 더위, 떠나가지 못하는 여름
  • 김혜연 | 김혜연
  • 승인 2021.10.2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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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어깨산 하이킹

연애도 삶도 최선을 다해야 미련 없이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 올해 유난히도 잦은 비로 쉽사리 떠나지 못했던 여름을 쫓아내고 시원한 가을을 맞으러 길을 나선다.

작은 고추가 맵다
백신 접종 회복을 위해 짧지만 심심하지 않은 산을 찾던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어깨산. 충북 옥천군 동이면 조령리에 위치한 산으로 장령지맥에 속한다. 멀리서 보았을 때 마치 사람의 어깨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는 속설이 있다. 자, 그럼 누구 어깨가 더 탄탄한지 대결하러 떠나볼까?

옥천은 아기자기한 비경을 간직한 곳이다. 절벽을 휘감은 잔잔한 강과 그 곁에 노란색으로 물이 들까 말까 애간장을 녹이는 나뭇잎들이 더디게 오는 가을에 대한 기대감과 옥천이라는 다소 낯선 도시의 기대감을 높여준다. 옥천역에 내리쬐는 햇볕은 여전히 따가웠지만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선선한 걸 보니 가을답다.

택시를 타고 옻문화관광단지 주차장에 내리면 들머리를 찾아야 한다. 들머리는 생각하는 것보다 더 꼭꼭 숨어있으니 주변을 잘 살피는 게 좋다. 섣부른 판단을 했던 우리처럼 길을 잘못 들어 정글 탐험을 하는 소위 산행 ‘알바’를 초래할 수 있으니 들머리만은 상세하게 조사하고 가자. 초반에 약간의 알바를 마치고 길을 다시 돌아와 편하게 다져진 등산로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탄탄하게 잘 깔린 흙길 위로 가을을 기다리는 나무들이 익어간다. 참으로 신기한 것이 나무들은 항상 푸른 녹색이지만 봄, 봄과 여름 사이, 뜨거운 여름, 시들한 여름과 가을 사이 모두 다른 녹색이다. 산행을 다니면서 자연의 세세한 변화를 관찰해보면 재미있고 감성적인 산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콧노래 부르며 사박사박 걸었다.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바람개비들이 또르르 돌아가는 소리가 귀엽다.

왜 세상은 나에게 잠시의 편안함도 허락하지 않는가. 편안하던 길은 어느새 발등이 정강이에 닿을 정도로 경사가 심해졌다. 끝나겠거니 했던 경사가 계속됐다. 그래 이래야 산이지! 등에 땀이 흥건해질 무렵에야 시야가 트이면서 128계단이 나타났다. 계단 뒤로 펼쳐지는 절벽을 감싼 아름다운 금강 풍경이 128번이나 뒤를 돌아보게 만든다고 하여 128계단이라고 지어진 듯하다. 그림 같은 경치를 등지고 바람개비를 핑글핑글 돌리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걸으니 급경사의 고단함이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계단이 끝나면 어깨산 탑 길이 나타난다. 사람들의 크고 작은 바람을 모은 돌탑들이 쌓여있어 붙여진 이름 같다. 사람들은 항상 간절할 때 자연을 찾아 마음을 빌어본다. 보이지 않는 희망이 있다고 믿고 싶은 것 아닐까? 나도 휴무가 많아지게 해달라는 소망을 돌에 담에 살포시 얹어놓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지그재그로 펼쳐지는 경사를 걸을 때마다 조금씩 더 좋은 경치를 내놓는 어깨산은 기브 앤 테이크가 확실한 산이 분명하다. 산길 한 구간을 해 낼 때마다 메달처럼 받는 탁 트인 뷰를 보며 어깨정에 도착했다. 잠시 물 한 모금 들이 켜고 바로 옆 어깨산 정상으로 향했다.

