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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매의 여름밤' 리뷰
영화 '남매의 여름밤' 리뷰
  • 박신영 기자 | 사진제공 그린나래미디어(주)
  • 승인 2021.06.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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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시리즈 두 번째 편

화려한 액션 블록버스터가 시끄럽게 느껴졌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때리고 부수고 달리는 장면에 아드레날린을 느끼곤 했는데 별일이다. 요즘엔 부드러운 선풍기 바람과 시원한 아이스커피와 함께 할 잔잔한 영화를 찾게 된다.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2020년 한여름에 개봉했다. 까만 밤 양옥집을 밝히는 주황색 불빛과 옹기종기 모인 가족을 담은 포스터. 선선한 여름밤, 우리 다섯 식구가 함께 식사했던 추억이 포스터와 오버랩 되면서 이상하게도 그때가 그리워졌다.

<남매의 여름밤>은 잊어버린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중학생 옥주, 초등학생 동주, 아빠는 재건축 예정인 낡은 빌라에 살다가 여름방학을 맞아 인천의 할아버지 댁으로 향한다.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 할아버지가 어색한 옥주와 동주. 오랜만에 만난 할아버지 앞에서 쭈뼛쭈뼛 제 발끝만 바라보는 남매다. 그도 그럴 것이 여름방학만 이곳에서 지낸다고 했지만 실상은 할아버지 댁으로 아예 이사한 것이나 다름없다. 아마 옥주는 세 식구가 할아버지 집에 얹혀사는 것 같아 할아버지 눈치를 봤을 것이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옥주와 달리 아무렇지 않다. 매일 그랬던 것처럼 화단에 물을 주고 텃밭을 가꿔 갖은 채소와 과일을 재배했다. 조금씩 스며드는 할아버지의 사랑 덕분에 어느새 옥주는 새로운 삶으로 젖어 들었다. 동주는 이미 할아버지 품에 달려가 안기는 재간둥이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옥주의 고모가 할아버지 집으로 들어온다. 남편과 이혼하려고 집을 나왔던 것. 고모는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하지만 밤마다 담배를 태운다. 야밤에 찾아온 고모부와의 한바탕 활극이 끝난 뒤, 고모와 아빠는 맥주 한 캔으로 남매의 정을 다진다.

옥주와 동주, 아빠와 고모. 이 두 남매의 여름밤이 흘러간다. 착하지만 무능력한 아빠,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은 고모,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하는 옥주, 엄마가 마냥 보고 싶은 동주, 노쇠한 할아버지. 이 다섯 식구의 삶을 엿볼 때면 ‘사람 사는 것 다 똑같다.’ 가족을 둘러싼 예기치 못한 일들과 그 안에서 발견하는 가족의 사랑.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돌아서면서도 힘들 때 가장 먼저 달려와 위로하는 존재, 가족. 이러니저러니 해도 언제나 대가 없이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다.

돌이켜 보면 <남매의 여름밤>과 비슷한 가족 영화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영화는 좀 다르다. 자칫 신파극으로 흘러갈 법한 이야기에 감정을 덜어냄으로써 담백하게 그린다. 낯선 배우들을 등장 시켜 관객과 이야기 사이에 충분한 거리를 두게 했으며, 드라마틱한 감정 표현보다 실제 있을 법한 생활 연기를 펼친다. 또한 청량한 여름을 영화의 배경으로 선택해 슬픔보다 따뜻함과 위로를 전한다.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이토록 잔잔함에도 불구하고 관객 무의식 저변에 있는 경험을 빼내 공감을 최대로 끌어 올린다.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주인공과 동일한 사건을 겪지 않았음에도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일상과 영화의 경계를 최대한 흐리게 하려던 윤단비 감독의 섬세한 연출 덕분이지 않을까. 쉼 없이 흘러가는 하루의 끝에 가족의 안부를 묻고 싶어지는 영화 <남매의 여름밤>이다.

개봉 2020.08.20
장르 드라마
감독 윤단비
출연 최정운, 양흥주, 박현영, 박승준, 김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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