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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岳山도 정들면 즐거운 樂山!
거친 岳山도 정들면 즐거운 樂山!
  • 글 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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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스포츠웨어>와 함께 하는 우리 강산 걷기 ⑦ 경기 가평 운악산

▲ 망경대에 이르기 전 보이는 미륵바위가 선명하다.

걸어보지 않은 길 위에 올라본 적이 있던가? 그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는가? 매일 오고가는 등굣길, 출퇴근길 속에 지쳐 있던 것은 아닌지. 지금은 지겹고 길고 긴 이 길이 언젠가는 그리워질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내가 서서 걷고 있는 이 길을 잘 걸어두어야 한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 닿을 길 위를 걸어가려면.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그곳에선 누구를 만날 수가 있을지
아주 높이까지 오르고 싶어
얼마나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을지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멍하니 앉아서 쉬기도 하고
가끔 길을 잃어도 서두르지 않는 법
언젠가는 나도 알게 되겠지
이 길이 곧 나에게 가르쳐 줄 테니까

                 -김동률 노래 ‘출발’ 중에서.

햇살은 따갑고 공기는 아직 차지 않다. 가을바람에 괜시리 싱숭생숭한 이들에게 또 하나의 길을 전한다. 누군가는 들어도, 걸어도 봤을 길. 또 어떤 이는 듣도 보도 못했을 길. 그동안 스쳐 지나가던 골목에 들어서는 발을 딛는 순간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듯이, <컬럼비아스포츠웨어(대표 조성래)>가 이 가을 경기 남부 고객들과 함께 가을맞이에 나섰다.

초가을 늦더위에 오르는 바윗길

▲ “얼른 와요, 하나도 안 무서워!” 널따란 바위를 성큼성큼 오르는 참가자들.
이번 목적지는 화악산, 관악산, 감악산, 송악산과 함께 ‘경기 5악(岳)’으로 부르는 운악산(936m). 5악 중 가장 수려한 산으로 경기 소금강이라고도 한다. 경기 포천시와 가평군의 경계를 이루는 한북정맥에 있는 암산으로 설악산, 치악산, 삼악산(춘천), 월악산과 함께 ‘남한 5악’에 놓기도 한다. 어떤 식으로든지 ‘악산’에 포함 될 정도이니 “악!” 소리는 따 놓은 당상이다.

이번 <컬럼비아스포츠웨어> 고객들과는 가평군 하면 하판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매표소를 지나 눈썹바위와 미륵바위, 그리고 병풍바위를 지나 정상 망경대까지 갔다가 남근석과 절고개를 통과해 현등사로 하산하는 코스다. 이 동쪽 능선은 암봉과 병풍바위를 비롯한 암벽 코스와 평탄한 등산로를 함께 지녀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산행의 묘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건강한 성인 기준으로 5시간 정도 걸리는데, 오르막이 만만치 않아 철심을 잡을 일이 많으므로 장갑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운악산은 조계폭포, 무지개폭포, 무운폭포, 백년폭포 등의 물줄기를 품고 있어 여름철 산행지로 좋다. 또 봄이면 산목련과 진달래 향기가 진동하고, 가을이면 단풍의 붉은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아쉽게도 이번 산행에서는 붉게 물든 단풍을 볼 수 없었다. 긴긴 더위를 이겨낸 단풍의 붉은 잎은 어쩌면 가을의 표정이 아닐지. 아직은 모든 것이 수줍기만 한 새색시의 볼우물 같기도 하고, 인생의 고비를 넘긴 완숙한 중년 여인의 여유 있는 미소 같기도 하다.

▲ 그래도 아직까지는 싱글벙글, 가을볕이 따갑지만 새로운 길에 발을 디딘다는 기쁨이 더 크다.

운악산 매표소에서 일주문을 지나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길이 벌써부터 제법 험하다. 오르막은 기본이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니 숨이 차다. 참가자들은 그래도 신이 나는지 헉헉거리면서도 “여기서 좀만 가면 바윗길이 나오고, 바윗길을 한참 걷다가 정상에 거의 다다르면 철사다리가 나오거든. 지금은 다 들어갔지만 봄이면 진달래가 그냥 만발이여!”라며 난리다.