어깨산은 주변으로 강이 휘감아 돌고, 첩첩산중이 사방으로 둘러싸여 있다. 헬기장에 서서 천천히 한 바퀴를 빙그르 돌면 거대한 산맥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낮지만 알찬 어깨산과 어깨산을 둘러싼 산맥들은 마치 똘똘 뭉쳐 17:1로 싸울 준비하는 동네 오빠들 같았다. 우리를 감싼 산 오빠들의 보호받으며 무사히 하룻밤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운해 사냥꾼 등장
야영지는 거대한 금강 줄기와 화려한 하늘이 맞닿은 곳이다. 오늘도 데크가 상하지 않도록 팩 다운을 하지 않을 예정이었으나 바람이 제법 심했다. 데크 틈 사이에 끼워서 텐트를 고정할 수 있는 팩을 사용해 텐트를 설치했다. 식사는 간편식품으로 대체했다. 아주 작지만 좋은 곳을 조금 더 같이 오래 즐기기 위해. 혹시나 누군가 이곳을 찾게 된다면 최소한의 배려와 수거로 흔적 없이 다녀가기를 바란다.

야영지 구축 후 조용히 바람 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하며 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었지만, 오늘도 역시나 자연은 부지런히 하루를 마감한다. 휴식을 위해 떠나온 길이라 일몰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내심 일몰 사냥꾼으로서 욕심이 있었다. 그랬는데! 햇볕이 차분한 톤으로 바뀌면서 산줄기를 빨강과 핑크 그러데이션으로 물들였다. 이것은 마치 아무 생각 없이 물건을 사러 갔는데 우연히 1+1 행사의 행운을 누린 기분이랄까. 기대가 없었으니 더욱 황홀하다. 욕심 없이 묵묵히 항상 제 몫을 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자연을 닮고 싶다.

달아올랐던 석양도 모습을 감추고 조용한 밤이 찾아왔다. 아직 떠나지 않은 여름이지만 밤에는 제법 쌀쌀하다. 이제 낮엔 춥지 않더라도 침낭과 보온 의류를 잘 챙겨서 산행 및 백패킹을 즐겨야겠다. 조용한 밤을 보내고 아침이 찾아왔다. 어제 산행에서 만난 동네 어르신께서 이곳은 운해 맛집이라며 자랑을 아끼지 않았던 탓에 내심 기대를 하고 일찍 눈을 떴지만 운해는 만나지 못했다. 그래도 괜찮다. 다시 우리를 만나고 싶은 어깨산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이제부터 운해 사냥꾼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찾아온 등산객은 없었지만 서둘러 머문 흔적을 정리한다. 혹시나 실수로 떨어뜨린 쓰레기가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재빠르게 배낭을 꾸렸다. 밤새 불어온 바람이 공기를 더 상쾌하고 맑게 만들어줘 능선이 유독 늠름해 보인다.

하산 길은 더 얄궂다. 경사가 급한 길을 내려가기란 여간 힘든 일이다. 이렇게 경사가 급한 길에서는 다치거나 관절에 무리가 오기 쉽다. 짧은 산행에도 트레킹 폴을 항상 활용하고 발이 많이 움직이지 않도록 끈을 꽉 묶어야 한다. 또 보폭을 크게 하는 것보다 보폭을 줄이고 리듬을 타듯 내려오면 미끄럼을 방지하고 관절에 무리도 덜 간다. 경사도에 떠밀려 아주 빠르게 하산을 완료했다.

오늘은 시간이 많은 만큼 옥천의 대표 인기 음식 물쫄면을 맛보고 상경할 예정이다. 물쫄면은 옥천 대표 음식이다. 음식 프로그램에 소개된 후로 유명한 요리로 알려졌다는 후문. 우리가 알고 있는 빨간 쫄면이 아니라 잔치국수 같은 따뜻한 국물에 쫄깃한 쫄면이 들어 있어 아주 매력적이다. 평일이지만 가게는 북적였다. 오랜만에 활기를 띤 식당을 보니 좋았다. 물론 방역을 철저히 한 후 입장해서 맛나게 물쫄면을 흡입하고 아쉽지만 또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마이기어의 백패킹 규칙 사항
➊ 자연 앞에 자만하거나 산행과 백패킹을 시합으로 생각하지 않기
➋ 쓰레기봉투 꼭 챙기기
➌ 물티슈 사용을 줄이고 식기류는 집에서 세척하기
➍ 음악이 필요할 경우 이어폰을 이용하기(스피커 금지)
➎ 주변에 이웃이 있을 경우 밤 10시 전에 취침하기
➏ 비상 현금 챙기기
➐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식사하거나 기념품 사기

Sleep Outside! Have Fun Together!
백패킹 시작으로 고민 중이라면 마이기어 매장을 찾길 바란다. 안전하고 즐거운 백패킹과 올바른 백패킹 의식 확립을 위해 매주 백패킹 교육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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