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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의 친환경을 이끄는 업사이클링
패션계의 친환경을 이끄는 업사이클링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1.02.0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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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댄 최이현 대표 인터뷰

자동차의 고질적인 문제는 교통사고와 대기오염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전기차의 등장으로 이 두 가지 문제는 점차 해소되겠지만, 자동차가 존재하는 한 폐기물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타개해야 할 자동차 폐기물. 가방이 된 자동차로 업사이클링계에 파란을 일으킨 모어댄의 최이현 대표와 한국 업사이클링에 관해 이야기했다.

버려진 카시트, 에어백, 해양 폐기물로 가방을 만든다
폐차장에서 받아 온 빈티지한 카시트, 자동차 AS 센터에서 나온 가죽, 신차 제작 시 발생하는 잉여 가죽으로 만든 가방 브랜드 <컨티뉴>를 론칭한 지 5년이 지났다. 버려진 가죽을 세척해 냄새를 빼고, 울퉁불퉁한 원단을 매끈하게 만들어 가방과 소품 200여 종을 만들었다. 제주도에서 수명을 다한 그물과 에어백으로도 가방을 만든다. 모어댄이 사용하는 원단은 전부 폐기물이지만, 모어댄의 가방과 소품은 명품에 버금간다.

모어댄의 모든 제품은 파주에서 탄생하지 않나
모어댄 본사는 합정, 공장은 파주에 있다. 파주엔 카페 겸 쇼룸인 하우스오브컨티뉴, 생태공장, R&D 센터, 물류창고가 모여 있다. 수거한 카시트, 자동차 벨트, 에어백, 제주의 해양 폐기물 등은 생태 공장에서 깨끗이 세척해 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들어진다.

생태 공장이란 단어가 낯설다
생산 과정에서 화학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며 물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모어댄의 생태 공장은 벨기에 세제 브랜드 에코버Ecover의 공장을 본받았다. 에코버 공장의 공업용수는 갈대를 이용해 정화한 뒤 반복해서 재사용하는데, 모어댄의 생태 공장도 마찬가지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지붕의 빗물을 처리 장치로 여과한 후 가죽의 세척수로 사용한다. 세탁하고 나온 폐수는 여과막조를 거쳐 다시 세척수로 쓰인다. 공장을 가동하는 전력은 생태 공장 천장에 삽입한 태양광 패널로 자가 충당한다. 세척에 필요한 세제도 직접 만든다. 코코넛 오일, 베이킹소다, 아세톤 등을 활용한 천연 세제로 가죽의 냄새를 제거한다.

카시트로 만든 가방의 내구성은 어떤가?
카시트 가죽은 어떤 소재보다 우수하다. 애초에 열과 마찰에 강한 소가죽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겨울에는 추위를 막아주고 여름에 흘린 땀에도 끈적임이 없다. 수십 년간 카시트에 앉길 반복해도 쉽게 해지지 않는다. 게다가 카시트 가죽의 수명은 40년이다. 보통 자동차의 수명인 10~15년을 고려해도 남은 20년 동안 튼튼한 카시트 가죽을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모어댄은 제작 마지막 단계에 내구성 테스트를 거친다. 컨티뉴 가방을 메고 등산을 하다가 끈이 떨어져 꿀통이 다 터졌다는 후기를 들었다. 그 후 여행용 캐리어 개발에 쓰이는 기계. 즉, 사람이 실제로 가방을 메고 다녔을 때와 같은 환경에서 가방이 얼마나 견디는지 테스트하는 기계를 모어댄에 맞게 개조했다. 샘플 제품이 완성되면 일주일간 가방 테스트 기계를 이용해 취약점을 찾아내고 개선한다. 최종적으로 가방 테스트를 통과한 것이 신제품으로 출시된다.

여러모로 훌륭한 모어댄이지만 소비자에게는 아직 생소하다
모어댄이 마케팅을 안 하기 때문이다. 원단 기술과 소재의 다양성에 관한 연구를 끝내고 지난해부터 디자인 역량 강화 단계에 돌입했다. 마케팅이나 홍보는 조금 먼 이야기다. 제품부터 완벽히 만들고 싶다. 마케팅을 한다고 해도 업사이클링과 친환경을 전면에 내세우고 싶지 않다. 요즘엔 어느 회사나 친환경 마케팅을 앞세우지만 알고 보면 대부분 친환경인 척한다. 예를 들어 글로벌 명품 기업이 비건 레더라는 신소재를 개발했다. 파인애플이나 사과 껍질 또는 버섯을 가죽화한 소재인데 온전히 과일이나 채소의 소재만으로 가죽의 원단을 구현할 수 없어 플라스틱을 섞는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플라스틱을 녹여 만든 원단은 세척 후 미세 플라스틱 발생량을 증가시키는데, 미세 플라스틱은 인체에 축적되거나 바다로 유입돼 해양 오염을 일으킨다. 페트병을 녹여 만든 의류 역시 미세 플라스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현재는 플라스틱 사용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모어댄도 페트병으로 만든 원단으로 가방 안감을 만든다. 가죽 가방의 경우 세탁을 거의 안 해 미세 플라스틱의 배출에서 자유로우니까. 분명한 건 재활용 소재를 적합한 곳에 적절히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타 브랜드가 가방을 출시하기 위한 마케팅으로 친환경을 사용한다면, 모어댄은 소재를 재활용하고 업사이클링하기 위한 결과물로 가방을 만든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지만 친환경을 마케팅으로 바라보는 브랜드와 재활용을 극대화하는 브랜드의 시작이 다른 건 분명하다. 생태 공장을 완전히 오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생태 공장의 내부 시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모어댄이 업사이클링을 대하는 방식을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생태 공장을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를 찾기가 무척 힘들다
당연한 말이다. 패션 브랜드들은 원단을 구매해 디자인만 하는 시스템이다. 원단 제작에 필요한 공정이 없기 때문에 생태 공장의 의미가 없는 셈이다. 그래서 모어댄의 업사이클링 원단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최종 목적이다. 국내 굴지의 가방 브랜드 회사들이 친환경을 하겠다고 굳이 폐차장을 다닐 필요는 없으니까. 모어댄이 카시트, 에어백, 해양 폐기물로 만든 친환경 원단을 타 브랜드에 납품하고, 브랜드들은 모어댄의 친환경 원단으로 가방을 디자인한다면 그보다 좋은 건 없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는 에르메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다. 제냐는 자체 원단으로 정장을 만들면서 구찌, 이브 생로랑, 톰 포드, 제일모직 등 명품 브랜드에 원단을 납품한다. 제냐의 원단으로 정장을 만들면 세계 최고의 슈트가 나온다는 말은 언젠가부터 정설로 여겨졌다. 모어댄은 한국의 에르메질도 제냐가 되고 싶다. 모어댄의 원단을 사용하면 가장 환경다운 명품을 만들 수 있다는 명성을 얻고 싶다.

