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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도시재생 이야기
세계 속 도시재생 이야기
  • 고아라 | 사진제공 각 관광청, 아웃도어DB
  • 승인 2021.03.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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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삶을 사는 골목

도시재생은 단순히 낡고 녹슨 길을 윤이 나게 갈고 닦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삶의 터를 지켜내는 일,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품는 일이다. 주민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다시 태어난 세계 속 도시재생 거리를 걸어보자.

©Franck Tomps_LVAN
©Franck Tomps_LVAN

프랑스 낭트
파리에서 342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낭트는 프랑스에서 여섯 번째로 큰 도시이자 연간 200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유명 관광지다. 대서양과 근접해 겨울은 따뜻하고 여름은 시원한 최적의 날씨 덕분이기도 하지만, 기계 동물 파크인 ‘레 마신 드 릴Les Machines de L’ile’의 역할이 크다. 특히 40t의 철근과 목재로 만든 높이 12m의 대형 코끼리가 인기. 코끼리 등 위에 올라앉아 낭트 시내를 조망하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Jean-Dominique Billaud _ LVAN
©Jean-Dominique Billaud _ LVAN

이외에도 철근으로 만들어진 동물들이 공원 곳곳에 자리해 볼거리가 다양하다. 이곳은 과거 프랑스의 가장 큰 항구가 있던 조선소였다.1960년대 조선 사업이 위기를 맞고 1987년 마지막 남은 조선소가 폐업하면서 근로자는 실직하고, 사람이 떠난 도시는 급속도로 쇠퇴했다. 이후 1989년 낭트 지역의 기억과 역사, 특히 조선산업에 대한 시설 보존과 재정비를 중심으로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됐다. 일명 ‘낭트섬 프로젝트’. ‘80일간의 세계일주’의 저자인 소설가 쥘 베른의 고향이라는 데에 착안해 조선소 폐 공장을 기계 동물 테마파크로 재탄생 시켰다. 폐허였던 낭트는 도시재생 사업으로 인해 ‘유럽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ChristchurchNZ
©ChristchurchNZ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뉴질랜드의 가장 오래된 도시이자 혁신적인 도시재생으로 주목받는 도시. 크라이스트처치는 2011년 2월 큰 지진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물론, 상당수의 건축물과 땅이 파괴되는 피해를 입었다.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은 시민들에게 크라이스트처치의 도시재생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곧바로 도시 재건 계획이 세워졌고, 정부는 가장 먼저 시민들에게 어떤 도시를 원하는지 물었다. 시민들의 애정 어린 참여로 10만 6천여 개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모였는데, 일맥상통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인간에게 적합한 도시일 것’. 다시 말해, 건물보다 사람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많고 상가 부지보다 공원 면적이 넓은 터전이었으면 했다. 기업과 정부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절충해 도시재생에 힘썼다. 개별 건물이나 구역을 전면 철거한 후 고층 건물을 올리는 기존 재건축과 재개발 방식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크라이스트처치의 도시 재생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이유다.

©ChristchurchNZ
©ChristchurchNZ

대표적인 사례가 컨테이너 박스를 활용한 건축물, 리스타트 몰Re: START Mall이다. 지금이야 흔한 건축물이지만 당시만해도 컨테이너 박스 건물은 획기적이었다. 작고 개성 넘치는 상가들이 한데 모여 문화 거리를 조성했으며 건물이 낮고 인도가 넓어 사람들이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리스타트 몰은 크라이스트처치에 활기를 불어넣는 건물,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Stadt WienChristian Furthner
©Stadt WienChristian Furthner

오스트리아 가소메터 시티
쉔부른 궁전, 비엔나 국립 오페라 극장, 훈데르트바서하우스 등과 함께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꼽히는 가소메터 주거단지. 원기둥 모양의 건물 4개가 모여있는 이곳은 130여 년 전에 세워진 가스 저장소이자 공장이었다. 1870년 오스트리아 정부가 건설한 첫 근대적 사회기반시설로 비엔나 시 전역에 가로등과 가정에 가스를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c) MA18_Christanell
(c) MA18_Christanell

하지만 도시의 주 연료가 천연가스로 바뀌면서 1986년 폐쇄하게 됐다. 이후 독특한 외관과 산업화가 진행된 지역이라는 특성 덕분에 종종축제나 행사 장소로 사용됐지만 이렇다 할 용도를 찾지 못해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비엔나 시는 고민 끝에 주거 공간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가소메터 주거 단지는 모두 4개 동으로 이뤄져 있는데 A동은 장 누벨Jean Nouvel이, B동은 쿱 힘멜블라우Coop Himmelblau가, C동은 만프레트 베도른Manfred Wehdorn이, D동은 빌헬름 홀츠바우어Wilhelm Holzbauer가 각각 설계했다. 건물의 역사가 담긴 독특한 외형은 그대로 남기고, 거울 벽, 유리 천장, 정원 등 현대적인 요소를 더하는 식으로 개발됐다. 현재 가소메터 시티는 아파트, 학생 기숙사, 쇼핑몰, 사무공간, 이벤트 홀 등 다채로운 공간을 갖추게 됐으며 시민들은 물론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랜드마크로 거듭났다.

