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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흔적을 남기지 말자
자연에 흔적을 남기지 말자
  • 글·한왕용 | 사진·이남기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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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 교육생들이 야영시 모닥불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지난 2003년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한 산악인 한왕용 대장은 그 이후 지금까지 자신이 다녀왔던 히말라야 주변의 쓰레기를 치우는 ‘클린 마운틴’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런 한 대장이 지난 8월엔 미국 뉴햄프셔 주에서 진행된 LNT 마스터 강사(Master Educator) 양성 과정을 이수하고 돌아왔다. LNT란 바로 ‘흔적 남기지 않기(Leave No Trace)’의 약자. 한 대장이 들려주는 확실한 자연 사랑법에 귀를 기울여보자. <편집자 주>

글·한왕용 산악인(소속·에델바이스) | 사진·이남기 여행전문가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주5일제 근무가 확산되면서 레저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어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국민 10명 중 4명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등산을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세상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난 등산인구라 하겠다.

우리나라는 전체 국토의 70%가 산악지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해발 고도가 높지 않고 험준한 지형도 그리 많지 않은 탓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산에 오를 수 있다. 그 이야기는 역으로 우리나라 산악 지형이 사람들의 발길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으며, 그로 인해 자연이 받는 영향을 정확하게 계량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 ‘흔적남기지 않기’ 교육은 1박2일은 실내교육을, 3박4일은 현장교육으로 실시했다.

사후 조치보다 예방이 훨씬 중요
나는 지난 10여 년 간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 14좌를 완등 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산을 오를 때는 그저 산의 정상만 보았다. 그러던 가운데 2002년 K2 베이스캠프에서 만난 일본 원정대의 곤도씨에게 전해들은 한국 원정대의 쓰레기 방치 이야기를 들은 것이 계기가 되어 지난 5년간 국내외에서 ‘클린 마운틴’이란 환경 정화 운동을 벌이게 되었다. 하지만 이 클린 마운틴 행사는 내가 버린 쓰레기를 내가 치우겠다는 소박한 발상에서 시작된 것이었고, 엄밀히 말하자면 미리 예방하는 차원이라기보다는 사후적인 조치에 불과했다.

이제는 자연 속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같은 처방보다는 우리가 산, 나아가 자연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과 자연을 보호하자는 선언적인 구호에 머물지 말고 뭔가 실천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산을 찾는 사람들의 편익만을 도모하는 제도나 정책에서 탈피해 지금부터는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 파괴의 주범인 사람, 즉 우리가 먼저 변해야 한다. 비록 우리에겐 다소 귀찮고 성가신 일이라 하더라도 자연을 먼저 생각하고 자연을 위하는 방향으로 어떤 일인가를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 것이 궁극적으론 사람과 자연에게 모두 이득이 되리라고 믿는다.

산과 자연을 위해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지난 봄 우연히 미국 유명 환경 단체인 시에라 클럽의 ‘흔적 남기지 않기(Leave No Trace; 이하 LNT)’ 운동에 대해 소개받을 기회가 있었다. 이 LNT 운동은 1970년대 미국 산림청(US Forest Service)의 주도 하에 태동한 환경 보호 캠페인이다. 단순히 캠페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LNT 운동의 저변 확대를 도모하고 있었다. 그 실천적 항목들이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지난 8월4일부터 8월8일까지 4박5일간 미국 뉴햄프셔 주에서 실시된 LNT 마스터 강사(Master Educator) 양성 과정을 이수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즐기는 각종 아웃도어, 즉 등산에서부터 클라이밍이나 산악자전거·스키·스노보드·야영·낚시·사냥 등은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성취감과 만족감을 선사하지만, 자연에게는 필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조심한다 하더라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연에 생채기를 내게 마련이다. 따라서 아웃도어를 즐기는 사람들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마음 자세와 그 방법을 실천에 옮긴다면 우리가 자연에 입히는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즉 인간의 인위적인 오염이나, 파괴 없이 자연 그 상태로 그 자연을 보호 하는 것이 곧 LNT 교육의 철학이고, 모든 교육 프로그램은, 아웃도어 활동을 할 때 자연의 피해나 변화를 최소로 할 수 있을 까에 대한 방법론적 이론과 실제로 귀결된다.

