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집] 골목에는 따뜻한 추억이 살아 숨 쉰다
[화보집] 골목에는 따뜻한 추억이 살아 숨 쉰다
  • 김경선 | 아웃도어DB
  • 승인 2021.03.0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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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고 싶을 때면 골목을 찾아들어가 담벼락 밑에 몸을 숨긴다. 낡고 빛바랜 골목 속에서 익숙한 향수를 느끼는 사이 어느새 마음은 평온해진다.

고층 아파트 대신 남루한 집들이 고만고만 자리한 동네. 골목에 쌓인 세월의 무게를 못 이기고 해묵은 페인트가 담벼락에서 떨어져나간 자리엔 쾨쾨한 곰팡이가 피어올랐다.

하나, 둘, 셋,
발자국들이
서둘러 골목을 빠져나온다

저벅저벅
생의 가장자리에 머물렀다가
타다다닥
세상의 중심에 모여들었다가
통통통
공중을 한순간 들어 올렸다가
또각또각
낯선 둘레를 고루 깎는 일정한 음표들

박새보다 더 멀리 날아올랐다

-박해림 시집 <오래 골목> 중 ‘발자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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