©터키문화관광부
©터키문화관광부

터키 이스탄불
낮에는 유서 깊은 역사를, 밤에는 활기찬 젊음을 만날 수 있어 인기 여행지로 꼽히는 이스탄불. 최근에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옛 것을 개조한 트렌디한 공간이 늘어나면서 현지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알록달록한 우산이 하늘을 뒤덮은 골목으로 유명한 카라코이가 있다. ‘이스탄불의 홍대’라 불리며 국내 여행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이곳 역시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재탄생한 지역. 예술의 도시로 탈바꿈한 카라코이는 전통적인 터키식 선술집 메이하네Meyhanes부터 젊은 셰프들의 트렌디한 레스토랑 등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뽐낸다.

©pexels
©pexels

이스탄불의 핫플레이스인 갈라타 타워Galata Tower는 과거 등대, 포로수용소, 기상 관측소 등 여러 용도로 사용됐으나 현재는 야경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하늘이 빨갛게 물드는 매직아워 때 올라가면 지평선 위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노을과 아야소피아 박물관, 블루 모스크, 톱카프 궁전 등 구시가지의 야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타워 정상에는 레스토랑이 있어 로맨틱한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다. 이스탄불에서 가장 힙한 공간을 꼽는다면 보몬티아다Bomontiada를 빼놓을 수 없다. 오래된 맥주 공장을 재활용한 곳으로, 문화 활동, 콘서트, 갤러리, 바, 레스토랑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페루관광청_
©페루관광청_

페루 바랑코
페루의 수도인 리마를 여행한다면 바랑코를 빼놓을 수 없다. 스페인어로 ‘벼랑’을 뜻하는데, 실제 태평양 해안을 끼고 절벽에 자리한다. 한때 쇠락한 마을이었으나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과 낭만의 거리’로 재탄생했다.

©페루관광청_남효정 작가
©페루관광청_남효정 작가

현재는 화가, 소설가, 시인, 사진작가 등 예술가들이 모여 있어 보헤미안 풍의 골목과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명소로 거듭났다. 영국 매거진 타임아웃Time Out이 꼽은 ‘세계에서 가장 멋진 지역 Top 50’에 올랐으며, 국내에서도 ‘리마의 경리단길’이라 불릴 만큼 인기가 많다. 고풍스러운 교회 건물인 라 에르미따La Ermita, 현대 아트 박물관 MAC, 역사 깊은 예술 작품을 보존한 오스마 박물관Museo Pedro de Osma 등의 다양한 건축물은 물론, 벽을 따라 수놓은 멋스러운 벽화 등 예술 중심지로서의 면모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과 낡은 시설이 예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반면, 트렌디한 부티크 호텔과 세련된 레스토랑이 어우러진 독특한 매력을 품고 있어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국 마을호텔 18번가
강원도 정선은 한때 석탄 산업으로 크게 번성한 도시였다. 1989년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의 일환으로 탄광 지역 대부분이 폐광됐고 자연스레 광부의 쉼터였던 마을, 고한은 점점 쇠락했다. 낙후된 폐광 지역의 경제를 진흥시키자는 목적으로 강원랜드와 하이원리조트가 고한에 건설됐지만 기대와 달리 거리는 점점 황폐해졌다.

고한 토박이인 김진용 씨는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이곳을 떠나는 대신, 청년 창업 공간인 ‘이음 플랫폼’을 만들어 청년 예술가들을 끌어 모았다. 덕분에 고한 거리에는 빈티지한 인테리어의 들꽃 사진관, 아기자기한 공예품 카페 수작 등 예쁜 가게들이 들어서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허름했던 빈집이 아름다운 가게로 변신하는 모습을 본 주민들도 하나 둘 스스로 집 앞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마을 주민들의 힘으로 버려졌던 폐광 지역은 새로운 관광 명소로 다시 태어났다. 고한 18번가 협동조합은 작년 5월 19일 마을호텔 18번가를 오픈했다. 마을 전체를 마치 호텔처럼 운영하는 것. 빈집을 수리해 호텔을 만들고 마을회관을 컨벤션룸으로 리모델링했다. 골목 상점들은 호텔의 부대시설 역할을 한다. 골목은 로비, 이음 플랫폼은 프런트, 카페 수작은 커뮤니티 공간, 구공탄구이는 레스토랑, 사진관과 방탈출 카페는 오락 시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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