예를 들어 숲속에서 가벼운 산책을 할 때 용변 볼 일이 생길 경우, 야생 동식물들 에게는 배설물이 영역 표시, 바이러스의 전이 등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용변을 그 곳에 남기지 않고 가져오게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식이다. 그럼 LNT 운동의 7가지 원칙과 그 세부 사항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

▲ 통상적으로 모닥불을 피우면 토양이 심각하게 오염된다.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열반사율이 좋은 은박지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조그맣게 나무를 쌓아서 불을 피워야 한다.

1.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기
야외에서나 사전 계획은 매우 중요하다. 만일 도시에서의 활동 이라면 여행중에 여벌옷이나 용품을 가져오지 않거나, 운송수단의 사전 예약이 없다면,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식으로 본인에게 예기치 못한 피해가 가지만, 아웃도어에서는 모든 것이 환경의 피해로 돌아간다.

예를 들어 시간 계획을 잘못 세워 당초 2박3일로 가려던 것이 3박 이상이 된다거나, 연료나 식량의 양을 잘못 계산하여 나뭇가지를 꺾어 연료로 사용하거나, 남은 음식을 버린다면 그것은 LNT 정신에 위배된다. 주변 자연환경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데 있어 치밀한 사전 계획과 계산적인 사고는 필수적이라고 LNT 교육은 말한다.

2. 견고한 땅 위를 걷고 야영하기
만일 모든 산과 그 안의 트레일 코스가 바위로 되어 있다면, 아마도 환경 파괴는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매우 다르다. 푹푹 빠지는 모래나 진흙, 낙엽이 수북이 쌓인 길을 걸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여러 사람들의 발자취는 자연환경 변화를 유발하기 쉽다. 연약한 지반 안에 있는 두더지 같은 것들이 보금자리를 잃게 되고, 등산로 옆의 나무들이 뿌리를 들어내게 되기 때문이다.

LNT 교육은 그래서 견고한 땅 위로 나 있는 정규 등산로와 지정 캠프장 이용을 권장한다. 운행시 게이터를 착용하여, 좀 험하거나 물이 있는 지형이라도 가급적 정규 탐방로를 이용 하게 한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Information TIP
‘흔적 남기지 않기(LNT)’ 운동의 7가지 원칙

1. 미리 계획하고 준비한다.
2. 견고한 땅 위를 걷고 그 위에서 야영한다. 3. 쓰레기 처리를 적절히 한다.
4. 어떤 것도 가져 나오지 않는다.
5. 캠프파이어의 영향을 최소화 한다.
6. 야생동물을 소중히 여긴다.
7. 다른 방문자를 고려한다.

3. 쓰레기 처리를 적절히 하기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말이다. 적절히 한다는 것은 지정된 쓰레기장에 분리수거한다는 것이고, 지정된 쓰레기장은 당연히 등산로 입구나 공원 입구에 있고, 따라서 운행중에는 쓰레기를 버려서는 절대 안 된다는 얘기다. 산 아래에 있는 지정 장소에서도 분리수거를 해 재활용하기 쉽게 돕는 것도 이 항목에 포함되는 얘기다.

4. 어떤 것도 가지고 나오지 않는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그 곳에 있는 어떤 것도 건드려서는 안 된다. 꽃이 예쁘다고, 돌이 귀엽다고, 도토리가 탐스럽다고 그것을 가져오거나 건드려서는 안 된다. 예쁜 꽃은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선물 하지만, 벌이나 곤충들의 식량이 되고, 귀여운 돌은 야생동물이 보금자리를 꾸미는 데 건축자재로 쓰인다. 탐스러운 도토리는 설치류들의 겨울나기에 필수품이 되기 때문이다. 집안에 분갈이를 한다고 흙을 퍼 오는 것도 물론 해서 안 되는 일 중 하나다. 단, 시원하게 샘솟는 샘물을 받아 마시는 정도는 자연이 베푸는 성은이라 생각하고 맘껏 즐겨도 될 것 같다.

▲ 아무데서나 용변을 볼 경우 야생 동물들에게 바이러스 전이 등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썩는 비닐 안에 담아서 되가지고 와야 한다.

