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고양이와 수다'
[신간] '고양이와 수다'
  • 정리 김경선 | 지료제공 위즈덤하우스
  • 승인 2021.01.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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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정은 다정한 농담

오영은 작가가 선보인 화제의 인스타툰 <고양이와 수다>는 정사각형 프레임에 다 담을 수 없었던 야옹이와 홍당무의 숨은 이야기들이 풀 페이지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야옹이의 편지로 친구가 된 이야기부터 함께 보낸 사계절의 이야기까지, 읽고 있으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선물 같은 책이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한밤중이라 선뜻 전화하기가 망설여졌다. 차 한잔하려고 자리에서 일어선 순간, 책상 아래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한참을 고양이와 종알종알 수다를 떨었다. 내 속내를 이야기해도 판단하지 않고 귀를 씰룩거리며 가끔씩 ‘야옹’ 하고 대꾸를 해 주는 존재. 눈물을 글썽일 때 말없이 눈가를 핥아 주는 따스한 존재. <고양이와 수다>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오영은 작가는 두 마리의 반려묘와 함께 살고 있는 집사다. 집사라면 혹은 견주라면 누구나 느껴 보았음직한 작은 동물이 주는 따뜻한 사랑에의 에너지를 담아 ‘고양이와 수다’라는 인스타툰을 연재한 지도 일 년여.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위로를 주며 큰 사랑을 받아 온 작품이 드디어 책으로 출간되었다. 둘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비단 대상이 야옹일뿐, 어릴 적 친했던 단짝 친구가 떠오르고, 고등학교 때 떡볶이 하나를 두고 시간이 모자라도록 수다를 떨었던 친구, 고민이 있으면 언제나 털어놓곤 했던 믿음직한 친구, 친구의 일이라면 제 일처럼 나서서 싸워 주었던 친구, 힘든 일이 있으면 함께 울어 주던 친구, 직언도 마다하지 않던 어른스런 친구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고양이와 수다>는 결국 우리 안에 있는 친밀함에 관한 이야기이자, 우정이라는 관계를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담은 책이다.

책에 등장하는 야옹이는 보통 녀석이 아니다. 집에서는 고양이인 척 내숭을 떨고 있지만 집 밖을 나가면 한 가득 써 놓은 행운의 편지를 나무 구멍에 넣어 두며 누군가의 답장을 기다리는 재미난 친구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산책을 즐겨 하는 홍당무는 어느 날 야옹이가 넣어 둔 행운의 편지를 발견하고는 호기심에 답장을 쓰게 되고, 둘은 편지를 주고받다가 마음이 맞아 만나기로 약속을 하게 된다. 그런데 세상에 편지를 쓴 이가 고양이 일 줄이야! 약속 장소에 등장한 야옹이를 보고 당무가 빵 터지면서 둘의 우정이 시작된다. 봄이 여름이 되고, 가을이 겨울이 되는 동안 두 사람은 깃털처럼 가벼운 수다를 떨며, 당무에게 찾아온 시련을 위로하며, 서로의 일상 속에 그렇게 스며든다.

편지 쓰는 야옹이와 그림 그리는 홍당무의 일상은 오영은 작가 특유의 자유로운 표현력을 바탕으로 소소한 감정까지 포착해 그림 에세이의 진수를 보여준다. 나아가 유머스러운 상황을 놓치지 않고 귀엽게 그려 내는 손끝의 재치는 이 작품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뿐인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단상을 풀 페이지로 담은 장면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만다. 마음의 거리를 좁혀 주는,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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