초가을이라지만 아직은 푸른 물결이 가득한데, 그 사이로 조금씩 몸을 내밀고 있는 붉은 잎들이 가을날 한바탕 들썩일 상상을 한다.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도 제가 나와야 할 때를 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살짝 귀띔 하나. 10월 마지막 주말인 25~26일 이틀간 운악산 매표소 초입에서 단풍축제가 열린다.

경건한 기암절벽의 표정에 가슴이 콩닥콩닥

▲ “응차~응차~” 제법 경사진 바위를 손과 발 모두 사용해 오른다.
얼마나 걸었을까? 오르막 바윗길이 계속된다. 그래도 매표소 초입의 찌는 듯한 더위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바윗길은 경사가 급하고 중간중간 발끝에 힘을 줘야 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외려 보드라운 흙길보다 재미있다. 눈썹 바위를 지나 저 뒤로 미륵바위와 병풍바위가 펼쳐진다. 힘 있게 솟은 기암절벽의 모습에 가슴이 뛴다.

이제 본격적인 바윗길에 오른다. 철심이 잘 박혀 있어 건강한 성인이라면 조금 벅차긴 하지만 오를 만하다. 하지만 관절이 좋지 않은 이들에게는 무리가 될 듯. 발끝과 손끝 모두에 힘을 잔뜩 주고 바윗길을 따라 오르니 잡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참가자들도 오로지 걷는 것에 집중할 뿐 별 말이 없다.

미륵불을 닮아 미륵바위라고 부르는 바위를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앞보다는 뒤에서 바라보는 것이 좋다. 멀리서 봤을 땐 아주 작아 보이던 미륵바위가 가까이에서 보니 제법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미륵불을 배경삼아 참가자들이 자리를 펴고 앉는다. 이번 산행 코스에 남근석이 있다는 것을 기억한 참가자 하나는 자꾸만 미륵불을 남근석이라 우기고, 옆에서는 아니라고 옥신각신 다툼 아닌 다툼이 벌어진다.

다시 시작된 오르막에 올라 철난간을 지나자 이번엔 철계단이다. 발을 딛고 오르는 철계단 뒤로 가냘픈 철사다리가 녹슨 채 바위 한켠에 기대고 있다. 아마 이 계단이 생기기 전에 사람들이 망경대에 오르던 또 다른 길이 아니었을까 짐작할 뿐이다.

기나긴 바윗길을 타고 망경대 정상에 발을 디뎠다. 넓은 공터에 망경대라는 표지석이 있을 뿐이다. 정상이라는 기대감 때문일까? 언젠가부터 ‘정상’이 주는 어떤 아우라를 맛본 지 오래 된 것 같다. 오히려 정상에 닿기 전 산을 오르면서 바라보는 능선길을, 저 멀리 보이던 마을을 바라보던 그 중간이 더 기억에 남는다.

▲ 저 멀리 병풍바위가 펼쳐져 있다. 이제 단풍이 들면 아주 멋진 풍광을 선보일 것이다.

이제, 망경대에서 남근석을 지나 절고개로 하산한다. 아까 미륵불을 남근석이라 우기던 참가자는 어디에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절고개를 지나자 드디어 현등사다. 신라시대 법흥왕 때 창건한 현등사는 수 백년 동안 폐허로 버려졌다가 고려 희종 때 보조국사 지눌이 재건하며 현등사라 이름했다 한다. 절 초입의 감로수로 마른 목줄기를 적셔본다.

이제 콘크리트 내리막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길이다. 내려가다 보니 민영환 암각서와 널따란 바위를 흐르는 무폭포가 보인다. 잔잔한 물줄기다. 밟아보지 못했던 길을 밟고 내려오는 발걸음 여기저기에 통증이 묻어난다.

모든 산이 그렇지만 운악산은 산전체가 바위산이라 길이 아닌 곳은 위험하니 꼭 정해진 길로 다녀야 한다. 새로운 길 위에 올라 시작하는 가을, 걸어 가보자. 노랫가사처럼. 휘파람 불며. 이렇게 나는 떠나네, 더 넓은 세상으로.

▲ 이번 운악산 트레킹에 참가한 경기 남부 지역 고객들과 함께 한 단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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