5. 캠프파이어의 영향을 최소화 한다
우리들이 아웃도어에서 즐기는 캠프파이어는 우리에게는 낭만과 추억을 선사하지만, 적어도 야생동식물과 자연 환경에는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 토양과 공기를 오염시키고, 야생동물의 정서를 해치며, 뒤처리의 불완전함으로 자연경관을 헤쳐 다름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준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캠프파이어를 하지 않는 것이다. 만일 부득이 하게 될 경우에는 바닥에 은박을 깔아 토양의 오염을 막고, 뒤처리를 완벽하게 하여 캠프파이어 하기 전과 같은 상태를 보존 하는 것이 중요하다.

6. 야생동식물을 소중히 여기자
우리가 살고 있는 대자연의 주인은 누굴까. LNT는 “대자연의 주인은 우리다.”라고 이야기 한다. 우리의 범주에는 인간과 야생동식물, 물, 바람, 나무 모든 것들이 포함된다. ‘대자연의 주인은 대자연’이란 얘기다. 따라서 일부 인간만이 편하고 아름답게 살기위해 다른 사람이나 자연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것은 인륜에 위배되는 행동이 된다. 따라서 현재 살고 있는 야생동물의 보금자리, 이동경로 등을 인간의 힘으로 변화시키거나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등산을 하다가 산토끼를 목격했다면, 부산을 떨거나 다가가서 만지려 하지 말고, 목격한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좋다.

7. 다른 방문자를 고려한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의 목적중 하나는 ‘똑같은 자연의 공유’다. 인간은 누구나 아름다운 자연과 그 안에서 아웃도어 활동을 만끽하기를 원한다. 만일 다녀간 모든 사람들이 그곳에 흔적을 남기고 돌아온다면, 아마도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환경이 될 것이다. 다녀간 사람에 의해 파괴되어 등산로가 바뀌고 캠프장이 오염된다면, 아마도 그 피해는 자기 자신이나 자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 4박5일의 교육을 마치고 LNT 마스터 강사 양성 과정을 이수한 필자.

나는 얼마 전 사랑스런 두 아이들과 함께 지리산을 다녀온 일이 있다. 지리산은 나에게 매우 의미 있는 산이다. 나를 산에 빠트렸으며, 나를 누구보다 산을 잘 다니게 만들어 주었으며, 힘들 때 마다 나를 위로해 주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지리산을 찾은 때와 지금은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성삼재로 도로가 나고, 있던 산장들이 없어지거나 없던 산장들이 새로 생겼다. 등산로 사정도 많이 달라졌다. 나는 반야봉에 올라 천왕봉을 바라보았다.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면 언제나 거기 서 있는 늠름한 천왕봉의 모습과 내 귓가를 스치는 바람뿐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학생인 내 아들 둘이 천왕봉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그리고 더 궁금한 것이 있다면, 이들이 스무 살이 되고, 자신의 아이들이 생겼을 때도 내가 보았던 지리산의 모습, 내가 느꼈던 지리산의 감정을 또 느낄 수 있을지의 여부다.

▲ ‘흔적 남기지 않기 운동’에 참가한 교육생들.

지난 20여 년 동안 나는 정상만을 바라보고 그 곳을 오르는 것에 내 인생을 바쳤다. 앞으로 20년은 내가 올랐던 산과 즐겼던 자연을 지금 그대로 보존 하는 데 바칠 예정이다. 이에 조만간 LNT교육의 이념을 알리기 위한 단체를 만들고 본격적인 환경운동을 실천에 옮기려고 한다. 성인과 학생 대상으로 직접 산에 가서 우리의 환경과 우리의 자연이 얼마나 위대하며, 또 얼마나 오염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함께 땀을 흘리며 가르칠 생각이다.

20여 회의 히말라야 원정에서, 14번의 세계의 지붕에 서서 나는 항상 그 다음을 생각했다. 내 앞에는 더 높고 어려운 산들이 놓여 있다. 하지만, 내가 늘 그래 왔듯이 모든 문제들은 해결될 것이다. 오르기 어려운 봉우리는 있어도 오르지 못하는 산은 없는 법이니 말이다. 부디 나의 이런 생각과 행동이 우리나라 자연환경 보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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