국내 업사이클링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보자
20년 전만 해도 오렌지 주스 병을 물병으로 사용하거나 청바지를 리폼하곤 했다. 이것 역시 업사이클링이다. 그만큼 한국엔 업사이클링 문화가 아주 오래전부터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업사이클링이 브랜드가 되고 기업이 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아직 모어댄이 완전히 성공한 게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다른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바라봤을 때 아쉬움이 많다. 업사이클링에만 초점을 맞춰 사용성이 떨어지는 제품이 부지기수다. 예를 들어, 우유갑으로 만든 지갑은 금방 해진다. 우유갑은 재활용하기 가장 좋은 소재인데 굳이 업사이클링해야 할까? 또 예를 들어 보자. 선거 후 버려진 현수막으로 가방을 만들었다. 그런데 가방에 ㅇㅇ정당 또는 ㅇㅇㅇ후보 지지 라고 박혀 있으면 어떨까?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시장이 원하는 것인가에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또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대부분 가내 수공업 형태다. 브랜드에 소속된 20년 경력의 전문가가 가방 두 개를 만드는 동안 소규모 업사이클링 브랜드의 대표는 가방 한 개도 만들지 못한다. 게다가 전문가보다 마감도 엉망이고 퀄리티도 떨어진다. 물론 시스템화된 업사이클링 브랜드도 있다. 그러나 그 수가 미미하다. 그 때문에 한국 업사이클링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갈 길이 먼 업사이클링 시장, 가격이라도 낮춰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거 같은데.
쓰레기로 만든 제품을 돈 주고 산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일반 가죽 가방의 가격도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20년 이상 가죽을 다룬 전문가들만 봉제가 가능할 정도로 가죽과 일반 원단의 봉제 기술은 차원이 다르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 유명 디자인 대학을 졸업한 디자이너를 채용해 소비자 니즈에 맞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데에도 인건비가 들어간다. 쓰레기를 수거하고 세척하는 과정에도 인건비가 들어가고 하물며 지퍼나 손잡이를 부착하는 데 재료비도 필요하다. 기술 전문가의 노동력, 다양한 인건비, 부재료 비용을 고려하면 일반 제품 버금가는 금액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쿵저러쿵해도 업사이클링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친환경, 비건,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인식이 커지는 중이라 업사이클링 시장도 점점 성장할 거라고 확신한다. 단적으로 봤을 때, 모어댄의 2020년 매출액은 2019년과 동일한 30억 원 후반으로 예상한다. 괄목할 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점점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소재로 업사이클링에 도전하는 인디 브랜드도 늘어나고 대기업에서도 업사이클링을 시도한다.

그렇다면 패션 산업의 뉴노멀은 업사이클링인가?
친환경도 중요하지만 기업윤리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기준이 될 듯하다. 패션 업계의 기업윤리는 생산자다. 파키스탄과 캄보디아 아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생산한 제품, 20년간 공방을 운영하던 성수동 수제화 전문가의 인건비를 후려치고 만든 제품을 요즘 소비자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장애인, 경력단절 여성,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윤리적인 것도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1991년부터 시행된 장애인의무고용제도를 이행하는 대기업이 가장 윤리적이다. 윤리적이란 생산자가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다. 친환경과 윤리적인 면을 동시에 실행하면서 좋은 제품을 만든 브랜드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않을까.

올해 모어댄은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구상중이다
명차 컬렉션과 메모리 프로젝트다. 벤틀리, 롤스로이스, 페라리 등 해외 명차의 카시트로 가방을 제작해 제품 라인을 확장할 예정이다. 메모리 프로젝트는 소비자가 타던 자동차의 카시트 가죽으로 제품을 만드는 이벤트다. 폐차 또는 중고차로 판매 예정인 카시트의 가죽을 뜯어 가방, 신발, 지갑 등으로 재탄생시킨다. 메모리 프로젝트에 선정된 소비자는 자동차에 깃든 추억을 새로운 제품으로 선물 받게 된다. 중고차 판매 예정인 자동차의 경우 기존의 카시트로 제품을 만들고 차후에 새 시트로 교체해 준다. 이벤트는 무료로 진행되며 오는 3월부터 메모리 프로젝트의 사연을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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