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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시대의 마음 챙김 여행
코로나 블루 시대의 마음 챙김 여행
  • 김원경 | 김원경
  • 승인 2021.02.1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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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귀 기울이기

집에만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날 선 감정이 빠져나갈 방향을 찾지 못하고 소중한 이들과 스스로에게 향한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 누군가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다. 숲을 산책하고, 제철 재료로 식사하고, 내 마음에 귀 기울여 대화하며, 자연의 품에 안겨 위로받기 위해 강릉의 작은 마을 어흘리로 향했다.

마음에 귀 기울이는 공간
강릉 어흘리에 자리한 소향이라는 곳에서 하루를 머물며 나 자신과 대화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어흘리는 대관령에서 내려온 산 능선에 안겨있다. 소향의 외관은 미술관 같고, 내부는 ㄷ자 형태 한옥 구조인 현대식 공간이다. 오후의 나른한 빛이 큰 창을 통해 공간 가득 부드럽게 번진다. 공간 곳곳에 ‘물 흐르는 대로 살아가면 막힘이 없다’, ‘숨을 고르는 것은 마음을 고르는 것’ 같은 문장들이 말을 걸어온다. 소향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프로그램은 나 자신과 대화하는 방법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내 몸과 마음은 언제 행복하고 편안해하는지 내 마음에 귀를 기울여주는 시간이다.

하루쯤은 채식 밥상
시간 맞춰 소향에 도착하니 구수하게 밥 짓는 냄새와 포근한 공기, 주방의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를 맞이한다. 이곳은 느린 주말 아침의 공기가 흘렀고, 밥상엔 계절이 온전히 놓여있었다. 각종 버섯 튀김, 멸치 청양고추 소스, 연근조림, 유부 튀김, 뭇국, 톳밥 등 계절마다 자연이 내어주는 재료로 채식 밥상을 차린다. 수저받침도 집 근처에 난 풀잎을 활용하고, 식탁 위 조명엔 싱그러운 풀잎이나 나뭇가지를 매단다. 모두 자연에서 빌리는 것들이다. 소향은 고기 없이 제철 재료로 차린 채식 식탁을 제안한다. 채식주의자가 되라는 경고에 가까운 권유가 아니라 공장식 축산을 반대하며 건강한 상태에서 자라 온 고기를 먹자는 제안이다. 소향에 머무는 시간 동안 고기 없는 세 끼를 먹으며 채식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렇게 구하기 쉬운 재료만으로도 풍족한 식사를 할 수 있다니. 일주일의 하루, 하루의 한 끼를 서서히 채식으로 맞춘다면 고기 소비량이 조금씩 줄어 건강한 고기를 공급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고 더 많은 생명체들에게 행복한 세상이 오지 않을까?

100년의 숲 걷기
식사 후엔 각자 에코백에 담요를 하나씩 챙겨 들고 대관령 소나무 숲으로 향한다. 동네 강아지가 뛰어나와 반겨주는 동네 어귀를 지나면 100년 동안 숨겨진 울창한 소나무 숲에 닿는다. 1920년대에 소나무 씨앗을 뿌리고 100년을 보존하다 2018년에 일반인에 개방한 숲이다. 아파트만큼 높은 소나무 아래엔 사람 키만 한 생강나무가 뒤덮여있어 봄엔 노란 꽃, 여름엔 푸른 잎, 가을엔 잎이 노랗게 물들어 신비로움을 더한다. 선자령이 품은 초막골에서 흘러온 삼포암 폭포도 우렁차게 흐른다. 소향에선 산책을 어싱Earthing이라 부르는데 맨발로 지구Earth를 걸으며 땅을 느끼는 행위다. 한겨울엔 처음부터 끝까지 맨발로 걷는 건 불가능하지만 해가 따뜻하게 데워 놓은 땅을 잠시 맨발로 밟아본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의 소리, 촉촉한 감촉, 차가우면서 따뜻한기운이 발을 통해 온몸으로 번진다. 내 발바닥에 이렇게 많은 감각이 있었는지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숲 적당한 곳에 담요를 펼치고 누워 숨을 고르며 몸 안에 쌓인 무거운 것들을 숲과 땅에 내려놓는다. 명상 후 숲에서 마시는 차가 손가락 끝까지 따뜻한 기운을 번지게 한다.

마음을 담는 술 빚기
좋은 음식을 먹을 때 곁들이는 좋은 술은 음식의 영양분을 몸에 더 잘 전달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말 그대로 약주다. 소향에선 오로지 쌀, 물, 누룩만 사용해 전통방식으로 술을 빚는다. 고문헌을 연구해 약주, 탁주, 과하주, 증류주 등 다양한 술을 소향의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예쁜 병에 든 여러 종류의 술을 맛보며 설명을 듣는다. 쌀, 물, 누룩만으로 빚는 술은 발효 방법과 시간에 따라 막걸리부터 보드카, 스모키 한 위스키로 변하고 국적을 뛰어넘는 다채로운 맛과 향이 난다.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에 따라 우리 모두 다른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처럼 환경과 시간의 힘은 위대하다. 술을 빚는 일은 도자기를 만들 듯 온 정신을 기울여 주무르고 매만지며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소나무 숲에 거꾸로 매달아 말린 쌀로 고두밥을 짓고, 잘 말려 빻은 누룩과 물을 넣어 꾹꾹 누르며 섞어준다. 팔 근육이 저릿해질 즈음 재료가 적당히 찰기를 띄며 부드러워진다. 쌀 한 톨이 한 방울이라 여기며 조심스럽게 통에 옮겨 담으면 그다음은 시간의 몫이다. 성스러운 의식 같은 술 빚기를 하며 복잡한 생각은 사라지고 술이 맛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과 쌀의 촉감, 재료가 뒤섞이는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술을 빚는 일은 기다림이다. 같은 날 함께 만든 술도 빚는 사람의 마음, 발효될 때의 공기와 습도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맛이 난다.

내 감정을 바라보는 마음의 대화법
우리는 스 스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채식 밥상, 숲으로의 산책, 술 빚기를 하며 내려놓았던 마음과 마주할 시간이다. 마음 챙김 대화법은 타인의 시선에 갇힌 채 살아가는 나를 꺼내어 있는 그 대로의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이다. 내 감정을 알고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내가 나를 이해하면 내 감정을 이해하게 되고, 나아가 타인도 이해할 수 있는 마음 상태가 된다. 카드를 펼쳐 놓고 내가 화났을 때, 슬펐을 때, 속상했을 때 의 감정이 적힌 카드를 고르고 그때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감정에 대해 대화하면서 카드를 넣고 빼다 보면 가장 마지막에 남는 카드는 내 삶의 가치관에 닿아있다. 나는 정직과 진실을 중시하며 삶의 보람과 목표 추구를 중시하고 그렇지 못한 대우를 받거나 상황에 부딪혔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었다.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 놓이더라도 스스로가 어떤 성향인지 인지하고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소향의 주소는 행정구역상 어흘리지만, 최소연 대표는 소리를 전하는 마을 ‘들을리 소향’이라 소개한다. 마음의 쉼과 치유가 필요할 때, 언제나 소향으로 달려갈 수는 없으니 마음속에 쉼터 들을리를 만드는 거다. 일상의 지치는 순간, 눈을 감고 마음속에 지어둔 들을 리로 달려간다. 그곳에서 천천히 거닐며 바람을 느끼고, 물소리를 떠올리며 내 안의 나를 다독인다. 언제든 달려갈 수 있는 나만의 마을을 마음에 하나쯤 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위로가 된다.

들을리, 소향
강원 강릉시 성산면 부동길 39
@sohyang_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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